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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제설제의 역습…멍드는 가로수

[취재파일] 제설제의 역습…멍드는 가로수
서울에 많은 눈이 내린지 열흘 가까이 됩니다. 대부분의 도로는 이미 말끔히 치워졌습니다. 하지만 운전을 하거나 인도를 걷다 보면 유독 가로수 주변에 눈이 많이 남아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제설작업을 할 때 도로 양옆으로 눈을 밀어 쌓아두는 경우가 많고, 또 보행자들의 편의를 위해 인도에서도 가로수 쪽으로 눈을 치워놓기 때문입니다. 밀어놓은 눈을 따로 치우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제설제와 뒤섞인 눈은 그대로 가로수 주변 땅속으로 스며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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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화칼슘 성분이 포함된 제설제로 인한 식물의 피해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직접적인 피해는 제설제를 뿌릴 때 혹은 눈에 녹은 물이 자동차의 바퀴에 튀어 잎에 닿아 잎의 색깔이 변하거나 마르고 조기 낙엽이 되는 경우입니다. 간접적인 피해는 토양에 염분이 축적돼 식물 뿌리의 양분과 수분 흡수를 저해하고 결국 병해충 저항성이 낮아져 고사하게 되는 경웁니다. 이런 피해는 겨울철에는 나타나지 않다가 최저기온이 영상으로 오르는 3월쯤 본격 시작됩니다.

사실 제설제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분명 고마운 존재입니다. 피해가 두려워 제설제를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최근 등장한 것이 친환경 제설제입니다. 납이나 비소 같은 유해물질의 함유 비율을 낮추고 뿌린 뒤 미생물 분해도 잘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이 비싸고, 일반 제설제에 비해 눈이 녹는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것이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반응입니다. 또 일부 교수와 전문가들은 '친환경' 이라는 단어의 사용이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라면서 식물의 피해를 조금 덜 끼칠 뿐이지 과연 환경 친화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 지에 대해선 조금 더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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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제설제로 인한 환경 피해를 막기 위해선 사전 대책이 더 중요합니다. 요즘 도심에서 볏짚 울타리를 가로수를 따라 세워놓은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 울타리가 훌륭한 제설제 차단막입니다. 실제로 이 차단막 설치 이후 키 작은 관목의 고사율이 많이 낮아졌다고 합니다. 또 도로 배수 체계를 정비해 염화칼슘이 섞인 눈이 녹은 뒤 토양이나 식물로 흐르지 않고 바로 흘러나가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여기에 제설제 내성을 고려한, 즉 내염성이 강한 가로수를 고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소나무와 은행나무 스트로브 잣나무 등이 내염성이 강한 편이고 칠엽수와 느티나무는 제설제에 아주 약하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폭설이 내리면 도로의 눈을 빨리 치우지 않는다며 제설작업이 더딘 것을 꼬집는 보도가 많았는데 이젠 그 제설제의 환경 피해도 생각해야 한다고 하니 당국의 고민도 분명 깊을 걸로 보입니다.

이번 겨울 서울시의 제설제 사용량은 지난해 겨울 내내 뿌렸던 양의 2배를 이미 넘어섰습니다. 아직 1월 초반인데 말입니다. 동장군이 물러가기 전까지 제설제는 더 뿌려질 것이고, 그 흔적은 우리 주변 어딘가에 분명히 남을 것입니다. 올 여름 푸르른 가로수를 많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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