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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롤러코스터', 하정우의 도전은 무모하지 않았다

[리뷰] '롤러코스터', 하정우의 도전은 무모하지 않았다
배우 하정우가 카메라 앞이 아닌 카메라 뒤에 섰다. 이번엔 감독이다. 영화 '롤러코스터'를 통해 배우 데뷔 10여 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동료 배우 류승범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하정우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 연출까지 담당한 '롤러코스터’는 '육두문자맨'으로 스타덤에 오른 한류스타 마준규(정경호 분)가 수상한 비행기에 탑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 영화. 

'롤러코스터'는 배우보다 감독의 이름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영화다. 작품에 대한 욕심과 연기 역량이 비례하는 몇 안되는 스타인 하정우가 배우를 넘어 감독에 도전한다는 것은 충무로 관계자들은 물론 관객들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지난 14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롤러코스터'는 하정우의 아이디어와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코미디 영화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웃음'이라는 지향점에 충실하다. 기승전결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탄탄함보다는 장면 장면 번뜩이는 유머로 관객의 웃음보를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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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웃음을 책임지는 것은 개성 넘치는 캐릭터. 욕쟁이 한류 스타 마준규(정경호 분), 한류 스타에 푹 빠진 중년 여인(황정민 분), 이상한 불경을 외는 스님(김병옥 분), 특종에 눈 먼 스포츠지 기자(최규환 분), 엉뚱한 면모가 돋보이는 안과 의사(이지훈 분) 등 10여 명이 넘는 주요 인물이 등장해 한 편의 개그 프로를 보는 듯한 연속성 넘치는 웃음을 제공한다. 비행기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 추락 위기라는 돌발 상황 속에서 배우들은 자신의 개인기를 십분 발휘한다.

유머로 무장한 에피소드들이 쉴 새 없는 웃음을 선사하는 반면, 인물 간의 관계에서 파생되는 드라마는 다소 약한 편이다. 또 전반부의 생동감에 비해 후반부의 뒷심도 딸리는 감이 있다.

그러나 킬링 타임용 무비로서는 기대 이상의 재미를 선사한다. 10~20대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진 '병맛 코드'가 영화 전반을 관통하면서 독특한 매력을 획득했다. 영화 초반 빠른 호흡으로 치고 빠지는 유머 코드에만 잘 적응한다면 94분의 러닝타임 내내 신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또 이 영화에서는 새 얼굴을 발견하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드라마에서 주,조연급으로 활약해온 정경호는 이 영화를 통해 종전과는 차별된 흥미로운 캐릭터 연기를 선보였다. 인기 스타의 화려한 위용 아래 감춰진 위선적인 면모를 유머와 결합해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후반부 비행기 추락 위기에서 히스테리컬한 성격을 드러내는 원신 원테이크'(One Scene One Take)는 놓칠 수 없는 장면 중 하나다.

이밖에 한성천, 최규환, 이지훈, 강신철, 고성희 등 관객들에게는 다소 낯선 신인급 배우들이 인상적인 연기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했다.

걸그룹 씨스타의 히트곡 '나 혼자'를 메인 테마로 한 사운드트랙도 인상적이다. 하정우 기획의 영화 '577 프로젝트'에서부터 손발을 맞춰온 푸디토리움(Pudditorium)의 김정범이 영화 음악을 담당해 감각적이면서도 세련된 사운드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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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롤러코스터'를 통해 우리는 감독 하정우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첫 번째 연출작으로 가볍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선택해 장르적 재미에 충실한 결과물을 내놓았다. 출연하는 영화마다 캐릭터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하정우는 각본가이자 감독으로서 캐릭터를 풍부하게 만들어내고, 상황에 맞게 신들을 능수능란하게 컨트롤하며 생동감 넘치는 코미디 영화를 만들어냈다.  

일찌감치 두번째 연출작으로 위화의 소설의 원작으로 한 '허삼관 매혈기'를 확정한 그가 또 어떤 작품을 내놓을지 벌써 궁금해진다. 

순제작비 5억 9천만 원으로 제작된 '롤러코스터'는 알뜰하게 그러나 알찬 결과물로 관객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정식 개봉에 앞서 지난 12일 폐막한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관객과 관계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94분, 10월 17일 개봉.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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