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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북한도 위험하지만, 더 위험한 것은 중일간 갈등"

-북한 핵 폐기 보다 '핵 능력 동결'에 주력해야

[취재파일] "북한도 위험하지만, 더 위험한 것은 중일간 갈등"
"동북아에는 많은 갈등 요인이 존재한다. 김정은 체제의 불확실성은 물론이지만, 더 위험한 것은 중일간 갈등이다" 

한일간 역사와 영토분쟁, 남북간 군사적 긴장상황 같은 무거운 이슈들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교차하는 시점에서 서울에 모인 한미중 3국의 전문가들이 의견을 같이 한 부분이다. 4일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주최한 한미중 3자 컨퍼런스에 참가한 한미중 세나라 전문가들은, 동북아에서 가장 위험한 이슈로, 중일간의 '우연한 충돌'을 꼽았다. 사실 김정은 체제의 군사적 도발이나 핵문제 등도 긴박한 이슈지만, '우연성'으로 보자면 중일간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갈등이 훨씬 더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까지 직접 나서서 일본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고, 중국이 한국까지 역사분쟁의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상황인 만큼, 인명 피해가 나는 유혈사태가 발생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따라서 중일간 또는 이를 둘러싼 주변국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예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케네스 리버탈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문제를 둘러싼 중일관계에 대비한 구체적 대처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핵 포기'보다는 '북핵 동결'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중국측에서 나왔다. 센 딩리 푸단대 교수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일은 당분간은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따라서 북한이 지금까지 준비한 핵을 동결하는 노력부터 시작하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북핵 폐기'를 목표를 설정한 주변국들에 대해, 뼈있는 제안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을 압박만 할 게 아니라, 현실적인 대북 접근을 하자는 것이다. 특히 그는 북핵 회담에 북한이 나오더라도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답을 주변국이 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내에서도 북핵 문제에 대한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들이 논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통상적으로 한반도 주변국들의 대화는 한미일 3자가 협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지난 2000년을 전후로 한미일 3자협의가 여러차례 진행돼 왔고, 그 논의를 토양으로 6자회담이 시작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이 과거사와 영토문제, 나아가 평화헌법 개정 같은 시도를 거듭하면서 한미일 3자공조는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오늘 회의에서 박철희 서울대교수는 "동북아의 가장 큰 불안요인 중 하나는 북한과 일본이 느끼는 좌절감이다. 북한은 소련이 많은 핵을 갖고서도 패배한 역사를 기억하고 있고, 일본은 중국의 부상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채 좌절하고 있다. 이런 좌절감이 동북아에서 극단적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놓고 보면 현재 한반도와 주변국들은 모두 '내부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아베 일본 총리는 '다시 일어서는 일본'을 외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빈부격차라는 중국 내부의 불만을 가라앉히기 위해 '민족주의'를 전면에 내세웠으며, 북한 역시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위기에 대한 내부 불만을 억누르기 위해 '외세와의 전쟁'을 강조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 역시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내부 이슈를 잠재우기 위한 측면이 높다. 다들 이렇게 제 발등의 불만 보는 상황이라면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으며,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진화는 더욱 어려울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대화는 더욱 필요하다.

그동안 한미중 3자 정부간 대화는 비공개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이번 3자 컨퍼런스는 비록 민간 차원이지만 공개적으로 개최된 것에 의미가 있다.  이와 동시에, 정부간이건 민간이건 한미일 3자대화 역시 꾸준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북핵 6자회담, 나아가 동북아 안보대화의 필요성도 매우 절실하다. 강대국들이 각각 자신들의 국익을 주장하며 대립하고 갈등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결국 '다자 대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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