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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몸 낮추면서도 단호한 '직설화법'

'두루뭉술 화법' 벗어나…수화 통역사만 단상에 올라

안철수, 몸 낮추면서도 단호한 '직설화법'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19일 대선 출마 선언식은 긴장감이 흐른 가운데 40분간 빠르고 명쾌하게 진행됐다.

◇지지자들로 회견장 '북적' = 이날 안 원장이 출마 선언을 한 충무로 구세군아트홀 기자회견장에는 수백여명의 취재진이 오전 일찍부터 진을 치고 대기했으며 CS코리아, 철수산악회 등 사조직에서 찾아온 지지자들은 2층 객석을 채우고도 자리가 부족해 취재진에게만 허용된 1층 객석의 뒤편이나 회견장 밖 복도와 계단을 가득 메웠다.

안 원장의 기자회견 10분 전인 오후 2시50분께 무대 위에 있던 붉은색 커튼이 젖혀지면서 흰 바탕에 검은 글씨로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됩니다'라고 쓰인 대형 플래카드가 공개되면서 안 원장의 출마는 기정사실화됐다.

이어 오후 2시57분 1층 객석 뒤편에서 박수 소리와 함성 속에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등장한 안 원장은 무대 앞에 마련된 지정석에 잠시 앉아 있다가 유 대변인의 소개에 맞춰 무대 위로 올라갔다.

검은색 정장에 붉은 계열 넥타이 차림을 한 안 원장은 청중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후 단상 앞에 서서 "안철수입니다. 7월 이후 말씀드린 대로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자 많은 분들을 만났다. 재미있는 별명도 얻고 최근에는 저를 소재로 한 유머도 유행하더군요"라고 운을 뗐다.

다소 긴장된 표정의 안 원장은 굳은 얼굴로 단상 앞에 좌우로 1대씩 설치된 투명 프롬프터를 번갈아 쳐다보며 회견문을 차분하게 읽어 내려갔으며, 중간 중간 목소리가 다소 떨리기도 했다.

안 원장은 대선출마를 결심하게 된 배경을 먼저 설명한 뒤 "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습니다"라고 선언했으며, 이에 맞춰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안 원장은 준비한 회견문을 15분에 걸쳐 발표한 뒤 25분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안 원장의 비공개 행보로 궁금증이 쌓일대로 쌓인 취재진은 10여개 이상의 질문을 쏟아냈다.

이날 기자회견은 '담백한' 형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안 원장측의 예고대로 지지 인사들은 방청석에 앉은 채 안 원장 혼자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안 원장 외에 단상에 오른 사람은 회견 내용을 수화로 통역할 수화통역사 이언남 씨 뿐이었다.

안 원장 특유의 세심한 소통과 배려를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게 안 원장 측 설명이다.

3시40분께 회견을 마친 안 원장은 지정석에 앉아있던 소설가 조정래 씨 등 주요인사들과 악수를 나눈 뒤 공연장을 빠져나갔다.

◇'몸 낮추면서도 직설화법 구사' = 회견내내 자기자신을 낮춘 안 원장은 '인간적 면모'를 부각시키면서도 비교적 단호한 어조로 입장을 밝히는 화법을 선보였다.

그는 "저 혼자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지만 부족하고 실수도 하고 결점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겸손한 태도를 취했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진심이다. 진심의 정치를 하겠다"고 진정성을 강조했고, 그동안 일정을 비공개로 진행한 뒤 뒤늦게 공개한 것과 관련해 조성된 일부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듯 "대통령직을 노리고 홍보효과를 누리려 했다면 모든 일정을 공개했을 것"이라며 비공개 이유를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진솔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는 비공개로 그분들을 만나야 했다. 고생한 기자들에게는 굉장히 죄송하다"며 취재진에게도 미안함을 나타냈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의 두루뭉술하고 애매모호한 발언 방식에서 벗어나 단일화를 포함한 대부분 질문에 직설적인 '직접 화법'으로 답변했다.

안 후보가 이날 출마입장 발표를 예고하면서 그의 출마 선언이 기정사실화되긴 했지만, 기존 화법에 비춰 기자회견에서마저 정치참여 입장만 밝히고 대선 출마 자체에 대해선 '전략적 모호성'을 취할 수도 있다는 관측은 빗나갔다.

그는 대선 전망에 대해 "'승률'을 생각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고, "직업을 몇 번 바꿨지만 도중에 그만 둔 적은 한번도 없다"고 대선에 임하는 의지를 과시했다.

국정운영 능력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분야의 현장 경험이 플러스면 플러스가 됐지 마이너스는 아닐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고, 자신에 대한 사정당국의 사찰설을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발본색원'이라는 강도높은 표현을 쓰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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