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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란 조선소에서 포착된 美 항모…정체는?

[취재파일] 이란 조선소에서 포착된 美 항모…정체는?

이 위성 사진 재미있습니다. 조선소 야드에 대형 선박이 앉아 있습니다. 군사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딱 보니 항공모함입니다. 함재기의 이착륙 활주로도 선명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크레인에 가려진 부분은 잘 모르겠지만 육안으로도 함재기 3대가 항모 위에 탑재됐습니다. 사진은 미국의 상업위성 디지털 글로브가 페르시아만에 있는 이란 반다르 압바스 지역의 가친 조선소를 찍은 것입니다.

항모 선수에는 68이란 숫자도 보입니다. 미 해군 주력 항모 니미츠급의 상징 숫자입니다. 이란이 니미츠급 항모를 만들었을까요? 네. 만들기는 했습니다. Mock-Up, 즉 모형을 만들었습니다. 니미츠급 모형이 조선소 크레인보다 훨씬 큰 것을 보면 실물에 버금가는 크기입니다. 얼마 전 해외토픽으로 중국의 한 노인이 외손자를 위해 중국 1호 항모 랴오닝호 모형(뼈대는 어선)을 만들어줬다는 소식을 봤는데 이란의 항모 모형은 사이즈가 어마어마합니다. 왜 만들었을까요? 항모로서의 기능은 갖췄을까요?
김태훈 취파_500

■ 이란의 니미츠급은 프로파간다(propaganda)용 바지선!

뉴욕타임스, 스타즈 앤 스트라입스 등 외신들이 지난 주에 이 흥미로운 사진을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미국 정보당국은 지난해 여름, 이란이 가친 조선소에서 이상한 물건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란이 뭐하는지 두고두고 봤더니 결국 만들어낸 것이 니미츠급 항공모함이었습니다. 니미츠급의 길이가 1092피트 정도인데 이 모형은 진짜의 3분의 2 크기입니다. 미국 정보당국은 이 항공모함이 모형이고, 전함이라기 보다는 바지선으로 분석했습니다. 항공모함과 똑같이 생긴 바지선이니 빈껍데기 모형입니다. 함재기도 물론 모형일테지요.

바레인에 주둔하고 있는 미 해군 5함대측은 이란 니미츠급 모형의 정확한 용도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프로파간다, 정치 선전용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예를 들자면 이란 공군이나 해군이 실사격 훈련을 할 때 가상 적으로 이 모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란 전투기의 공격을 받고 니미츠급 항모가 침몰하는 장면이 연출되는 것이지요. 이런 장면을 찍어서 이란 국영 방송을 통해 내보내면 이란 입장에서는 영상만으로도 흐믓할 것 같기는 합니다. 이란은 실제로 바지선을 가상 적 함정으로 상정하고 침몰시키는 훈련을 한 뒤 국영 방송을 통해 내보낸 적이 있습니다. 미 해군측은 니미츠급 모형이 이런 용도 외에는 전술적인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 다른 나라도 이렇게 하나?

다른 나라들도 이런 식으로 무기 모형을 종종 만들고는 합니다. 미국도 그렇고 중국도 그렇고 전술적인 이유로 모형을 만듭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우리나라 예비군 훈련장에 있는 시가전 훈련장의 모형 도시도 비슷한 부류입니다. 중국은 내륙 우한이란 곳에 랴오닝호 모형을 만들어 놓은 적이 있습니다. 항공모함 모형을 바다에서 60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만들어 둔 것입니다. 랴오닝호 모형의 목적은 랴오닝호 승조원 훈련이었습니다. 처음 도입하는 무기체계이다 보니 특히 함재기와 무기 운용 훈련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우한에서 기술을 갈고 닦은 인민해방군이 지금은 랴오닝호의 승무원으로 뛰고 있습니다.

랴오닝호 모형을 만들어 훈련한 중국의 경우는 이해가 되는데 이란의 니미츠급 항모 모형은 아무리 프로파간다라고 해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이란의 적들이 보기엔 좀 우습지 않겠습니까. 이란군이 미군을 무찌르는 간단한 애니메이션 한편 만들어서 국민들에게 보여주면 될 것을 구태여 조선소에서 초대형 선박을 만들어 부술 필요까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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