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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찌질파탈? 이번에도 안되면 끝이라고 생각했죠”(인터뷰)

최원영 “찌질파탈? 이번에도 안되면 끝이라고 생각했죠”(인터뷰)
“어디서 저런 배우가 나왔지?”

화제 속에 종영한 MBC 드라마 ‘백년의 유산’에서 단연 눈길을 잡아끈 연기자는 배우 최원영이었다.

최원영은 채원(유진 분)에 집착하는 진상 남자로, 어머니 영자(박원숙 분)의 말이라면 깜빡 죽는 마마보이 아들로, 재혼한 아내 홍주(심이영 분)에게 꽉 쥐어 사는 남편의 모습을 그리며 “찌질 연기란 이런 것”이라는 걸 천연덕스럽게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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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최원영은 ‘찌질파탈’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찌질파탈이란 찌질하지만 묘한 매력을 준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철규는 최원영이 데뷔 10년 만에 얻은 소중한 기회였다. 철규라는 인물을 만났을 때 최원영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솔직히 철규를 못하면 갈 때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데뷔 10년 째였잖아요. 쉬운 말로 표현하면 철규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해내야만 할’ 역할이었던 거죠. 정말 벼랑 끝에 서 있는 절박한 심정이었습니다.”

최원영은 2002년 영화 ‘색즉시공’으로 데뷔한 이후 안방극장으로 넘어와서 다양한 작품에 도전했다. 하지만 최원영이 맡은 배역은 대부분 실장님, 이사님이었다. 단정하고 깔끔한 그의 이미지가 오히려 그를 비슷비슷한 캐릭터에 가둬놓은 셈이었다.

당시는 최원영이 3년 뒤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는 중요한 시점이기도 했다. 철규를 만났을 때 최원영은 “이 캐릭터에서만큼은 내가 승리를 해보리라. 더 이상 지지 않으리라 영혼의 숨결을 불어넣어보리라.”는 열의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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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였을까. 최원영은 철규로 기대 이상을 보여줬다. 그래서 철규를 떠나보낸 지금 최원영은 “아쉽고 또 아쉽다.”고 말했다. ‘백년의 유산’에서 만났던 중견 연기자 신구는 최원영에게 “쉽지 않은 역인데 잘 표현했다.”고 최원영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최원영은 “눈물이 왈칵나는 순간이었다.”며 당시 벅찬 심경을 전했다.

최원영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내공있는 연기자’다.

지난 10년 간 배우생활을 통해 최원영은 화려한 조명 보다는 묵묵한 기다림이 더 익숙한 배우가 됐다. 그 덕에 최원영은 좌절의 슬픔 보다는 다스림의 미학을 아는 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다.

“철규를 통해서 칭찬과 주목을 받았다고 해서 들뜨지 않아요. 다음 작품에서 기대보다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도 좌절하지 않을 것이고요. 반드시 대작을 해야 하고 주인공을 꿰차야 한다는 욕심은 없어요. 차기작으로는 단막극을 통해서 제 내면에 담아뒀던 감성연기를 해보는 게 지금 제 소망입니다.”

인생에 있어서 흔히 3번의 기회가 찾아온다고 한다. 최원영에게 ‘철규’가 바로 그 세 번의 기회 중에 한번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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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규를 만난 건 감사하지만 제 인생의 가장 중요한 기회라곤 생각하진 않아요. 철규는 기회를 만나게 해줄 출발선과 같은 존재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아요. 그동안 지칠 때마다 ‘대기만성’이라고 응원해주신 분들이 참 많았어요. 연기는 십년지대계라고 하잖아요. 이제 10년 연기생활을 해보니 연기가 뭔지 조금씩 알 것 같아요. 그리고 미래에 대한 빛을 발견한 것 같아서 정말 기쁩니다.”

최원영은 다니엘 크레이그 같은 섹시한 중년 배우로 나이 들고 싶다고 말했다. 20대 후반에서야 데뷔하고, 30대 중반이 넘어서야 대중의 사랑을 받은 최원영은 어쩌면 남들에 비해서 조금 늦은 인생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얼하는지가 중요하지 도전하는 나이는 중요치 않다.”는 최원영은 미래에 대한 확신이 가득했다. 그렇게 눈빛을 반짝이는 최원영에게서 미래의 그가 주름살 있는 미소를 지으며 다니엘 크레이그처럼 단정한 수트 차림으로 시가를 물고 있는 모습이 자그려졌다.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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