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보행 신호' 더 자주, 더 길게…사고 줄일까?

<앵커>

서울시가 횡단보도의 보행신호를 더 자주, 더 길게 주는 방향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운전자는 불편해지지만, 도심 교통체계를 바꾸면 빈번한 보행자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뉴스인 뉴스, 최재영·최효안 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학생들이 갑자기 차도로 뛰어듭니다.

운전자는 간담이 서늘합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무단 횡단한 곳 바로 앞에는 횡단보도가 있습니다.

[김보람/경기도 고양시 백양로 : 바로 눈 앞인데 오래 기다리려니까 답답하고 그냥 가도 될 거 같은데….]

이런 사고를 줄이기 위해 서울시는 지난해 횡단보도 360곳의 신호체계를 보행자 중심으로 바꿨습니다.

보행신호 간격을 줄여 더 자주 주고, 신호도 더 길게 해 무단횡단도 줄이자는 취지입니다.

차량의 속도를 그만큼 줄이자는 의도도 있습니다.

신호체계가 바뀐 횡단 보도입니다.

이곳은 그동안 110초를 기다려야 25초짜리 보행신호를 한 번 받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50초만 기다리면 첫 번째 보행신호가 켜지고, 다시 35초 뒤에 두 번째 보행신호가 들어오는 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횡단보도도 그동안 80초를 기다려야 했지만, 이제는 50초만 기다리면 보행신호로 바뀝니다.

[최상욱/은평구 불광로 :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신호가 자주 바뀌면 무단횡단도 줄어들고 좋을 거 같아요.]

시청 근처에 있는 이 횡단보도의 보행신호는 무려 75초나 됩니다.

보행신호는 기본 7초에 1m에 1초씩 늘어나 8m인 이 횡단보도는 15초였지만, 보행자가 많자 5배나 늘린 겁니다.

서울에서만 해마다 이런 차도를 건너다 숨지는 사람이 130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는 서울시 전체의 교통사고 사망자의 30%를 차지합니다.

서울시는 올해도 120곳의 횡단보도 신호체계를 보행자 중심으로 바꿀 계획입니다.

사실 보행 신호가 길어지면 운전자들은 불편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통 신호체계를 보행자 중심으로 바꾸는 걸 더는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서울시와 교통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보행자 사망률이 가장 높은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서울에서 최초로 보행자 중심으로 교통체계가 전면적으로 바뀐 곳에 한 번 가보실까요?

두 달째 승용차 진입이 전면 금지된 연세로입니다.

차가 워낙 많아 보행자 사고의 위험이 컸던 길인데, 버스와 16인승 승합차만 허용되면서 교통량 자체가 줄었고 보행 사고위험도 감소했습니다.

도로와 바짝 붙은 인도를 위험하게 걷던 풍경도, 도로와 인도 사이에 공간이 생기면서 보행자에게 안전하게 바뀌었습니다.

[김태현/서대문구 연희로 : 예전에는 차들이 많아서 골목에서 차들이 나오는 게 위험했는데, 지금 이제 보행자 위주로 바뀌고 나니 안전해서 좋은 것 같아요.]

고가도로 철거, 혼잡통행료징수와 함께 서울시는 차 없는 거리도 확대할 방침입니다.

광화문 앞부터 세종로까지였던 보행 전용거리를 서울광장을 거쳐 숭례문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하반기 실시를 목표로 추진중입니다.

[설재훈/한국교통연구원 박사 : 서울의 경우 좁은 면적에 많은 자동차와 보행자가 움직이기 때문에 보행자 사고율이 매우 높습니다. 서울의 보행자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동차의 속도를 보다 낮추고, 또 보행자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교통체계를 만드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국 런던의 경우 이미 지난 2003년부터 혼잡통행료를 징수하고 있고, 프랑스 파리는 지난해 센 강변의 자동차 전용도로 일부를 아예 폐쇄하는 등 도심지 차량진입을 억제했습니다.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 도심의 교통정책도 차량 흐름과 보행량을 분석해, 보행자 위주로 바꾸고 도심 유입 차량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합니다.

(영상취재 : 김성일·김학모·김승태, 영상편집 : 우기정)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