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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변호인' 티켓 테러 루머 확인해보니…

[취재파일] '변호인' 티켓 테러 루머 확인해보니…
  23일 오전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트 상에서는 "영화 변호인에 대한 티켓 테러가 발생했다"는 글이 올라와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첫 소식을 접한 곳은 영화정보 사이트 '익스트림 무비'의 '영화수다' 코너였습니다. 23일 새벽 3시 12분에 올라온 이 글의 제목은 '변호인 예매 대량 취소 발생'입니다.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매니저로 근무하는 드팩민입니다. 토,일 이틀 동안 ‘변호인’의 티켓을 대량 구매하신 고객님들이 상영직전 오셔서 환불하는 건수가 10여 차례 이상 발생했습니다. 1건당 대략 100장 이상씩 이었습니다.
  현행 규정에는 상영 20분 미만에는 예매표의 환불이 불가능한데, 100장을 상영 1분전에 들고 와서 환불해 달라며 티켓박스 앞에서 여자 아르바이트생에게 행패를 부리고 보안요원을 폭행한 사례도 있었다"

  '티켓 테러'는 상영 전에 영화 좌석을 대량으로 예매한 뒤 상영 20-30분 전 한꺼번에 취소하는 겁니다. 그럼 취소 좌석을 현장 관객들이 메워줘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좌석 펑크가 나는 겁니다. 변호인은 1981년 부림사건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을 그리고 있어 개봉 전부터 논란이 뜨거웠던 작품입니다. 보수적 네티즌들이 '티켓 테러'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는데, 이런 글이 실제로 올라온 것이죠.

티켓 테러 논란

  많은 언론들이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며 기사를 썼습니다. 저도 사실이라면 8시 뉴스 리포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확인 취재에 나섰습니다. 우선 '드팩민'이라는 호칭에서부터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드팩민은 가수 이승환의 회사 '드림팩토리'의 팬을 의미합니다. 확인 결과 티켓 테러의 원본 글은 '네이버 이승환 팬클럽' 사이트에 22일 밤 11시51분 처음 '변호인 환불에 티켓 1000여장 이상 손해를 봤네요...ㅠ'라는 제목으로 올라와 있었습니다. 3시간여만에 익스트림 무비 사이트로 옮겨진 것이죠.

  원본 글을 쓴 네티즌은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진 오늘 오후 3시 9분에 다시 팬클럽 사이트에 '영화관 매니저입니다. 진실을 자꾸 감추려 하네요'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매체에서 취재요청을 쪽지로 많이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저는 아무것도 겁나고, 무서운 것이 없었기에 글을 올렸을 뿐인데, 비난 받을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회사에서도 다른 기사를 보시고, 제가 이런 글을 올린 것을 알아버리셨네요. 오늘 어떤 누가 그러네요. (그동안) 이름만 직책만 알았고, 오늘 처음으로 얼굴을 봤던 (회사) 분인데, "진실은 감춰지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말해..

  원본 글을 작성한 네티즌을 찾아 여러 영화관을 실제로 돌았습니다. 제가 회사로 복귀한 후 오후 5시반쯤 이 네티즌은 티켓 테러 글 두 건을 모두 삭제했습니다. 또, 제게 쪽지를 보내 "문제가 확대  재생산됨을 원치 않는다. 찾아가신 곳은 제가 근무하는 곳이 아니"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티켓 테러가 정말 있었다면 내부 고발자인 이 네티즌보다 테러범(?)을 찾는 것이 핵심이겠죠.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극장체인업체 모두 "내부 확인 결과 지난 주말 대량 환불 사태는 없었다"고 입을 모았으니 사건은 미궁 속에 빠질 듯합니다. 가장 먼저 사태를 파악하고 대책 마련에 분주해야 할 투자배급사 'NEW'도 "사실 관계를 모르겠다"고 밝혔습니다.

변호인 사진
 몇몇 영화계 관계자는 "설령 티켓 테러가 있었더라도 좀 과장해서 글을 쓴 듯 하다"고 말했습니다. 

1) 1건당 100여장 씩 '티켓테러'가 주말 10여 차례 발생??

  CGV의 경우 1명이 1회에 최대 8장까지, 또 최대 6번까지 예매할 수 있고, 하루 최대 예매는 24장까지 가능합니다. 롯데는 하루 최대 32장이 가능합니다. 100여장이 같은 상영시간 같은 상영관에 같이 예매된 뒤 같이 취소되려면, 최소 3-5명이 공모해야 합니다. 그렇게 몇 십장이 전국에 1,2회 일어날 수는 있어도 한 극장에서 100여장씩의 티켓테러가 10여 차례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는 설명입니다.

 2) 상영 1분 전 매표소에 와서 환불 요청 행패??

  상영 1분 전이면 100% 거절되고, 극장측으로부터 업무방해죄로 고소당할 수도 있습니다. 상영시간 20분 전에 딱 맞춰오는 경우도 오프라인에선 환불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예매취소는 보통 온라인 상으로 이뤄집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그럴 경우 각 극장체인의 사내 고객대응 사례로 취합돼 본사에 보고됩니다. 극장들은 그런 보고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3) 온라인 대량 취소자는 100% 신원 확인...
 
  지난달 말 한 차례 '티켓 테러'를 겪었던 인권영화 '어떤 시선'의 경우 온라인으로 고객 A씨가 한 번 대량 예매 후 대량 취소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온라인 대량 취소는 신원이 정확하게 나옵니다. 업무방해죄 고소를 감수하고 그런 일을 벌일 사람이 1회에 3-5명 씩, 하루에 수십 명 나오기는 어렵습니다.

4) 주말 관객 100만명 이상인 영화에 1000여장의 티켓테러?

  지난 18일 개봉한 변호인은 23일 기준으로 175만명의 관객이 들어왔습니다 흥행 속도는 1200만명을 동원한 '7번방의 선물' 수준입니다. 극장 체인들의 예매 제한 시스템을 고려할 때 특정 영화의 흥행을 막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물론 원본 글을 쓴 서울 지역 영화관 매니저인 네티즌의 말이 모두 사실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극장 체인이 사실을 숨기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진실은 뭘까요? 꼭 그 분을 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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