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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극악무도 성범죄, '야동' 때문?

'야동'과 '성범죄'의 상관관계 관련 이미지 극악무도한 성범죄자가 잡힙니다. 언론 브리핑이 시작됩니다. 일단 경찰은 보도 자료에 나온 혐의 사실을 줄줄이 읽습니다. 이어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집니다.

“범인 컴퓨터에서 야동은 나왔나요?”

경찰은 기다렸다는 듯 범인 컴퓨터에 있던 음란물에 대해 줄줄이 읊습니다. 기자들의 자판기 두드리는 소리가 빨라지고, 질문은 계속됩니다.

“아동 음란물인가요? 몇 건 정도 있었나요? 많이 봤다고 하던가요? 주로 어디서 봤나요? 보고서 뭘 느꼈다던가요?…”

성범죄자 검거 브리핑, 항상 공식처럼 나오는 모습입니다. 지난 달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당시 브리핑에서 나왔던 경찰의 답변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옮겨 보겠습니다.

“평소 어린 여자 아이들을 상대로 한 일본 야동을 즐겨 보았고…”
“평소 일본 야동을 즐겨 보고 자기도 언젠가 저런 행위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심리적으로 자기가 일본 야동을 즐겨…”
“모텔에서 주거 없이 떠돌아다니면서 모텔에 있는 컴퓨터로 일본 야동을 봤다는…”

그리고 며칠 뒤. 친구들과의 술자리. 나주 성폭행 사건 얘기가 나왔습니다. 술 취한 친구 녀석이 이런 말을 합니다.

“이 빌어먹을 녀석. 나도 야동은 많이 보는데 애들 나오는 야동은 안 봐. 진짜 애들 나오는 거 못 보게 해야 돼.”

얼마 뒤, 아동 음란물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도 처벌한다는 개정안이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극악무도한 성범죄자들은 ‘야동’ 때문에 몹쓸 짓을 했을까요. 역으로 생각해 볼까요. 정말 ‘야동’이 넘쳐서 이런 성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걸까요.

야동 ‘본좌’의 시대

2006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김본좌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1만 4천여 편의 야동을 퍼뜨려 철창신세를 지게 됐습니다. 이렇게 음란물을 대량으로 유통시키는 사람을 ‘헤비 업로더’라고 칭하는데, 요즘 김본좌 같은 업로더는 명함도 못 내밉니다. 헤비 업로더 관련 뉴스, 최근 한 달 것만 모아 볼까요?

9월 10일 : 2천 5백 편 음란물 유통한 웹하드 업체 대표 및 일당 검거
9월 21일 : 5만 8천여 건 음란물 유통한 30대 남성 구속
9월 26일 : 아동 음란물 유통 사이트 운영한 30대 남성 검거
9월 27일 : 186테라바이트 규모의 음란물 유포한 웹하드 업체 대표 및 일당 검거
10월 8일 : 기저귀 값 마련하려고 음란물 3만 건 유포시킨 30대 주부 검거
10월 10일 : 음란물 2만여 편 인터넷에 유포한 30대 남성 구속

‘헤비 업로더’만 간추렸습니다. 음란물을 제공하고 돈을 챙긴 성인 PC방 업주, 포인트를 노리고 고작 수 백편 정도 올린 중소 업로더 검거 등 자잘한 뉴스는 제외했습니다. 그야말로 야동 ‘본좌’의 시대입니다.

그런데 초등학생들도 알만한 단순한 경제학적 원칙이 있죠.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습니다. 이렇게 본좌들이 넘쳐나는 이유는 이들에게 야동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겁니다. 이제 질펀한 야동 이야기는 금기도 아닙니다. 남녀를 불문합니다. 공중파 개그 프로에도 야동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버젓이 나옵니다.

통계로 살펴볼까요. 야동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된 2000년대부터 최근까지 ‘음란물 유통 통계’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관련 자료를 살펴보니 2000년에 1만 958건이 유통됐다는 통계가 있더군요. 2004년에는 ‘하루 새로운 50편의 야동이 유통되는 걸로 추정된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최근은 어떨까요. 통계조차 잡기 어렵답니다. 굳이 다운로드를 받지 않아도 볼 수 있는 방법인 ‘스트리밍 서비스’ 등 방법도 다양해졌고, 스마트폰 등의 영향으로 경로도 많아졌습니다. 10년 전에 비교한다면 아마 수백, 수천, 어쩌면 수만 배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범죄 통계는 어떨까요. 경찰청 통계를 살펴보니, 2001년 1만 495건이었는데 2010년 1만 9498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불과 10년 사이, 2배는 엄청난 수치입니다. 하지만 이 통계는 ‘발생’ 기준이 아니라 ‘신고 접수’ 기준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여권이 신장되고 휴대전화가 보급돼 신고가 쉬워지면서 건수가 늘었을 뿐, 실질적인 성폭행 건수는 감소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합니다. 상당수의 성폭력 전문가들이 그간 성폭력 감소됐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종합하면, 야동은 수백 수 천 배 늘었는데 성범죄는 2배가 늘었습니다. 그런데 2배가 늘어난 것도 면밀히 살펴보면, 오히려 줄었을 수도 있습니다. 야동이 기하급수적으로 보급된 2000년대, 오히려 성범죄가 줄었다면, ‘야동이 성범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요.이미지아동 음란물 소지죄?

