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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전자 발찌에 카메라라도 달아야하나"

한계 드러낸 전자발찌..재범 막을 대책은?

[취재파일] "전자 발찌에 카메라라도 달아야하나"
전자발찌를 찬 40대 남성이 30대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사건이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범인은 늦은 밤이나 새벽도 아닌 훤한 아침 주부가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낸 사이 몰래 침입해 주부를 성폭행하려했고, 반항하자 목숨까지 빼앗았습니다. 범인은 보호관찰소의 감독 대상으로 전자발찌까지 차고 있었는데도 범행을 막지 못했습니다. 전자발찌 과연 범죄 예방의 효과가 있는 걸까요.

◇ 위치추적 기능 뿐인 전자발찌의 한계

전자발찌는 2008년 9월 도입됐습니다. 성폭력 범죄나 살인, 미성년자 유괴 같은 죄를 저지른 전과자들의 재범을 막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현재 1030명이 전자발찌를 차고 있고 이 중 약 60%가 성범죄 전과자들입니다.

전자발찌 착용자들은 위치추적 중앙 관제센터에서 24시간 위치가 추적됩니다. 자신의 동선이 실시간으로 파악된다는 점 때문에 심리적인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는 재범률을 떨어트리는 데 효과를 나타냈습니다. 실제 성폭행 사범의 경우 전자발찌 도입 전 3년간 재범률이 14.8%였지만 도입 후 재범률은 1.67%로 90% 가까이 줄었습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성과는 있어보이는데, 이번 사건을 놓고 보면 분명히 구멍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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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의 기본적인 기능은 위치추적입니다. 전자발찌를 강제로 훼손하거나 초등학교 주변 같은 출입제한 구역에 들어갈 경우에만 관제센터에 경보가 울릴 뿐, 평소에는 이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이동하는지 정도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어제 범행을 저지를 때도 관제센터는 범인이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위치 추적을 아무리 정확하게 한다고 한들, 실제 범행을 막지 못한다면 전자발찌는 장식품에 불과한 겁니다. 특히 이번 사건 범인처럼 잡힐 것을 각오하고 자포자기 상태로 범행을 한다면 전자발찌로도 막아내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상습적인 전과자의 경우 법원에서 전자발찌 부착명령과 함께 피해자 접근금지, 특정지역 출입금지 같은 특별준수 사항을 부과받는데, 이번 사건 범인의 경우 전과 3범이나 됐는데도 전자발찌 부착 명령 외에 다른 특별 준수사항을 부과받지 않았습니다. 특별 준수사항이 부과되면 유흥업소 밀집지역이나 초등학교 주변 같은 곳에 접근하면 경보가 울리고 관제센터에서 곧바로 연락을 취하기 때문에 심리적 압박감이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법원이 특별준수사항을 내리는 경우는 출입금지 명령 7%, 접근금지 명령 4.75%로 높지 않은 편입니다. 특별준수사항을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면 재범 가능성을 조금 더 억제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 전자발찌에 카메라를 달아라?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전자발찌 착용자들의 재범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해 전자발찌에 카메라나 음성인식 장치를 달아 관제센터에서 파악하는 방법도 생각해봤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전자발찌 착용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실시간 파악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천 명이 넘는 착용자의 생활을 24시간 눈으로, 귀로 확인해야한다는 점에서 인권 침해 요소가 많을 뿐더러, 관리 인력 측면에서도 실현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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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은 재범 위험이 있는 성범죄 전과자들을 좀 더 면밀히 감시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국가가 나서서 이들 전과자들을 1대 1로 감시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법무부는 보호관찰 직원을 크게 늘려야한다고 주장합니다. 다른 선진국은 보호관찰 직원 1명당 약 40명을 담당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1인당 142명을 담당하니 역부족일 수밖에 없습니다. 선진국 수준의 타이트한 보호관찰을 하려면 보호관찰 직원만 2830명을 더 뽑아야한다고 하니 쉽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나오는 게 경찰과의 공조입니다. 전과자에 대한 보호관찰과 경찰의 우범자 관리는 현재 이원화돼 있는 게 현실입니다. 두 기관의 업무 사이에 분명 차이가 있겠지만 예비 범죄자를 관리하고 범죄를 막는다는 목적은 다를 수 없습니다. 지금은 전자발찌 착용자가 발찌를 훼손할 경우 경찰이 출동해 검거를 돕는 정도의 공조가 이뤄지고 있을 뿐입니다. 전자발찌 착용자 전체의 명단조차 아직 법무부와 경찰 사이에 공유되지 않아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정도입니다.

전자발찌는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는 데 '보완재'일 뿐입니다. 나중에 잡히든 말든 마음먹고 범행하는 이들까지 전자발찌만으로 검거하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때문에 경찰의 우범자 관리와 법무부의 보호관찰 공조를 강화하고, 또 다른 성범죄 예방책인 성충동 약물치료(화학적 거세)도 적극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볼만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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