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전방 군부대 찾은 김정은 "중대장 어디 갔나?"

지휘관도 자리 비운 부대 '깜짝 방문'

전방 군부대 찾은 김정은 "중대장 어디 갔나?"
"중대장과 정치지도원이 보이지 않는데 어디에 갔는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동부전선의 해안 군부대를 방문해 부대 관계자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북한의 군 최고사령관이 전선 지역의 군부대를 방문했는데 해당 부대장이 자리를 지키지 않고 다른 볼일을 보러 간 셈이다.

조선중앙통신이 24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방문했다고 보도한 인민군 제4302군부대 산하 '감나무 중대'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여러 번 방문한 적이 있는 동부 해안의 여성 해안포중대로 알려졌다.

이 여성포중대는 1995년 2월 이 부대를 찾은 김정일 위원장이 여성군인들의 손이 바닷바람에 튼 것을 보고 평양에 돌아간 뒤 이 부대에 '약크림'을 선물로 보내줬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번 김정은 제1위원장이 감나무 중대를 방문했을 당시 중대의 군사지휘관인 중대장과 정치책임자인 정치지도원이 모두 중대에 없었다고 중앙통신이 전했다.

김 제1위원장은 감나무 중대에 도착해 부대에 세워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현지지도표식비를 둘러보고 나서 중대 내무반을 돌아보려고 걸음을 옮기던 김 "중대장과 정치지도원이 보이지 않는데 어디에 갔는가?"라고 물었다.

이 질문에 중대 군인들은 중대장과 정치지도원이 '웃단위(상급기관)'에서 진행하는 모임에 참석해 자리를 비웠다고 대답했다.

이는 북한뿐 아니라 어느 국가 군대에서건 용납될 수 없는 '징계감'이지만 오히려 김 제1위원장은 자리를 비운 중대장과 정치지도원이 자신과 기념사진을 못 찍어 서운해할 것이라면서 나중에 꼭 다시 찾아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중앙통신은 "(중대 군인들과) 사진을 찍고 나신 최고사령관(김정은) 동지께서는 중대를 떠나있는 중대장과 중대 정치지도원이 마음에 걸리시어 꼭 다시 찾아와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사랑의 약속을 하셨다"고 전했다.

김 제1위원장이 중대를 방문했을 당시 중대장이 없었던 것으로 미뤄 김 제1위원장의 감나무 중대 방문은 예고 없이 불시에 이뤄진 '깜짝 시찰'로 보인다.

과거 김정일 위원장이 군부대를 시찰할 때는 사전에 부대 지휘관들이 영접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군 당국이 미리 해당 군부대에 통보해주곤 했다. 따라서 김정일이 군부대를 시찰하면 항상 군부대 지휘관이 나와 직접 영접했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 17일에도 사전 예고 없이 서해 최전방 장재도 방어대를 시찰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했다. 당시 중앙통신은 김 제1위원장의 장재도 시찰 소식을 전하며 "이른 아침 식사도 번지신(거르신) 최고사령관 동지께서는 27마력의 작은 목선을 타고 기별도 없이 이곳 방어대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예고 없는 현장방문은 비단 군부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최근 평양을 방문했던 한 재미교포는 "평양 항공사 직원으로부터 '지난 7월4일 김 제1위원장이 평양 순안공항을 예고도 없이 불시에 방문해 공항 관계자들이 크게 긴장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경호장교 1명에 소수 측근만을 대동한 채 비무장 목선을 타고 서해 최전방을 `활보'하는 것이나, 사전 예고 없이 현장을 시찰하는 것 등은 김 제1위원장이 지금까지 계속해서 보여온 파격 행보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김 제1위원장이 불시 방문을 통해 북한 사회에 기강을 잡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은 실용적인 리더십을 강조하는 것 같다"며 "최고지도자가 불시에 현장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군부대는 물론 일반 생산단위에서도 방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제1위원장이 언제 어디를 방문할지 몰라 북한 사회 전반이 긴장감에 싸여있는 가운데 권력기반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국방연구원 백승주 박사는 "김정은의 파격 행보는 고도의 연출일 가능성이 크다"며 "있는 그대로의 현장 실태를 파악하는 모습을 보여줘 일반 주민의 충성심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백 박사는 "김정일 못지않게 김정은도 언론을 잘 활용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소수 일행으로 움직이거나 사전 예고 없이 현장을 방문하는 것은 김 제1위원장의 동선(動線)이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하나의 '경호전략'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