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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미셸은 시진핑도 달리게 할까?

미셸 오바마, 19∼26일 '나홀로' 중국 방문

[월드리포트] 미셸은 시진핑도 달리게 할까?
얼마 전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이 백악관 본관 주위를 달린 동영상이 화제였다. 넥타이에 와이셔츠 차림으로 집무실을 나와 나란히 백악관을 한 바퀴 달린다. 그리고는 건배하며 물 한 잔씩 마시는 장면이다.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다음에 다시 만나서 함께 뛰자고 다짐한다.
오바마 바이튼 유튜
▲ 오바마-바이든 백악관 달리는 영상 바로가기


세계를 호령하는 미국의 정, 부통령을 달리게 한 사람은 누굴까? 다름 아닌 백악관의 안주인 미셸 오바마였다. 미셸은 미국민의 고질병인 비만을 퇴치하자는 '렛츠 무브(Let's move!)'를 수년간 주도해 왔다. 식품의약국(FDA), 보건부와 함께 가공식품 영양 표기를 20년 만에 바꾸기로 하고 칼로리 수치를 눈에 띄게 확대하는 개선안을 직접 발표했다. 이런 미셸의 노력에 오바마와 바이든이 달리기로 화답한 것이다.

미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7박 8일간의 중국 방문길에 올랐다. 15살인 큰 딸 말리아와 세 살 터울인 작은 딸 사샤, 친정 어머니인 마리안 로빈슨이 동행한다. 로빈슨 여사는 백악관에서 대통령 내외와 함께 산다고 한다. 3대가 함께 가니 동양의 미덕인 효(孝)를 존중하는 의미도 있다.

다음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다음달 하순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는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에는 백악관을 홀로 지킨다. 오바마도 꼼짝 못 할 백악관의 숨은 권력 4명의 자금성 행차인 셈이다.

방문 목적은 복합적이다. 여러 셈법이 숨어 있겠지만 그건 나중에 따져보는 게 낫겠다.
오바마 펑리위안
우선 관심은 중국의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과 만남이다. 지난해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캘리포니아 서니랜즈를 찾아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때 미셸은 백악관을 지켰다. 펑리위안은 뜻하지 않게 냉대를 당한 꼴이 됐다. 인민가수 출신인 그녀가 '정치적 선전에 동원됐다'는 과거를 문제 삼아 정치적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억측까지 나왔다.

미셸이 내놓은 이유는 단순했다. 큰 딸 말리아와 작은 딸 사샤가 학교에 가야 하는데 학기중에 학부모가 둘 다 집을 비울 수는 없다는 얘기였다. 이제 겨울이 지나 봄이다. 공립학교 봄방학은 4월 중순이지만, 사립학교에 다니는 사샤와 말리아는 오늘부터 방학이고 바로 그 기간에 '퍼스트 패밀리'가 중국 방문길에 오른 것이다.

이쯤 되면 펑리위안도 이해하지 않을까? 교육과 건강에 대한 열정, 그것도 오바마를 달리게 한 미셸의 열정을. 이번 방문의 테마도 교육이다. 미셸과 펑리위안은 베이징의 보통학교을 함께 찾아 학생들을 만난다. 유학을 준비하는 학교다. 미국 유학에 나서는 중국 학생들 수가 급증하는 때 두 나라간 '사람 대 사람(people to people)' 교류의 의미를 생각하자는 이벤트다. 교육 원탁회의를 주재하고 청두의 고등학교인 제7학교를 찾아 학생들과 대화를 나눈다. 펑리위안의 안내로 자금성을 둘러보고 공연도 관람한다. 그리고 저녁식사를 함께 한다.

시안에 가서는 중국이 자랑하는 병마용(Terracotta Warrior)을 , 청두에서는 우호 외교의 상징인 판다곰 연구 기지를 둘러본다. 인권 문제 같은 민감한 현안은 꺼내지 않는다고 한다. 전임 퍼스트레이디 로라 부시와 힐러리 클린턴과는 다른 기조다. 부드러운 외교(soft diplomacy)에 튀지 않는 '로키'라지만 백악관은 기대치가 높다. 백악관이 주최한 전화 문답 형식의 텔리콘퍼런스엔 퍼스트레이디 부속실장인 티나 첸 뿐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벤 로즈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까지 나서 언론에 배경을 설명했다. (티나 첸은 중국계인데 미셸의 중국 방문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지구 반대편 네덜란드 헤이그에서는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이 다음주에 열린다. 세계 정상들이 모이는 핵안보정상회의의 '옆줄'에서 단 둘이 다시 만난다. 우크라이나 사태,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으로 세계 정세가 요동치는 때다. 파워 폴리틱스(power politics)-힘의 정치를 앞세운 신냉전 질서의 도래를 수용할 것이냐, 국제법의 명분과 경제적 압박으로 러시아를 물러서게 할 것이냐 절체절명의 시기다. 오바마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마주보고 달리는 격이다. 군사적 대응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그에게 더 세게 달리지 않고 뭐하느냐는 주문도 있지만, 오바마는 넥타이를 맨 채 달리고 있다. 바이든 부통령도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같은 동구권, 옛 소련권 국가들을 돌며 안전보장을 다짐하느라 진땀이 난다, 목이 탄다.

이런 때 미국으로선 중국의 손길이 긴요할 수밖에 없다. 푸틴과 마주선 오바마는 시진핑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같은 방향으로 달려야 할 처지다. 미셸과 펑리위안의 만남은 그러한 여건 조성에 일조할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백악관에서 오바마를 달리게 한 미셸, 펑리위안과 손잡고 시진핑도 달리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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