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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촌스러워"…만화에 뜻 모를 영어 남발

언어 사대주의에 빠진 아이들

<앵커>

어린이들 만화 참 좋아하죠. 그런데 만화 속 인기 캐릭터들을 보면 뜻 모를 영어를 반복해 외칩니다. 무엇이든 흡수할 나이의 우리 아이들은 캐릭터가 쓰는 영어는 멋지고, 같은 뜻의 우리말은 촌스럽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김종원 기자의 생생 리포트입니다.



<기자>

텔레비전에서 만화가 나오자 아이가 이목을 집중합니다.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트랜스포메이션!]

서툰 세 살배기 말로 어떻게든 따라 해봅니다.

이 애니메이션을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합체하자! 또봇 X, Y 인테그레이션(합체)]

[또봇! 트랜스포메이션(변신)]

[더블유! 테이크 오프(날아라)]

인티그레이션은 통합, 트랜스포매이션은 변신이라는 뜻의 어른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영어 단어입니다.

외국에서 수입한 만화영화는 한 술 더 뜹니다.

[GT02 고릴라, RH03 래빗(토끼). 석 대의 버스터 로봇들이 컴바인 오퍼레이션(합체 작동)! 필살기 트랜션 플래시로 적을 무찌른다.]

요즘 최고 인기라는 이 만화도 골드 드래곤, 에픽 드래곤 배틀 등 어려운 영어가 줄줄 나옵니다.

문제는 언어를 막 익히기 시작하는 6살에서 8세 아이들이 주로 본단 겁니다.

[김시내/유치원 교사 : 어릴수록 쓰기보다는 읽기, 들려주기, 말하기로 (한글을 배웁니다.) 지금 시기가 그런 시기이기 때문에, 봤을 때 멋있으면 그냥 (잘못된) 언어도 가차없이 받아들이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또봇 변신할 때 뭐라고 그래요?) 트랜스포메이션.]

[(그러면 합체할 때 뭘라 그러는지 아는 사람?) 알알아요! 인티그…레션]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 …]

이런 착각까지 합니다.

[(어느나라 말 같아요? 우리나라!]

[('또봇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하는 게 더 멋있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은 이쪽으로 와주시고요, '또봇 변신' 이 더 멋있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은 이쪽으로 와주세요. 시작!)]

물어보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영어가 더 멋있다는 쪽으로 우르르 이동합니다.

[유치원생 6살 : 미국 말인 거 같으니까 더 재미있어서요. '합체'는 약간 이상한 거 같고, 이쪽(영어)은 좀 멋져요.]

[초등학교 3학년 : '합체'라고 하면 폼이 안 나니까 '트랜스포메이션'이 더 나은 것 같아요.]

[고창운/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 문제는 (외래어가 아닌) 외국어가 문제죠. 외국어라고 하는 것은 얼마든지 쉬운 우리말로 나타낼 수 있는 말인데, 그걸 그대로 갖다 쓰는게 문제죠. 제가 보기에는 아마 역사이래 가장 극심한 외국어 사대주의에 빠진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글로벌 시대에 지나친 언어 쇄국주의도 문제겠지만 언어습관이 시작되는 유아 단계에서부터 뜻 모를 영어는 멋있고 한글은 촌스럽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선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박진훈, VJ : 김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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