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픽시자전거, 그 불편한 진실

[취재파일] 픽시자전거, 그 불편한 진실
방송으로 뉴스가 나가게 되면 시청자분들이 다양한 메일을 보내옵니다. 격려 메일, 지적 메일, 추궁 메일 등등 말이죠. 기자도 사람인지라 메일의 성격에 따라 기분도 천당과 지옥을 오갑니다. 제가 속한 부서가 사회부인 까닭에 주로 고발성 기사를 주로 생산하는데요, 기분 좋은 메일이 드문 이유입니다.

픽시자전거 기사가 방송 전파를 탄 뒤 '폭탄메일'이 쏟아졌습니다. 추측건대 '픽시 라이더'분들일 겁니다. 내용은 비슷비슷합니다. '픽시자전거가 위험하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느냐', '겨우 5분 타보고 픽시자전거가 위험하다고 하는 것은 기자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앞으로 당신의 기사를 계속 지켜볼 것이다'... 치명적인 인신공격성 메일은 없었다는 걸 다행으로 알아야 할까요?

이 기사는 '픽시자전거를 타다가 십자인대가 끊어진 환자가 있다'는 제보에서 시작됐습니다. 내리막길을 내려오다 사고가 났다고 하더군요. 픽시자전거에 대한 무지 탓에 처음에는 단순한 자전거 사고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자전거에 브레이크가 없었다, 픽시자전거는 보통 브레이크가 없다는 말을 듣는 순간 '촉'이 작동하더군요. 브레이크가 왜 없을까? 그런 자전거를 어떻게 탈까? 타는 사람들의 심리는 뭘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그래서 현장을 찾았습니다. 관심을 갖고 지켜보니 픽시자전거가 참 많더군요. 물론 알록달록 파스텔톤 자전거라고 모두 픽시자전거는 아닙니다. 브레이크가 앞쪽에 하나만 달려 있든가 아예 없으면 픽시자전거가 맞고요, 기어 없이 페달만 갖고 앞으로, 또 뒤로 갈 수 있어야 픽시자전거입니다.

자, 그렇다면 픽시자전거에 대한 사실과 오해를 풀어봐야겠죠? 픽시 라이더들은 너무나도 잘 아는 내용일테지만 픽시를 모르는 사람에겐 유용할 거라 생각됩니다. 장황한 설명보다 간단한 '질문과 답변'식이 나을 것 같네요.

Q: 픽시 자전거는 브레이크가 아예 없는 자전거인가?
A: 그렇지 않습니다. 원칙적으로 픽시자전거에도 브레이크는 달려 있습니다.
이미지

Q: 그렇다면 왜 브레이크가 없는 픽시자전거가 눈에 띌까?
A: 픽시자전거의 큰 특징 중에 하나는 모든 부품이 조립식이라는 점입니다. 픽시 대리점에서는 각각의 부품을 조립해 완성품을 판매하지요. 이 때는 브레이크가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부품만 판매하고 조립은 구매자들이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 때는 구매자들의 취향에 달려 있습니다.

Q: 픽시 라이더들은 왜 브레이크를 떼는 걸까?
A: 이건 오롯이 '개취(개인의 취향)'라서 객관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인터뷰 내용을 종합하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익스트림을 즐기기 위해. 픽시자전거만의 묘미.

제가 뉴스에서 하고 싶던 이야기가 바로 세 번째 Q&A였습니다. '개취'라 하더라도 존중 받아야 할 '개취'가 있고 그렇지 않은 '개취'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브레이크 없는 픽시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서 부상해도 다시 자전거에 오르는 라이더들의 열정은 높이 삽니다만, 부상의 당사자가 라이더가 아닌 다른 보행자로 옮겨갈 땐 그건 더는 '개취'에 머무를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도로교통법에 자전거가 '차'로 명시된 이상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를 단속 대상에 넣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겁니다.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 상상할 수 없잖습니까?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