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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주행 중 예고 없이 내려앉는 바퀴…국토부는 무엇을 했나?

[취재파일] 주행 중 예고 없이 내려앉는 바퀴…국토부는 무엇을 했나?
달리던 자동차의 바퀴가 내려앉는다면, 그리고 그것이 예고 없이 찾아온다면? 영화 속에나 나올 만 한 이런 일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그것도 한, 두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겪었습니다. 공교롭게 같은 제조사가 제작한 같은 차종에서 이런 사고들이 발생했습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입니다. 자동차의 바퀴가 주저앉는다는 것은 더 이상 자동차로서의 구실을 못 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사람의 생명과도 직결되는 문제니까요. 주행하다 돌멩이를 하나 잘못 밟아도 사고가 날 수가 있는데, 아예 바퀴 4개 중 하나가 없어져 버린다니요. 생각하기도 싫고, 있어서도 안 될 일입니다.

◈렉스턴 2 바퀴 빠짐...구조적 결함?

있어서도 안 될 일을 겪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통화해 봤습니다. 한결같이 쌍용자동차의 렉스턴 2 모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2007년식이나 2008년 식의 모델, 그러니까 차를 구입한지 7,8년 정도 되는 분들이 상당수였습니다. 주행하다 차체와 바퀴를 연결하는 부분(소위 관절부분)의 볼 조인트가 빠지거나 부서지면서 바퀴가 주저앉은 경우들이었습니다.

눈으로 직접 보니 황당하고, 또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모두 소위 전조 증상도 없이 당한 사고였습니다. 아무런 이상도 못 느꼈던 차가 갑자기 달리다 바퀴가 빠져버렸으니 해당 부분을 수리한다고 해도 다시 운전할 때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쌍용차, "점검 소홀 또는 외부 충격 때문"

쌍용차캡쳐_500

제조사인 쌍용차를 찾아갔습니다. 렉스턴 2 차종에서 바퀴 연결 부분, 즉 볼 조인트 부분이 빠지거나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다행히 쌍용차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바퀴가 주행 중 빠졌다는 사람들이 인터넷에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더군요.

극소수라도 좋습니다. 해당 부분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니 원인을 파악하고 있냐고 물었습니다. 돌아온 답변이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해당 부품은 시간이 지나 노후화 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예방 점검을 통해서 문제가 있으면 교환했어야 하는 부품입니다. 또, 해당 부위 쪽에 외부 충격이 있어서 사고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결국 운전자가 운전을 험하게 하다가 외부 충격이 있었거나, 자동차 점검을 제 때 하지 못해서 발생했다는 대답입니다. 자동차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지요.

◈30년 경력 자동차 정비기사도 당한 사고

제때 점검하지 못 해서 사고가 났다, 외부 충격 때문이라는 제조사의 설명을 듣고도 납득이 가지 않는 사고들이 있습니다. 지난달 20일 중앙고속도로에서 뒷바퀴가 주저앉으면서 대형사고가 날 뻔했던 분은 올해 초 차량 점검을 이미 받았습니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자동차 정비를 하면서 렉스턴 2를 몰던 정비기사도 바퀴 빠짐 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30년 경력의 자동차 정비 기사인 송우남씨는 지난 2월, 주차된 자신의 차를 빼다가 왼쪽 앞바퀴가 주저앉았습니다. 자동차 정비를 업으로 하시는 분이다 보니 평소 수시로 점검하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차의 바퀴가 갑자기 주저앉은 것입니다.

◈"하부 디자인 변경이 원인" vs "전반적인 레이아웃 변경의 결과"

이에 대해 박병일 자동차 명장과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렉스턴 2 모델의 하부디자인에서 원인을 찾고 있습니다. 초창기 렉스턴은 하부 차체와 바퀴가 하나로 연결되는 소위 일체형 구조였습니다. 그랬던 것이 렉스턴 2에서는 차체와 바퀴가 분리되어 연결되는 소위 분리형으로 바뀌었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손을 맞잡은 상태에서 아래 볼트로 조이던 구조가 손을 위아래로 겹친 상태에서 볼트로 조이는 형태로 바뀐 겁니다.

두 전문가는 바뀐 렉스턴 2의 하부디자인은 승용차 등에서 많이 쓰는데, 차체가 무거운 SUV 차량에 사용할 경우 볼 조인트 부분에 하중이 집중되면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것이 처음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오랫동안 볼트에 하중이 가해지다보면 부서지거나 빠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럴 경우에는 일반 점검을 통해서는 전혀 발견해 낼 수가 없다고 합니다.

렉스턴은 렉스턴 2에서 최근 모델인 렉스턴 W로 바뀌면서 하부 디자인이 초창기의 일체형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이렇게 하부 디자인이 과거의 것으로 다시 돌아간 것은 쌍용차가 내부적으로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쌍용차는 설계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고, 하부 디자인이 바뀐 것은 전체적인 자동차 하부 레이아웃을 바꾸면서 바뀐 것이지 렉스턴 2 구조에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돼 바꾼 것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같은 하부 구조를 사용하는 액티언 등에서 사고 발생

 쌍용차의 설명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렉스턴 2와 같은 하부 구조를 가진 액티언 등에서도 같은 바퀴 빠짐 사고가 발생한 것을 인터넷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구조상의 문제인지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같은 하부 디자인을 가진 차종에서 공통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 그것이 단순한 상관관계인지 아니면 인과관계인지 점검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국토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국토교통부 캡쳐_5

현재로서는 제조사가 문제를 발견해 대처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볼 조인트 부분은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는 부품이라고 주장하지만, 제조사는 노후화 될 수 있으니 정기 점검을 통해 교환해야하는 부품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고 부위는 일반 차량 점검을 통해서는 문제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운전자와 전문가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제조사는 공식 서비스 센터에 입고되면 점검을 통해서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고 맞섭니다. 아무런 전조가 없이 사고가 났다는 운전자들이 나오고 있지만, 제조사는 전조 증상이 없을 수 없다고 대립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운전자들이 기댈 수 있는 것은 정부밖에 없습니다. 자동차 관련 업무를 하는 국토교통부죠. 국토교통부는 지금껏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몰랐기 때문일까요?

사고를 당한 사람들 중의 일부는 국토부에 해당 사고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아무런 답변을 못 받은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국토부 산하 교통안전공단이 운영하는 자동차결함신고센터에도 해당 차종을 운행하다 사고가 났다는 신고를 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국토부가 해당 차종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국토부가 해당 차종에서 발생한 문제의 경중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지금껏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에서 바퀴 빠짐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추론할 뿐 입니다. 전문가들은 해당 부분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와 동승자의 생명과도 직결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합니다. 때문에 2,3대에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해당 부분을 철저히 조사해 문제가 있다면 리콜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람의 생명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요. 그런데 지금껏 국토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많은 운전자들이 혹 자신의 차도 운행 중 바퀴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사고가 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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