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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사건 세상에 알린 울산 강제노역 현장

형제복지원 사건 세상에 알린 울산 강제노역 현장
부산 형제복지원 인권유린 사건을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일고있는 가운데, 당시 형제복지원 사건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된 울산의 강제노역 현장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18일 울산시 울주군 청량면 삼정초등학교 옆 야산.

도로변에서 산 쪽으로 100m가량 걸어 올라가자 허름한 건물 2동이 나왔다.

1개 동은 오랫동안 방치된 듯 창문이 뜯겨나간 상태였으나, 비교적 관리가 잘 된 나머지 1개 동은 사람의 출입이 유지되는 것처럼 보였다.

건물 주변은 가지가 앙상해진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선 평범한 야산의 모습이다.

이 일대는 28년 전 200여명의 형제복지원 원생들이 강제 노역에 시달리던 현장이다.

아직 남아있는 2동의 건물은 당시 원생들이 감시를 받으며 생활했던 수용시설이다.

그러나 이들 건물 외에 개간작업이 한창 이뤄졌던 당시의 흔적은 찾아볼 수는 없었다.

이후 이 일대에는 1천8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와 초등학교가 각각 들어섰다.

당시의 사건을 어렴풋이 기억하는 한 주민은 "부랑자를 데려와 강제노역시킨 현장이 적발됐다는 소문에 동네 사람들이 구경을 갔던 기억이 난다"면서 "작업면적이 어림잡아 4천∼5천평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의 시골 야산에서 벌어진 이 노역은 복지시설이 자행한 국내 최대 인권유린 사건으로 꼽히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1986년 당시 부산지방검찰청 울산지청에 근무하던 김용원 검사(현재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 '매를 맞으면서 노역하는 현장이 있다'는 제보를 듣고 수사를 시작했다.

김 변호사는 "약 200명이 남루한 복장을 하고 곡괭이 등을 들고 개간작업을 하고 있었고, 몽둥이를 들고 경비견을 동원한 경비원들이 주변을 지키고 있었다"면서 "누가 봐도 의심스러운 상황에 수사에 착수, 결국 형제복지원의 인권유린과 부조리를 확인하는 단초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당시 사건을 덮으려는 내외부 압력으로 수사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늦게나마 전면적인 진상조사와 피해자 보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약 3천명을 수용한 전국에서 가장 큰 부랑인 수용시설이었던 부산시 진구 당감동의 형제복지원에서 1975∼1987년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거리에서 발견한 무연고 장애인과 고아 등을 끌고 가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과 구타, 학대한 인권유린 사건을 말한다.

그러나 형제복지원 이사장은 재판 끝에 징역 2년 6개월의 형을 받는데 그쳤고 원생들에 대한 불법구금, 폭행, 사망에 대해서는 기소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 대책위원회 공동대표와 사건 피해자 28명은 작년 12월 국가인권위원회에 국가를 상대로 인권침해에 대한 진상 조사와 보상 대책을 요구하는 진정을 냈고, 정부는 최근 관계기관 실무 대책회의를 열고 관련자료 수집에 나섰다.

(울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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