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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한길 대표 잇단 봉변, 왜?

봉하마을에서 서울광장까지…김 대표의 심경은?

지난 19일 서울광장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모 문화제가 열렸습니다. 노무현 재단과 시민기획위원회가 주최한 추모제에는 노랑 풍선을 손에 들고 시민 2만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민주당 문재인 의원과 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병완 전 대통령 비서실장, 그리고 얼마 전 탈당을 한 문성근 전 대표 권한 대행 등 생전 노무현 대통령의 곁을 지켰던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영상편집 : 채철호)

민주당 김한길 대표도 오후 4시쯤 전병헌 원내대표와 정성호 원내 수석 부대표, 김관영 수석 대변인 등과 함께 서울 광장을 찾았습니다. 김 대표가 행사장에 전시된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을 둘러보고 시민들과 악수를 하고 있었는데요. 5분 쯤 흘렀을까요. 갑자기 4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김 대표에게 "여기 왜 왔느냐. (김 대표가) 올 자리가 아니다"라고 외치기 시작했고요. 주변에서 "꺼져라", "나는 친노다"라는 소리가 나오더니, 욕설이 터져 나왔습니다. 어떤 추모객은 '나? 친노'라고 쓴 피켓을 들고 김 대표의 방문에 항의했습니다. 급기야 남성 추모객 2명이 김 대표에게로 달려 들었습니다. 김 대표 측 수행원들이 이를 제지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이후 한 남성이 막대형 고구마 튀김 1봉지를 김 대표의 머리 위로 던지기까지 했습니다. 김 대표는 씁쓸한 표정이었고요. 주변을 둘러 보다가 15분 정도 지나서 결국 승용차를 타고 행사장을 떠났습니다.

김 대표는 지난 10일에도 친노 인사로부터 수모를 당했습니다.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로 선출된 지 6일 만에 이날 오전에 김해 봉하마을 찾았는데요. 고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방명록을 적을 때 욕설 섞인 비판이 들렸습니다. 대표적 친노 인사인 영화배우 명계남 씨가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노무현 대통령을 이용해 먹지 말라"고 소리를 높였습니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을) 부관참시하지 말라"고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김 대표를 포함해 당시 묘역을 찾은 민주당 지도부 전체를 향해 던진 말로 보입니다. 명 씨는 지난달 9일 민주당을 탈당했는데요. 자신의 트위터에 "보고서 쓴 놈 나와"라고 썼습니다. 민주당 대선평가보고서가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 문성근 전 대표 권한대행 등 친노계 인사들에게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적하는데 대해 격하게 항의했습니다.

김한길 대표와 친노 진영과의 앙금은 어디서 시작됐을까요? 김 대표는 지난 16대 대선 때 노무현 선대위에서 선거 기획을 총괄해 당시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큰 공을 세웠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에도 김 대표에게 각별한 신임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김 대표와 친노 진영과 갈라서기 시작한 시점은 2007년 대선을 앞둔 때였습니다. 2007년 초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 23명을 이끌고 탈당했습니다. 김 대표는 물론 야당의 대선 승리를 위한 것이었다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김 대표는 2008년에는 "오만과 독선의 노무현 프레임을 극복하지 못해 대선에서 패배했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민주통합당 대표 경선에선 이해찬 후보와 치열한 승부를 벌였습니다. 당시에도 대선 승리를 위한 통합을 강조하면서도 친노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지난 5.4 전당대회에서는 당시 친노.주류 측 후보였던 이용섭 의원과 다시 맞붙었습니다. 당 대표 경선은 비주류대 친노.주류 측 대결 구도로 치러졌죠.
김한길

김한길 대표는 추모 문화제에서 봉변을 당한 다음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와 관련해 언급했습니다. "추모 문화제에 갔다가 없었으면 좋았을 일을 당했다. 한 남자 분이 제게 돌진하며 충돌해 가슴 팍이 아팠는데, 가슴 속이 더 아팠다"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김 대표는 "그 분들 역시 민주당의 일부분인데, 이런 식의 행태가 민주당을 깎아 내리고 있는 지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의원이 전화를 걸어 위로해 주고 대신 사과 말씀을 주신 것도 고맙다"고 감사한다고 밝혔습니다. 문 의원은 19일 밤 트위터에 글을 올려 "몇 분이 김 대표의 행사장 방문을 막은 것은 크게 잘못한 일이며, 노무현을 사랑하는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민주당의 혁신과 통합을 강조했습니다. 통합 차원에서 배재정 대변인, 장병완 정책위의장을 임명하는 등 친노 진영 또는 친노 쪽과 가까운 인사들을 배려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지난 7일에는 문재인 의원을 찾아 계파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아직 친노 진영과 쌓였던 앙금을 털어 내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물론, 이번 소동이 고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일부의 행동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습니다. 김 대표는 추모 문화제에서 만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과 일행을 반갑게 맞아 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당 내부 사정은 아직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김 대표는 밖으로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의 야권 주도권 경쟁이 예고돼 있습니다. 당장 독자세력화에 시동을 건 안 의원에게 맞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민주당을 재건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당내 통합이 절실해 보입니다. 구주류가 되버린 친노 진영간의 화학적 결합을 어떻게 이뤄낼지 김 대표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모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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