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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좋은 영화? 흥행 영화? 재미있는 영화?

[취재파일] 좋은 영화? 흥행 영화? 재미있는 영화?

  지난 7월 처음 영화담당 기자가 된 이후 많은 영화를 봤습니다. 또, 취재파일 '최호원 기자의 어떤 영화 볼까?' [[클릭]]을 통해 영화에 대한 개인 평점도 전달할 수 있었죠. 제 시각은 영화평론가들의 거창한 안목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가볍게 영화를 즐기면서 적은 평점입니다. '영화를 평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는 고민은 지난 7월 취재파일로도 전해드렸습니다. [[클릭]]

  지난 6개월간 영화를 담당하면서 또 하나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좋은 영화가 흥행하는 것이 아니고, 흥행하는 영화가 모두 재미있는 영화도 아니다'라는 겁니다. 우선 어떤 영화들이 좋은 영화, 흥행 영화, 재미있는 영화일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 '좋은 영화': 1) 훌륭한 주제의식 2) 뛰어난 배우 연기 3) 새롭거나 뛰어난 연출력이 조합. 즉, 영화적으로 의미가 있는 영화입니다. 앞으로 나올 '좋은 영화'라는 단어는 이런 의미로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 '흥행 영화': 무조건 관객이 많이 들어온 영화
- '재미있는 영화': 관객들이 재미있게 본 영화

   가장 연관성이 높은 것은 '흥행 영화'와 '재미있는 영화'겠죠. 재미있으니까 관객들이 많이 보고, 흥행이 되는 것일테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꼭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아래 흥행 영화 TOP15를 보시죠.
2013 영화 흥행
  우선 '7번방의 선물'이 위 15개 영화 가운데 가장 재미있는 작품은 아닐 겁니다. 또, '관상'보다 '그래비티'를 더 재미있게 보신 분들이 있을 것이고요. 제가 재미있게 봤던 '소원'은 22위(271만 관객)에 그쳤군요. 결국 흥행을 좌우하는 것은 '재미'뿐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세 가지가 중요한데요.
 1) '마케팅'-얼마나 관심을 끌어올렸느냐? 
 2)  '배급시기'-개봉시기 어떤 작품들과 경쟁하느냐?
 3) '확보 스크린수'-전국 스크린을 어느 정도 확보하느냐?
  특히 스크린 수가 중요합니다. 웬만한 극장체인에 모두 걸려 있다면 600여개입니다. 영화 '소원'과 '그래비티'가 이 정도였죠. 한 극장에서도 여러 상영관에서 한다면 800-900개쯤 됩니다. 요즘 '변호인' 수준입니다. 그리고, A영화밖에 볼 수가 없다면 1000개 이상이 되는 겁니다. '아이언맨3',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이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겪었죠.
관상
  '재미있는 영화'에 대한 평가도 바뀌고 있습니다. 관객층이 폭넓어졌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초만해도 영화는 20, 30대의 전유물이었습니다. 20, 30대 몇 명이 재미있다고 하면 흥행이 되는 영화였고, 또 재미가 없다고 하면 '흥행이 어렵겠구나' 했죠. 그런데, 요즘은 40, 50대 관객들이 늘면서 달라졌습니다. 여성과 남성 관객들의 취향도 다르니 예측은 더욱 어려워졌죠. 40대 남성 관객인 제가 좋아했던 '스파이'의 경우 주변 여성 관객들의 반응은 시큰둥 하더군요. '관상'의 경우 저는 보통 정도의 재미였는데, 주변 50대 안팎의 분들은 "상당히 재미있게 봤다"고 하시더군요. 누군가에게 재미있다고 평가받은 영화가 반드시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아닌 것이죠.
국제영화제 수상작
  이제 '좋은 영화', 영화적으로 의미가 있는 영화들도 '재미있는 영화', '흥행 영화'들과 경쟁합니다. 좋은 영화들의 한 가지 기준은 각종 영화제의 수상 경력이죠. 해외 영화제 수상작들의 국내 성적을 살펴보죠. (위 표 참고) '레미제라블'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군요. 무엇보다 흥행 요소(마케팅+배급망+스크린수)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흥행 영화들을 폄하하지 말라. 이들도 좋은 영화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그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1) 훌륭한 주제의식 2) 탁월한 배우 연기 3) 새롭거나 뛰어난 연출력 등을 어느 정도 갖췄기 때문에 흥행을 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국내 흥행 영화 가운데 해외 영화제에서까지 호평을 받은 작품은 '신세계'(스페인 시체스 영화제 포커스아시아부문 최우수작품상)' '연애의 온도'(중국 상하이국제영화제 신인감독상/국내 관객 186만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국내 영화제에서 인정을 받은 '설국열차', '관상', '소원' 등까지 폭넓게 인정하더라도 역시 모든 흥행 영화가 좋은 영화의 조건을 갖춘 것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실버라이닝플레이북
   물론 '좋은 영화'라도 정말 진짜 재미가 없어서 관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면, 그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위 표에 나온 해외 영화제 수상작들이 정말 10만-20만명도 좋아하지 않았을 '재미 없는' 영화였을까요?

   저는 국내 영화시장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대형 투자배급사와 극장체인, 그리고 영화 마케팅업계가 관객들로 하여금 몇몇 흥행영화만 보도록 유도를 하고 있는 것이죠. 좀 과한 비유일 수 있지만, 마치 양치기 개들이 양떼를 몰고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올해 국내 흥행 상위 10개 영화가 전체 영화산업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36%입니다. 지난해 35%보다 더 높아졌습니다. 10개 영화를 제외하고 올해 상영된 영화는 887편입니다. 미국은 올해 상위 10개 영화의 매출액 점유율은 29% 수준(미국 할리우드모조 사이트 분석)입니다. 일본은 지난해 기준으로 23%(일본 영화제작가연맹 자료)에 불과합니다.
  좋은 영화, 흥행 영화, 재미있는 영화가 같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2014년, 여러분은 앞으로 어떤 영화를 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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