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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오디션, 원래 이렇게…" 연예기획사의 엽기 행각

관련 이미지 최근 연예기획사 내부의 성범죄가 또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가수 전진, 배우 신지수 씨 등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오픈월드엔터테인먼트의 장 모 대표와 소속 아이돌 그룹 멤버 2명, 또 장 대표와 친분이 있는 가수 A씨 등 총 4명을 입건했습니다. 그 중 장 대표와 A씨는 구속됐습니다.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이들의 행각은 가히 엽기적입니다. 장 대표는 연예인이 되기 위해 찾아온 10대 지망생에게 최음제를 먹이고 성폭행하는가 하면, 알고 지내던 남자 가수와 함께 성폭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소속 남성 아이돌 가수를 시켜 성관계를 맺도록 하고 이를 CCTV를 통해 지켜보면서, 휴대폰 문자로 지시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지망생에겐 스타킹 색깔이나 종류를 지정해주기도 했고요. 장 대표는 여전히 “여성들이 동의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게 일부 기획사만의 일탈이 아니라는 겁니다. 최근 서울 마포경찰서에선 가수 지망생을 녹음실 부스에서 성추행한 혐의로 또 다른 연예기획사 대표를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이 대표는 오디션을 보러 온 22살 여성을 녹음실 부스에서 옷을 모두 벗게 한 뒤 "원래 오디션은 이렇게 한다"며 가슴을 만지고 키스를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대표 역시 “지망생이 옷을 벗으라고 하니 스스로 벗었다”며 억울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장자연 씨 사건이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은 지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왜 이런 문제가 여전히 끊이지 않을까요. 우선, ‘연예기획의 산업화’가 하나의 배경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거대 자본 투자를 통해 연예인이 만들어지는 구조에서, 기획사 대표의 권력은 갈수록 막강해지고 있습니다. 문제가 된 기획사에 한때 몸담았던 한 여성 가수는 “기획사 대표가 생사  여탈권을 쥐고 있으니 만일 성추행을 하더라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습니다.

또한 자본력을 갖추지 못한 연예기획사들이 ‘스폰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관행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여성 연예인에게 중견 기업가와 같은 스폰서를 알선해주고, 연예인이 받은 돈 상당금액을 기획사의 운영비로 사용한다는 겁니다. 관련 사건을 수사한 한 경찰 관계자는 “스폰서 관계는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맺어지는 경우가 많고, 6개월 기준으로 수천만 원씩 받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기획사에겐 연예인 하나하나가 당장 돈줄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만일 기획사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처절한 응징이 뒤따릅니다. 과거 수사를 받았던 한 연예인의 경우, 스폰서 관계를 강요받다가 기획사에서 나오려고 하자 기획사 직원이 성폭행하고 동영상까지 찍어 경찰이 수사에 나선 적이 있습니다. 가끔 터지는 동영상 파문의 상당수가 이런 응징과 관련이 있다고 경찰은 추정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연예계 내부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과거엔 피해를 입은 연예인이 경찰이나 검찰 조사를 받을 땐 “모든 걸 내려놓은 태도”인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소문이 날 경우 대중과 기획사에서 외면 받을 것이기 때문에, 연예계를 떠날 각오를 하고 진술을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최근 수사를 한 경찰은 “최근 지망생들은 확실히 뭔가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한 아이돌 지망생은 “지금 이렇게 털고 가야, 기획사에서 더 건드리지 않을 거고 앞으로 연예계에서 더 클 수 있을 거”라며 경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했다고 합니다. 몇 년 전 동영상 파문에 시달렸던 모 배우는 이후 기획사와 몇 번의 소송까지 불사하며 TV에서 재기에 성공한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등용문이 확대되고, 몇몇 대형 기획사들이 보다 합리적인 연예인 육성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부분도 변화를 가져오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무엇보다 한 번 성범죄에 연루된 기획사 대표와 매니저를 다시는 이 바닥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강경한 자정 움직임이 절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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