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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억울합니다" 장애인 부부 극단적 선택

[포토] "억울합니다" 장애인 부부 극단적 선택
"억울합니다. 억울합니다. 정말로 억울합니다…"

지난 22일 경북 안동시 송현동 단칸방에서 아내(37)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된 A(46)씨가 남긴 유서의 일부입니다.

A씨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된 것은 당일 오후 3시쯤.

연락이 닿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A씨의 친구가 이 집을 찾았을 때 이들 부부는 방안에서 나란히 숨진 채 누워 있었습니다.

부부는 평상복 차림이었고 주변에는 장문의 편지와 함께 소주와 맥주가 1병씩 놓여 있었다고 한 장례지도사는 말했습니다.

A씨는 태어날 때부터 왼쪽 팔이 펴지지 않아 사물을 잡을 수 없는 지체장애 3급이고, 아내는 정신지체 2급에 시각장애 1급의 중복 장애로 사물을 식별할 수 없었습니다.

직업 없이 두 딸과 함께 월 100만원도 되지 않는 기초생활수급자 생계비로 근근이 생활해왔지만 이웃들은 이들이 단란하게 살아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부부가 남긴 유서의 내용은 이랬습니다.

지난해 9월 23일 아침 중학교 1학년이던 큰딸(15)과 초등학교 4학년이던 작은딸(12)이 학교에 간 뒤 돌아오지 않아 걱정하고 있던 중 안동의 한 아동보호 기관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조사할 것이 있어 아이들을 보호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A씨 부부는 답답한 마음에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이들을 보호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며칠후 A씨는 "조사할 것이 있으니 출두하라"는 통보를 받고 경찰서로 나갔습니다.

A씨의 혐의는 지난 2012년부터 1년여에 걸쳐 큰딸을 모두 8차례에 걸쳐 성추행했다는 것입니다.

상담 과정에서 큰딸만 성추행 피해를 밝혔으나 아동보호기관은 원스톱지원센터와 공조, 학교에 있던 작은 딸을 보호시설로 데려갔습니다.

부부는 숨질 때까지 5개월여간 딸들을 볼 수 없었습니다.

이후 검찰은 지난해 12월 말 A씨를 아동 및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A씨는 지난 1월과 2월에 한 번씩 법정에 섰지만 검찰의 공소 사실을 모두 부인했습니다.

검찰의 공소장에는 A씨가 2012년부터 2013년 9월 사이에 집이나 길거리에서 8차례에 걸쳐 큰딸의 가슴이나 엉덩이를 만진 것으로 기재됐으나 구체적인 범행 일시는 없었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에 공소 사실을 좀 더 구체화시켜 혐의를 입증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지난 20일 열린 3차 공판에는 두 딸이 법정에 섰습니다.

A씨와 대면을 하지는 않았지만 큰딸은 성추행 피해를 진술했고, 작은딸은 목격 사실을 진술했습니다.

그로부터 이틀 뒤 부부는 "세상천지에 아이들을 상대로만 조사를 하다니 이런 법이 어디에 있습니까? 결백합니다.

혐의를 벗기 위해 저희 부부는 마지막 선택을 합니다"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습니다.

부부의 시신은 사망 과정에 강압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부검을 거친 뒤 A씨의 형 내외만 지켜보는 가운데 쓸쓸히 화장장으로 향했습니다.

재판에 관여한 한 법조인은 "A씨의 유죄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씁쓸하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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