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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국, '킬러 로봇' 팔랑크스 계약…논란 속으로

UN의 ‘킬러 로봇’ 제재 움직임…팔랑크스 도입 문제 없나

[취재파일] 한국, '킬러 로봇' 팔랑크스 계약…논란 속으로
 우리 정부가 며칠 전 미국 방산업체 레이시온과 20mm 전자동 속사 기관포 팔랑크스(Phalanx)를 도입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레이시온의 팔랑크스 단일 판매 액수 역대 기록을 깨는 1억 23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입니다. 우리 돈 1320억원 들여서 9기 들여옵니다. 팔랑크스 비쌉니다. 팔랑크스는 장병들이 작동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컴퓨터에 의해 작동되는 전자동 기관포입니다. 팔랑크스 스스로 적진의 물체를 탐지, 추적해서 적으로 판단되면 공격하는 아주 빼어난 무기인 만큼 비쌉니다.

 그런데 빼어나다 보니 견제도 심합니다. 팔랑크스는 인간의 판단이 개입하지 않는 전쟁 무기, 즉 킬러 로봇입니다. UN이 작년부터 킬러 로봇을 제재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팔랑크스는 UN이 지목한 몇 안되는 킬러 로봇 가운데 하나이자, 킬러 로봇이라고 불리는 전쟁 무기들 가운데 가장 완성된 형태입니다. 게다가 전력화까지 됐습니다. UN이 킬러 로봇에 대한 제재를 어느 수준까지 높일지 아직은 미지수이지만 우리 해군도 휘말릴 소지가 다분합니다.

● 완벽한 킬러 로봇, 팔랑크스

팔랑크스는 원래 고대 그리스의 전투대형을 일컫습니다. 2.5m 정도의 긴 창을 든 중장보병(重裝步兵)들이 방패를 앞세우고 몇겹으로 촘촘히 서서 창을 앞으로 내밀고 공격하는 대형입니다. 맞은 편에서 보면 마치 고슴도치 같아서 비집고 들어갈 빈틈이라곤 찾을 수 없습니다.

레이시온의 근접 방어무기 체계 팔랑크스도 이와 같습니다. 우리 해군이 도입하는 최신 모델은 분당 4500발을 쏘아댑니다. 주변에서 어른거리던 적기나 적 미사일은 어느 한곳에라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주요 타깃은 함정으로 빠르게 돌진하는 대함 미사일이나 항공기 등입니다. 미 해군 함정들은 팔랑크스를 대함 미사일에 대한 최후의 방어 수단이라고 부르는데 자동화의 정도로 놓고 보면 사실상 완전 자동화된 킬러 로봇입니다. 함정을 공격하는 미사일이나 전투기의 속도가 빠르다 보니 사격 판단을 오롯이 로봇이 하기 때문입니다. 지상 공격용이 아니어서 오인 발사로 인한 민간인 살상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UN이 보기엔 영 못마땅합니다.

● UN이 레이시온 제재하면 한국 해군은?

우리 해군은 팔랑크스를 오는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울산급 차기호위함(FFX Batch-2)과 고속전투 지원함(AOE-2급)에 장착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그 이전에 UN이 킬러 로봇에 대한 어떤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UN 인권이사회는 작년 5월 오로지 킬러 로봇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됐었습니다. 인권이사회는 킬러 로봇의 생산, 이전, 이용 금지를 우선 ‘촉구’했습니다. 또 국제적인 합의가 도출될 때까지만이라도 드론의 경우는 시험, 생산, 조립, 배치, 활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UN의 재래식 무기 금지협약(CCW)은 작년 1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의를 열고 킬러 로봇을 올해 논의할 공식 의제로 선정했습니다. 오는 5월이면 CCW가 다시 소집돼 킬러 로봇의 정의와 개발 규제 여부 등을 본격적으로 논의합니다. 킬러 로봇의 개발과 사용을 제한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강력한 수준이라면 연구, 개발, 생산 등을 중단시키고 이미 전력화된 킬러 무기는 사용을 금할 수도 있습니다. 개발업체에만 제재를 가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수준의 제재이든 팔랑크스의 제조업체 레이시온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해군의 팔랑크스 도입 과정은 순탄할까요. 그럴 리가 없겠지요.

드론의 오인 사격으로 민간인 희생이 워낙 많다 보니 킬러 로봇에 대한 민심이 흉흉합니다. 게다가 팔랑크스는 영국의 무인 스탤스 공격기 타라니스와 함께 UN이 가장 주목하는 킬러 로봇입니다. UN이 킬러 로봇이라고 지목한 한 전쟁 무기의 개발 업체는 UN 리스트에 오르는 것이 부담돼 “개발 중단했다” “절대 안 만들 것이다”라며 발을 빼기도 했습니다. 제재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제재를 받으면 업체뿐 아니라 무기를 구입한 고객도 피해를 봅니다. 팔랑크스를 사들이기로 결정한 우리의 방위사업청은 그런 저간의 사정을 알고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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