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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민행복기금' 이번이 진짜 마지막입니까?

관련 이미지 국민행복기금이 오늘 공식 출범했습니다.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빚을 6개월 이상 연체한 장기 채무자들의 채권을 금융기관으로부터 사들여서, 최대 50%까지 빚을 탕감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빚과 신용불량자(채무불이행자)라는 꼬리표로 고통받는 서민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자는 취지입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과도한 가계부채에서 이어지는 내수침체와 소득감소, 부채증가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대대적으로 빚을 한 번 털고 가자는 '특단의 대책'이기도 합니다.

세 번째 '특단의 대책'

그런데 이런 '특단의 대책'이 처음일까요?

'한마음금융', '희망모아'를 기억하십니까? 배드뱅크 1, 2로 불리기도 했는데, 신용카드 대란으로 신용불량자가 400만 명에 달했던 2004년과 2005년에 정부가 내놓은 신용불량자 구제대책입니다. 신용불량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정부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연체 채권을 사들여서, 이자는 탕감하고 원금은 30%까지 감면해줬습니다. 6개월 이상 5천만 원 이하 신용대출 채무자가 대상이었습니다.

그리고 금융위기가 몰아닥친 지난 2008년. 정부는 3차 배드뱅크 제도를 내놓습니다. 바로 '신용회복기금'입니다. 이는 한시적인 대책이 아닌, 상시 운영되는 제도입니다. 신용 불량으로 허덕이는 서민들의 채무 재조정뿐만 아니라, 연체는 없지만 고금리 대출로 신음하는 저소득층이 저금리로 갈아탈 수 있게 하는 전환대출 사업도 같이 시행됩니다.

그리고 2013년 '국민행복기금'이 출범했습니다. 설계는 사실 앞의 제도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기존보다 혜택이 늘고 조건이 완화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대상을 1억 원까지 상향 조정했고, 정부가 연체 채권을 사올 수 있는 금융기관들의 숫자도 대폭 늘렸습니다. 또 전환대출을 받을 수 있는 자격요건과 금액도 올라갔고, 학자금대출 연체자들도 구제해주기로 했습니다.

"패자부활전".."성실히 갚은 나만 바보"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이런 대책은 재기의 기회를 줍니다. 희망모아 혜택을 받으신 분을 한 분 만났습니다. 부도로 신용불량자가 되셨던 분입니다. 채무독촉은 기본이고, 통장이나 신용카드 같은 금융생활은 기대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채무가 조정되면서 일단 독촉에서 해방됐고, 6년이라는 긴 시간이었지만 매월 15만 원씩 조금씩 갚아나가 결국, 모든 빚을 청산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성실히 빚을 갚은 사람과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물론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고 빚을 어떻게든 갚아 나가는 것이 채무자에게 훨씬 유리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자는 아예 없애주고 50%까지 원금을 탕감해준다는 것을 알았다면 한계 선상에 있는 채무자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이 연장 선상에서 국민행복기금이 공약으로 나온 지난 해 말부터 채무자들은 빚을 갚지 않기 시작했고, 결국 도덕적 해이 논란으로 번졌습니다. 게다가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는 기대감마저 퍼지고 있습니다.

당초 공약으로 나온 행복기금의 수혜자는 300만 명이 넘지만, 실제 대상은 60만 명대에 그쳤습니다. 표를 잡기 위해 숫자를 부풀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입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일단 이 정도로 시작하고 진행 과정에서 추가로 확대할 수 있을 것" "향후 신용회복위원회 등의 역할을 추가로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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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안전망은 필요..제2, 제3의 행복기금은 없어야

그러면서도 "추가 대책은 없다" "누군 되고, 누군 안된다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함께 풀어나가야 문제라는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도 정부는 애써 강조하고 있습니다.

물론 신용회복기금이나 신용회복위원회처럼 진짜로 궁지로 내몰린 저소득층을 위한 상시적인 사회안전망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치 논리로 '특단의 대책'이 남발돼선 안 됩니다. "정부가 갚아주겠거니"란 생각만 키울 뿐입니다. 정부뿐 아니라 정치권의 명확한 시그널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이제 국민들의 빚을 관리하는 데 더 힘을 써야 합니다. 그리고 채무조정을 받은 사람들이 다시 채무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까지 뒤따라야 제2, 제3의 행복기금이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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