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왜 베네딕토 16세는 다음 교황의 취임일을 19일로 생각했을까요? 가톨릭에서 3월은 성 요셉월입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19일은 성 요셉 축일입니다. 그래서 이탈리아에서는 이 날이 아버지의 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이 되기 전의 이름이 조셉 라칭거였죠. 즉 세례명이 요한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베네딕토 16세는 자신에게 가장 의미 있는 날을 후임 교황의 취임일로 정해놓고 퇴임 일정을 조절했다는 것입니다.
우선 콘클라베 일정이 좀 의아스러웠습니다. 2005년 베네딕토 16세는 4번째 투표에서 선출됐고, 1978년 요한 바오로 2세는 8번째 투표에서 선출됐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베네딕토 16세 선출 당시와 달리 강력한 후보가 없어서 요한 바오로 2세의 경우에 가깝거나 아니면 더 오래 걸리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예상을 깨고 5번째 만에 투표가 끝난 것입니다. 만약 길어질 경우, 선출에서 취임까지 4~5일 걸리기 때문에 19일 취임 미사가 어려울 수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그렇다면, 콘클라베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려 후보 예측을 다시 한 번 해볼까요? 이번 콘클라베는 유럽 대 비유럽, 개혁 대 보수, 이 두 가지 구도가 화두였습니다.
전세계 11억 6,800만 가톨릭 신자 가운에 유럽은 23.7%에 불과합니다. 19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전체의 70%이상을 차지했기 때문에 유럽 출신 교황이 계속되는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진 것입니다. 그래서 브라질의 스체레르 추기경과 캐나다의 우엘레 추기경, 아프리카의 턱슨 추기경, 그리고 아시아의 경우 필리핀의 타글레 추기경 등이 거론됐었습니다. 특히 가나의 턱슨 추기경은 최초의 흑인 교황 가능성으로 언론의 단골 추천인사였습니다.
그렇지만 아프리카의 가톨릭 인구는 전체의 15.1%, 아시아는 11.7%로 아직은 추기경 수에서도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전체를 대변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렇게 보면 세계 가톨릭 인구의 41.3%를 차지는 중남미가 절대적으로 유리했습니다. 그 중에서 브라질이 단일 국가로는 신자가 가장 많기 때문에 스체레르 추기경이 유력후보로 언급됐던 것이죠.
그러면 두 번째 대결구도인 개혁 대 보수의 구도를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현재 가톨릭의 가장 큰 문제는 세 가지입니다. (1) 교황청 부패 의혹, (2) 성추문, (3) 신자수 감소입니다. 새 교황은 (1)번과 (2)번의 문제를 수습하고 (3)세 번째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현재 교황청 국무원장과 함께 교황청 세력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스체레르 추기경은 일단 (1)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게다가 스체레르 추기경은 독일계 이민 출신으로 독일 출신인 베네딕토 16세의 후임이 되기에는 부적절할 수 있습니다. 브라질에 이어 단일 국가로는 두 번째로 가톨릭 신자가 많은 멕시코는 남미에서 (2)번 문제가 가장 시끄러운 나라입니다. 역시 제외될 수 있죠. 그러면 남는 것이 아르헨티나 아니었을까요? 더구나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이탈리아 이민 출신이거든요.
물론 이런 가설은 아주 ‘결과론적 이야기’입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만약 베네딕토 16세가 후임 구도를 생각하고 취임 미사 일정까지 다 정해놓은 것이었다면, 베네딕토 16세 재임기간중 추기경으로 임명돼 베네딕토파라고 불리는 67명의 추기경들은 이심전심이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