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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도박한 버스기사, 아찔한 졸음운전

<앵커>

밤을 꼬박 새우고 피곤한 상태로 운전하는 차에 흔쾌히 타고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많은 승객을 태우고 다니는 버스 운전 기사 가운데 일부가 도박으로 밤을 새운 뒤에 졸음운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조기호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화투패가 몇 번 돌아가자 수십만 원이 왔다갔다 합니다.

수북이 쌓인 돈.

[또 38 광땡이냐? 야 잘 나오네.]

저녁부터 꼼짝 않고 패를 돌립니다.

다음 날도 장소만 옮겼을 뿐 도박판은 이어집니다.

뭉칫돈을 건네며 도박하는 이들은 누굴까.

밖에서 지켜봤습니다.

8시간 뒤, 한 명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냅니다.

[어 나왔다. (도박하던 사람) 맞죠?]

남자는 근처 버스회사로 들어갑니다.

10분 정도 지나자 버스를 몰고 나옵니다.

밤샘 도박을 하고 운행에 나선 버스기사입니다.

졸음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하면 그게 더 이상합니다.

실제 지난해 12월 24일, 밤새 도박판에 있다 운행에 나선 버스기사 1명이 사고를 냈습니다.

앞에 있던 청소차량을 그대로 들이받았고, 승객이 얼굴을 심하게 다쳤습니다.

[사고 버스 피해자 : 그 분이 졸았던 것 같아요. 어떻게 그렇게 운전을 해요. 어떻게 그렇게 들이받을 수 있냐고요. 그 앞에 세워 진 차에…. 턱이 시커멓게 멍이 들었어요.]

사고를 낸 기사는 딱 잡아뗍니다.

[사고 운전자 : 내가 ○○○인데, 그날 저녁에 도박하지도 않았고, (도박장에) 가지도 않았고, 당구장에 있었는데…]

도박 동영상를 들이밀자 도박판에 있었을 뿐, 도박은 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꿉니다.

[사람이 피곤해서 졸 수도 있고, 미끄러질 수도 있는 거지.]

지난해 9월과 10월, 연달아 일어났던 이 버스 회사의 교통사고는 밤샘 도박 탓일 가능성이 큽니다.

[사고 버스 회사 관계자 : 낮에 한두 시부터 시작해서 새벽까지 도박하고 또 일을 나가는 거죠. 잠을 한숨도 안 자고 나가는데 무감각한 상태인데….]

버스회사는 기사들의 도박을 알고도 모른 체, 관리 감독하는 서울시는 도박을 단속할 권한은 없다고 말합니다.

[서울시청 버스정책과 관계자 : 사고가 나면 서울시가 징계를 하면 좋은데 징계를 할 수는 없습니다. 버스 운전자가 1만6천 명인데 이 부분을 갖다가 다 (감독)하기가….]

하지만 서울시는 지난 2004년 버스 준공영제 도입 이후 연간 2천억 원 규모의 지원금을 버스 회사에 지급했습니다.

승객의 만족도와 사고율 등을 따져 수백억 원을 회사별로 차등 지급합니다.

서울시가 버스회사 등급을 분류할 때 버스기사 관리 능력도 포함시켜야 실질적인 관리감독이 가능해집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최준식, 영상편집 : 우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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