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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앉아있는 청소년, 심장병 위험 높다

"스카이 콩콩…부활해야 한다"

[취재파일] 앉아있는 청소년, 심장병 위험 높다
'스카이 콩콩'과 TV, 컴퓨터 그리고 비디오 게임

지금은 어린이날이 크리스마스보다 더 중요한 날이 되었습니다. 제 딸아이가 태어나고는 그랬습니다. 이런 어쩔 수 없는 변화를 제딸은 전혀 알아주지 않을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제게 특별한 어린이 선물이 있었습니다. '스카이 콩콩'입니다. 초등학교 시절인 1980년대 대유행이었는데, 아버지께서 시험을 잘 보면 어린이날 선물로 사주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런데 운좋게도 시험성적이 잘 나왔습니다. 당시에 아버지는 어린이날도 일을 하셨었는데, 늦은 밤까지 자지 않고 기다리던 제게 아버지는 스카이 콩콩을 번쩍들고 나타나셨습니다. 아직도 천국의 삽화처럼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요즘 부모님들 어떤 선물들을 사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컴퓨터나 비디오 게임기였다면, 아이들의 사용 시간을 잘 관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TV를 보거나 컴퓨터, 비디오 게임을 하느라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서 심장병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대학이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13개 지역, 12세에서 18세까지의 청소년, 1,033명의 표본을 추출했습니다.  그들을 대상으로 하루에 얼마나 TV를 보고, 컴퓨터나 비디오 게임을 얼마나 하는지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키, 몸무게, 복부 비만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그리고 혈압 등 심장병 위험요소로 알려진 건강 상태를 점검했습니다. 우리나라 청소년에 관한 사항을 왜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대학에서 연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청소년의 TV, 컴퓨터, 비디오 게임 사용 실태와 심장병과의 연관성에 관한 첫 연구였습니다. 그리고 연구팀은 발표논문에 이 사실을 기술했습니다. 

얼마나 보고 있었나?

먼저 TV 시청시간을 살펴보면 주중에는 남학생이 하루에 1.8시간, 여학생은 2.0 시간을 봤습니다. 주말에는 남학생이 하루에 3.2시간, 여학생은 3.5시간을 봤습니다. 그리고 컴퓨터나 비디오 게임의 경우에는 주중에 남학생이 하루에 1.7시간, 여학생은 1.4시간 동안 했습니다. 주말에는 남학생이 하루에 2.7시간, 여학생이 2.1시간을 했습니다. 남학생은 컴퓨터나 비디오 게임을 더 많이 했고 여학생은 TV를 더 많이 보고 있었는데, 이건 다른 나라 아이들도 그랬습니다. 1주를 통틀어서 다시 계산해보면 남학생은 TV를 15.5시간 컴퓨터나 비디오 게임을 14.1시간 했고, 여학생은 TV를 16.8시간 컴퓨터나 비디오 게임을 11.5시간 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일주일에 29시간 정도를 TV 브라운관 앞이나 컴퓨터, 비디오 게임기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도 청소년들이 TV나 컴퓨터, 비디오 게임-이른바 스크린 앞에서 앉아 있는 시간이 심각한 수준이어서 관련 연구들이 많고, 여러 정책과 교육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우리나 청소년들이 스크린 앞에서 앉아 있는 시간은 미국 청소년보다 33%나 더 많았습니다. WHO, 세계보건기구는어린이, 청소년이 스크린 앞에서 앉아 있는 시간에 대한 권고를 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두 시간이 넘어서는 안 되고 1주일에 14시간 이내여야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청소년은 WHO의 권고 수준보다 2배가 넘는 시간을 스크린 앞에서 보내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IT 강국으로서 많은 경제사회적 성과가 있지만 이런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스크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은 12세에서 증가하기 시작해 중학교 3학년인 15세까지는 절정에 달하다가 16세, 고 1부터 18세, 고 3까지는 다소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건 스크린 앞에서 앉아 있는 시간이 밖에서 뛰어 노는 시간으로 바뀐 게 아니라 고등학생이 되어 학업 분량이 늘어난 탓에 공부하는 시간으로 전환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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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앞에서 앉아 있는 시간 얼마나 위험한가?

앉아만 있다보면 칼로리 소모가 적어서 비만이 되기 쉽고, 비만하면 혈압도 높아지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아집니다. 그러면 심장병도 당연히 더 잘 걸립니다. 그런데 연구팀은 스크린에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여러 심장병 위험요소와  얼마나  관련있는지 정확하게 계산해냈습니다. 하루에 스크린 앞에서 앉아 있는 시간이 한 시간 늘어나면 비만 위험도는 13%, 고지혈증 위험도는 15%, 그리고 복부비만 위험도는 26%나 높아졌습니다. 물론 심혈관 질환 위험요소가 있다고 해서 당장 어떤 큰 문제가 일어나는 건 아닙니다. 혈압이 좀 높고, 좀 비만하고, 혈액속에 지방질이 좀 많다고 해서 청소년들이 심장병에 걸리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게 쌓이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이 막힙니다.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심근 경색에 걸린 수 있습니다. 경희대병원 심장내과 김우식 교수는 "심혈관 질환 위험요소가 교정되지 않은 채 10년 정도가 지나면 젊더라도 심근 경색에 걸릴 확률이 최고 4배까지 더 높아진다" 고 말했습니다.

공부하느라 앉아 있는 건 괜찮은가?

공부하느라 앉아 있는 시간도 역시 칼로리 소모가 적어서 비만의 위험요소가 됩니다. 다만, 이번 연구에는 공부하는 시간까지 포함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연구팀도 논문 말미에 공부하느라 앉아있는 시간까지 확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는데, 체육수업이 비중이 외국에 비해 높지 않고, 방과 후 학원 등의 사설 교육이 활발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하면 이 부분의 연구가 빨리 이루어져야 합니다. 취재 중 만난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 아침 7시 반까지 학교에 가서 야간 자율학습을 마친 밤 10시에서야 하교를 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학원으로 가서 12시까지 또 수업을 듣습니다. 정말 잠자는 시간, 학교 체육 수업을 빼고는 거의 다 앉아서 생활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과도한 좌식 생활속에서 잠깐 시간이나거나 학교 수업이 없는 주말에 우리 청소년들은 TV나 컴퓨터, 비디오 게임기 앞에서 또 앉아 있는 겁니다.

건강, 성적만큼 중요할 수도 있다.

고등학교 1학년 학급 회장을 맡고 있는 남학생에게 물었습니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건강도 중요하지 않느냐고, 곧바로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지금부터 건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면 20대가 됐을 때 할 수 있는 게 건강 챙기는 거밖에 없지 않을까요? 건강이 좀 나빠지더라도 공부를 해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놓고 그 다음에 건강을 챙기겠습니다."

아무 답도 못했습니다. 책을 보기 위해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을 건강 때문에 줄이라고는 감히 말씀 못 드리겠습니다. 그저 건강해야 공부를 더 잘 할 수 있고 건강은 어떤 순간에도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는 원론적인 말밖에는. 하지만  여가시간마저 스크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은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라는 말씀은 꼭 드려야 겠습니다. 대신에 육체적인 놀이를 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스카이 콩콩'처럼 펄쩍펄쩍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육체적인 놀이들이 우리 청소년들 사이에서 화려하게 부활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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