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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역습

[취재파일]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역습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을 둘러싸고 통합진보당의 집안 싸움이 심상치 않습니다. 3일 열린 대표단 회의에서 이정희, 유시민, 심상정 공동대표는 하나같이 국민과 당원에게 실망을 끼쳐 죄송하다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정희 대표는 "가장 무거운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면서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고, 유시민, 심상정 대표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공동 사퇴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 이정희-유시민 '진상조사' 신경전

하지만 전날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 발표를 놓고는 입장 차를 보였습니다. 이정희 대표는 "공동대표인 저도 아직 진상조사 결과 보고서를 받아보지 못했다, 어떤 경선 후보자들에게, 어떤 부정의 경과가 담긴 표가 주어졌는지 저는 백지상태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이 대표단에 사전 보고 없이 조사결과를 발표한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보인 것입니다. 앞서 당권파 측은 조준호 위원장의 발표에 대해 "당권파를 부정한 세력으로 몰아 당권을 침탈하려는 기도 같다, 비당권파가 당권파에 전면전을 선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라는 격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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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유시민 공동대표는 공개석상에서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유 대표는 이정희 대표의 발언이 끝난 뒤 모두 발언을 통해 "진상조사위원회는 원래 구성될 때 조준호 공동대표가 전권을 가지고 조사할 수 있도록 대표단이 합의하면 위원장을 맡겠다고 해, 대표단이 전권을 위임해 줬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2일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도, 이틀 전 대표단 워크숍에서 공동대표들이 2일 오전에 발표하기로 이미 합의했던 사항"이라고 공개했습니다. 유 대표는 아울러 "유권자, 시민들이 대체로 어제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를 신뢰하고 존중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진상조사위 조사결과의 신뢰성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 당권파 "진상조사위 공정성에 문제"

그러나 당권파는 여전히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당권파인 이의엽 통합진보당 정책위의장은 2일 진상조사위의 발표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먼저, 온라인 투표에서 부정이 있었다는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의 발표는 심각한 판단착오라고 반박했습니다. 조준호 위원장이 '온라인 투표 소스 코드를 열어본 시점과 특정 후보의 득표율 상승 시점이 일치하는 특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는데, 득표율이 정체한다고 한 시점은 밤 11시부터 새벽 5시까지로 사람들이 자는 시간이라 당연히 투표율이 낮을 수밖에 없고, 득표율이 상승한다고 한 시점은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로 당연히 투표율이 높아질 시간대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조준호 위원장이 그래프를 잘못 읽은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동일한 인터넷 IP를 통해 온라인 투표가 이뤄져 대리투표 의혹이 있다는 조준호 위원장의 발표에 대해서도 "한 사무실에서 공용 IP를 사용하거나, 중소기업의 경우 개인마다 컴퓨터가 없는 경우가 많아 점심시간이나 퇴근 시간에 공용 컴퓨터를 사용해 투표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의엽 정책위의장은 아울러 현장 투표의 부정 의혹에 대해선 이미 해당 투표소의 투표를 전부 무효 처리했기 때문에 비례대표 후보들의 당락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진상조사 위원장 외에 진상조사 위원이 누군지도 알지 못한다, 진상조사위의 객관성과 공정성 자체도 문제가 제기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역공을 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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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희 단독 사퇴냐, 대표단 총사퇴냐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에 대한 통합진보당의 수습책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당권파인 이정희 공동대표만 사퇴하느냐, 비당권파인 유시민, 심상정 공동대표도 함께 사퇴하느냐입니다. 이정희 대표는 앞서 밝혔듯이 대표직에서 물러날 뜻을 내비쳤습니다. 이에 대해 당권파측은 유시민, 심상정 대표도 함께 물러나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6월 3일 당 대표 선거가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대표단이 총사퇴할 경우 6월 3일 당 대표 선거에 다시 출마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부정선거 책임을 지고 물러났는데 다시 출마할 명분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통합진보당은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지 않아 향후 대선 후보로 출마하는데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당권파측의 공동 사퇴 압박에 대해 유시민, 심상정 대표를 비롯한 비당권파측은 "그렇다면 비례대표 1,2,3 번 당선자도 사퇴하라"고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례대표 1,2,3번은 민주노동당 출신이거나 당권파의 지지를 받은 후보들입니다. 이정희 대표 단독 사퇴냐, 대표단 공동 사퇴냐, 나아가 비례대표 당선자들도 사퇴할지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수 싸움이 치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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