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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봉천동 귀신', '미생'…세계로

한국 웹툰,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 특별전시 취재 1

[취재파일] '봉천동 귀신', '미생'…세계로
1월 31일부터 2월 3일까지 프랑스 앙굴렘에서 열린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 다녀왔습니다. 앙굴렘은 프랑스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400킬로미터 떨어진 소도시인데요. 40년 역사의 만화 축제로 유명한 곳입니다. 인구는 10만 정도지만 매년 축제 때 다녀가는 관광객이 25만 명 가까이 됩니다. 앙굴렘에서 만화 축제가 시작된 건 이 도시가 원래 제지와 출판 산업이 발달한 것과 관련이 깊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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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40회 축제인데 한국은 행사 주빈국으로 초청받아 단일 국가로는 유일하게 특별전시관을 열었습니다. 다른 특별전시관으로는 ‘미키와 도날드’ 특별전시관과 ‘아스테릭스’의 작가 알베르 우데르조 특별전시관이 있었습니다.

한국만화 특별전시관이 앙굴렘에 만들어진 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지난 2003년 한국만화의 역동성이라는 주제로 전시관이 생겼는데 이때가 개별 작가가 아닌 한국 만화를 유럽에 알리는 첫 번째 계기였습니다. 10년만에 다시 만들어진 한국 전시관은 단연 웹툰이 중심이었습니다. 한국 웹툰으로 소개된 작품은 작가 호랑의 옥수역 귀신과 봉천동 귀신, 윤태호 작가의 미생, 이종범 작가의 닥터 프로스트 등 60여편에 달했습니다. 그럼 잠깐 특별전에 소개된 작가의 작품 몇개를 알아보겠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특색있다고 생각하는 작가의 작품을 골랐기 때문에 '순위'의 개념은 전혀 아님을 알려둡니다. 또 작가와 작품에 대한 설명은 앙굴렘 한국만화특별전시 조직위의 자료를 인용해 작성했음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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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호랑 / 1986년 생. 옥수역 귀신 봉천동 귀신.

프로그래머 출신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직접 디자인해서 만화에 활용하는 대표적 작가입니다.

세로 스크롤의 특정 지점에서 정해진 음악이 흘러나오게 하는 기술은 호랑 작가가 독자적으로 만든 프로그램으로 이 기술을 다른 웹툰 작가들에게 소스 공유로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옥수역 귀신에서는 플래쉬 기술을 통해 순간적으로 그림이 움직이는 연출을 선보였고 봉천동 귀신에서는 화면을 어느 순간 강제로 세로 스크롤 시키는 기술을 활용했습니다.

애니메이션 효과를 줘 웹툰 연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옥수역 귀신을 보다 깜짝 놀라는 외국 독자들의 반응이 유투브를 통해 널리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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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정필원 / 1981년생. 마음이 만든 것, 패밀리 맨

흔히 출판 만화는 흑과 백의 예술이라고 합니다. 잉크와 펜을 활용해 만들어낸 이미지는 인쇄 기술과 함께 높은 밀도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는 건데요. 다양한 스타일의 차이 속에서도 명확한 공통의 느낌을 만들어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웹툰은 펜과 잉크로 그려진 종이만화 이미지의 선예도를 효과적으로 재현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따라 웹툰에서는 컬러 작업이 주류를 이루게 되는데요.

정필원 작가의 작품은 가히 색의 예술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종이 만화의 화실 시스템을 뒷받침 할 수 없는 웹툰의 작업 환경속에 많은 작가들이 단순한 방식의 채색 방식을 고집하는 반면, 정필원은 회화적인 느낌의 채색도 과감히 원고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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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윤태호 / 1969년생. 주유천하, 이끼, 미생

2012년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기도하는 작품 미생의 작가입니다. 이미 출판만화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왔고 이끼를 통해 처음으로 웹툰을 선보였습니다. 이끼는 강우석 감독의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대중적 인기와 인지도를 쌓는데 성공했습니다. 이어 미생은 현재 포털 사이트 다음의 만화 코너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급부상했습니다. 윤태호 작가는 오랜 연재 경력과 철저한 취재, 공감을 주는 캐릭터, 한마디한마디 가슴을 울리는 대사. 내공을 제대로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생 연재작에 매회 달리는 독자들의 덧글도 만화를 감상하는 또 다른 큰 축이 됩니다. 특히 연재작 매편의 앞머리에 달리는 대국의 수를 각화의 에피소드와 연결하는 분석글은 꾸준히 베스트 댓글 추천에 오를 정도로 분석글 자체가 또다른 독자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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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환쟁이 / 2012년 기사도 데뷔

기사도는 택배기사를 가장해 빈집털이를 하는 도둑이 우연한 사고로 살인범으로 몰려 쫓고 쫓기며 누명을 벗고 살인 사건의 음모를 파헤치는 내용입니다. 영화적 연출과 더불어 영화적 음향효과를 극대화하여 활용. 매순간 음향과 이미지가 병렬로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세로 스크롤의 속도감을 유도하는 컷 연출이 더해지면 빠른 스크롤로 인한 영상효과를 순간적으로 경험하게 되는데 이때 차 소리, 벨소리 걸음걸이 소리나 문닫는 소리 등 각종 효과가 컷 안의 이미지와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웹툰의 특정 효과를 위한 뚜렷한 목적을 갖고 기술을 접목시킨 사례라고 할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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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형식의 전통적인 만화가 아닌 인터넷 기반의 웹툰은 한국에서 시작돼 한국에서 가장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한국에선 요즘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으로 만화를 보는 분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웹툰이 그리 낯설지 않을텐데요. 또 포털 웹툰 시대를 열었다고 할 수 있는 강풀 작가의 작품이 많이 영화화 되면서 특히 친숙하리라 생각합니다. 반면 미국이나 일본, 유럽의 만화는 아직까지 종이만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고 웹툰형태의 만화는 생소한 편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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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PDP 와 태블릿 PC로 웹툰을 볼수 있게 구성한 한국 전시관은 외양부터가 다른 부스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만화에 3D 애니메이션 효과나 음악, 효과음 등을 삽입한 웹툰에 대해 관람객들은 생소하지만 신기하다는 반응을 많이 보였습니다. 가로로 페이지를 넘기는 만화책과 달리 세로로 스크롤을 내리는 웹툰에 대해 ‘영화 필름을 보는 것 같다’는 관객도 있었습니다. 특히 현지 출판사들은 영화나 연극, 광고 등으로 원소스 멀티 유즈 되고 있는 한국 웹툰의 가능성에 대해 크게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종이만화와 달리 웹툰은 일단 지면의 제한이 없다는 점이 가장 다른 점입니다. 또 다양한 색감이나 효과, 소리 등을 활용할수도 있죠. 하지만 아직까지는 한국 웹툰 작가들의 지명도가 외국에서 높지는 않습니다. 좀더 일찍 외국에 알려지기 시작한 한국 만화의 거장, 이두호, 김동화 같은 작가들의 그야말로 가장 한국적인 작품들이 인지도를 얻고 있습니다. 한국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종이만화가 주축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웹툰이 해외 시장에 대거 진출하기는 어려워보였습니다. 국내에서도 웹툰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이 부분은 다음 글에서 좀더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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