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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연아, 항소 안 하는게 나을 듯

[취재파일] 김연아, 항소 안 하는게 나을 듯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는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치고도 개최국인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 뒤져 2회 연속 우승에 실패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심판들의 채점에 대해 크게 분노했고 국제적으로도 커다란 논란거리가 됐습니다. 판정에 대해 불복하거나 이의가 있을 경우에는 규정상 경기 당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항소해야 합니다.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유럽 시간으로 2월20일에 있었으니까 3월22일까지가 시한입니다. 그런데 22일이 토요일이기 때문에 사실상 21일까지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국제빙상연맹(ISU)에 항소할지, 아니면 하지 않을지를 놓고 대한빙상경기연맹이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늦어도 20일까지는 결론을 내려야 하기에 초읽기에 몰린 상황입니다. 빙상연맹은 내심 항소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1. 김연아 본인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판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  김연아 선수 본인 또는 코치가 경기 직후 이의(Protest)를 신청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았습니다. 선수나 코치가 이의 신청을 하지 않고 시상식까지 모두 참가한 상황에서 빙상연맹이 나서 뒤늦게 항소(Appeal)해도 국제빙상연맹을 납득시키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2. 심판 채점은 항소의 대상이 아니다.
-피겨 스케이팅은 육상, 수영처럼 기록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심판의 판단에 의해 점수가 결정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ISU 규정에 따르면 심판 채점은 항소의 대상이 아닙니다.

3. 항소할 경우 불이익이 예상된다.
-항소할 경우 김연아 선수 또는 김해진, 박소연 등 후배 선수에게 불이익이 예상된다는 우려입니다. 김연아는 결국 '판정에 불복한 선수'로 낙인찍히면서 향후 IOC 선수위원 도전에도 악영향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항소의 대상이 아닌 안건을 항소할 경우 국제적 웃음거리가 되고 심판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돼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이 또 불이익을 당할 것이란 걱정도 있습니다.

4.물증이 없어 징계위원회 구성 요청이 어렵다.
-일부에서는 국제빙상연맹에 심판 징계위원회 구성을 요청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심판들이 실제로 부정을 저질렀다는 '예단'이나 전제가 포함된 요구 사항입니다. 심판이 매수를 당했다거나 협박을 당했다는 구체적 물증이 없어 징계위원회 구성을 요청하는 것은 자칫 '넌센스'가 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이런 이유에도 불구하고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어쩔 수 없이 항소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항소를 하지 않을 경우 네티즌은 물론 우리 국민들의 호된 비난과 가혹한 질책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대한체육회의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익이 없는 것은 잘 알지만 항소하지 않을 경우 여론은 물론 국회의원들에게 당장 혼쭐이 날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스포츠취재를 오래한 저의 경험으로는 항소했을 때와 안했을 경우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현재의 규정과  여건, 한국의 스포츠 외교력 등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때 항소를 안 하는것이 조금 이라도 더 낫다는 판단입니다. 국제 빙상계도 "진정한 챔피언은 김연아이고 홈텃세로 소트니코바가 금메달을 차지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심판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국으로서의 위상, 김연아 선수의 이미지, 후배 선수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우리가 손해를 보더라도 대승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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