아동 성범죄로 논의를 좁혀 보겠습니다. 사법당국 최근 내 논 ‘아동 음란물 소지죄’는 제작 및 유포한 사람들은 물론, 소지하고만 있어도 처벌하겠다는 겁니다. 잇따르고 있는 성범죄에 대한 비책입니다. 재미있는 건 이런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었습니다. 극악무도한 성범죄자를 향해 ‘사형제 부활’, ‘거세’ 등을 한목소리로 외치던 네티즌들이 한 발짝 물러섰습니다. 많이 불안한가 봅니다. 댓글 몇 개 살펴볼까요?

“성인들이 나오는 야동인 건 맞는데, 애들 콘셉트인 야동은 어떻게 되는거지? 교복물 같은 거….”
“영화 다운받았는데 열어보니 애들 나오는 야동이었어요. 어쩌죠?”
“3년 전에 한 번 다운받고 지웠는데, 저도 처벌 받는 건가요?”

대놓고 항의는 못하겠고, 하지만 나름 좌불안석인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를 위해 경찰은 지난주 가이드라인을 내놨습니다. 과연 처벌은 받게 될까요.

첫 번째 경우는 ‘전반적인 상황을 종합할 때 아동 청소년으로 인식되기 어려우면 아동 음란물이 아니다’라는 원칙을 내놨습니다. 처벌 대상은 아닐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경우도 고의성이 없기 때문에 처벌하지 않겠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세 번째의 경우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즉, 아동 음란물을 과거에도 다운받아 저장한 흔적이 있다면 수사 대상이 됩니다. ‘무관용의 원칙’ 입니다. 제작, 유포자는 당연히 구속 방침입니다.

아동 음란물, 당연히 근절 돼야 합니다. 제작 및 유포자에 대한 처벌, 강화돼야 합니다.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소지하고 있거나 소지했던 사람을 모두 처벌하겠다고 나선 것은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요즘같이 클릭 한 번이면 파일 공유가 되는 세상에, 변수도 많고, 실질적으로 단속이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고의성을 판단할 기준도 모호합니다.

더욱이 이런 법안이 이치에 맞으려면, 근본적으로 아동 성범죄과 아동 음란물의 상관관계가 더 철저히 증명돼야 합니다. “마약을 하면 신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명한 명제가 있기 때문에 마약을 규제하듯이 말이죠. 즉, 아동 음란물을 본 상당수의 사람들이 아동 성범죄를 했다, 이런 식의 통계가 필요합니다. 이 상관관계에 대해 맞다 아니다 적확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강간물’ 야동도 어찌 보면 마찬가지입니다. 아동 성범죄 때문에 아동 음란물을 본 사람도 처벌한다는 논리라면, 성폭행을 막기 위해서는 강간물을 본 사람도 처벌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건 불가능합니다. 거칠게 말씀드리자면, 대한민국 국민의 대부분이 철창신세를 질 수도 있기 때문이겠죠.

‘성기 중심적 사고’로 성범죄 해결 가능할까.

법적으로 성폭행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억지로 성교를 하는 행위’라고 규정됩니다. 개념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은 아닙니다만, 성기의 결합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성폭행을 바라보는 관점도, 원인도, 대안도 모두 성기에 집착합니다. 여성학에서는 이런 태도를 ‘성기 중심적 사고’라고 표현하더군요.

야동이 딱 그렇습니다. 사실 일반적인 영화에서도 강간 장면, 아동 성폭행 장면은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성기의 노출 여부겠죠. 그런데 성범죄가 야동에서 성기와 성행위를 보여줬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더 적나라하고 정신 건강에 해로운 일반 영화들도 정말 많이 있을 텐데 그건 또 괜찮으니 아이러니입니다.

화학적 거세, 물리적 거세 이런 방안도 성기에 국한된 개념입니다. 성폭행은 성기, 즉 성욕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시키자는 겁니다. 아동 성폭행이든 성인 성폭행이든, 성범죄를 바라보는 우리의 사고는 오로지 ‘성기’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지만 성기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성욕’이 중요한 원인은 맞지만, 근본적으로 성범죄에는 ‘권력’ 문제가 깔려 있습니다. 남성이 여성을 바라보는, 어른이 어린이들을 바라보는 일방적인 시각, 과도한 위계적 권력관계가 기저에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여자도 성욕이 있다는데 여성이 남성을 상대로 한 성폭행한 사례는 매우 드뭅니다. 거세한 남성도 여성을 상대로 성폭행을 하는 해외 사례들도 있습니다. 성기 혹은 성욕 중심적 사고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남성과 여성, 어른과 아동의 일방적 권력관계가 계속되는 한, 제 아무리 야동을 근절해도 성범죄는 계속될 겁니다. 약자들에 대한 사고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마찬가지입니다. 아동 음란물에 대한 처벌은 정말 강화 돼야 하지만, 이걸로 아동 성범죄를 막으려는 발상은 우리 사회를 너무 1차원적으로 보는 편협한 시각입니다. 성범죄의 대안을 좀 더 폭넓게 바라보는 철학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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