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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국 드디어 화났나?

...북 로켓 발사에 대한 안보리 대응 읽기

[취재파일] 중국 드디어 화났나?
북한이 위성이라고 주장하는 로켓의 발사에 대한 UN안보리의 대응이 어제 나왔습니다. 많이 보도된, 안보리 의장성명입니다. 북한이 위성이라고 주장하는 로켓 발사는 3년전 이맘때인 2009년 4월5일에도 있었습니다. 그때의 결과와 지금의 결과를 비교해 보면, 국제사회의 반응이 굉장히 강경해 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중국의 입장 변화 때문이었습니다.

* 안보리, 대주주 중국이 싫다면 안되는 '주주총회'

유엔 안보리라는 다자(多者) 외교 무대는 1국 1표의 평등한 민주주의가 통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업의 주주총회 모델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대주주 5개국 - 상임이사국 미,러,중,영,불이며, 합쳐서 P5라고 부릅니다- 은 '거부권'을 갖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 문제를 한미 양국이 아무리 안보리에 갖고 가도, 중국이 싫다면 채택되지 않는 구조입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천안함 사건입니다. 2년전 천안함이 침몰했을 때, 한미양국은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침몰'이라는 조사결과를 제시하며, 북한을 안보리가 징계해 줄 것을 의제로 올립니다. 진땀을 빼는 외교전 끝에 나온 결과물은 그러나, 천안함이 '북한의 공격에 의해' 침몰한 것이라고 특정하지도 못했습니다. 유엔 외교를 잘했니 못했니, 안보리에 천안함 문제를 갖고 가는 것이 옳았니 그르니 논란이 많았는데, 아무튼 그때 우리 정부는 중국의 외교적 파워를 새삼 실감했습니다.

이번 '로켓'발사는 사안이 좀 다르긴 했습니다. 천안함은 기본적으로 국지적 문제이자 남북한 양자간 이슈였던 반면, 이번 로켓 발사는 이미 안보리가 두 차례 결의안 (1718 / 1874호)으로 비난하고 금지한, 국제적 다자 이슈였습니다. 중국이 딴지를 걸 수 있는 여지가 적었습니다. 그렇더라도, 북한이 국제사회의 결의를 어긴 것을 강력히 비난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징계를 확대하자는 한미 양국의 입장을 어느정도 받아줄 지, 의문이 많았습니다.

                   


* 주말 지나면서 입장 강경선회…중국의 속내는

그런데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센 의장성명이, 안보리 사상 가장 신속하게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은 당초, 2009년 결의안보다 낮은 수준이라면 의장성명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입장이, 지난 주말의 외교협의를 거치면서 상당폭 달라진 겁니다. 처음에는 받아들일 수 없다던 강경한 조항들을, 중국은 대거 받아들였습니다. 2009년 의장성명과 올해 의장성명의 차이점 비교는 글 말미에 표로 첨부하겠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우선 로켓에 대한 인식입니다. 북한은 지금도 '평화적 우주이용 권리'를 말하며, '위성'의 궤도진입용 발사였다고 주장하지만, 안보리 의장성명을 읽어보면, 그런 논리를 전혀 인정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핵탄두의 장거리 운반 수단'으로 이번 로켓을 보고 있음이 드러납니다.

이번 의장성명이 로켓 발사에 관한 것임에도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돌이킬 수 없게, 검증 가능하도록 포기'하고 관련활동도 모두 중지하라고 요구한 것 역시, 매우 강한 내용입니다. (이런 표현은 미국 부시정부때 많이 쓰던 것입니다. )

북한이 핵실험을 할 가능성을 특정하고 - 문안에 '핵 실험'이 직접 등장합니다 - , 이러한 추가 도발이 있을시 자동적으로 유엔이 조치에 나설 수 있도록 한 것 또한, 기대이상의 외교적 성과로 받아들여집니다.

* "대화로 풀어라" 문구 삽입도 포기

중국은 이러한 내용들을 모두 받아주었을 뿐만 아니라, 북한 문제가 다뤄질 때마다 늘 되풀이하던 '대화 해결'부분을 문안에서 빼는 데에도 동의했습니다. 당초 중국은 '2.29 베이징 북미합의를 준수한다'거나 '6자회담 조기 개최'같은 문안을 넣기를 희망했던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6자회담도 사실상 물건너 갔고, 2.29 베이징 합의 (북한은 핵활동 중단- 미국은 영양지원) 또한 북한의 로켓발사로 인해 사문화됐다는 미국의 문제제기를 받아주었습니다.

유엔 안보리의 결과물 가운데 가장 상위는 '결의안(resolution)'입니다. 결의안은 유엔 회원국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있지만, 반대표를 던지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번에 나온 '의장성명(PRST)'는 법적 구속력은 없다지만, 만장일치로 채택됩니다. 위에 말씀드린, 그리고 나중에 표로 자세히 보여드릴 강한 내용들을 '중국이 모두 동의했다'는 메시지가 국제사회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겁니다.

그동안 북한 두둔 일변도였던 중국이 이번에는 왜 강경한 대북 비난, 그리고 대북 제재 대상의 확대를 용인했을까요. 그것은, 김정은 북한 신지도부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중국은 이번에 반 공개적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가 원치않는 로켓발사를 강행하지 말 것"을 촉구했습니다. 북한은 들은 체 만 체 했습니다. 동맹국이라고 해서 발사 계획을 미리 알려주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수순으로는 핵실험까지 예상됩니다. 중국은 6자회담이라는 틀을 통해 한반도 상황을 조용히, 자기 페이스대로 끌고 가고 싶어 합니다. 한국이 이런 저런 이유로 북한과 각을 세우는 것도 달갑지 않지만, 북한이 자꾸 시끄럽게 구는 것도 달갑지 않은 게 중국의 입장입니다.

김정일이 김정은에게 내린 유훈 가운데 '중국에 휘둘리지 말고, 경계하라'는 것도 있다고 공공연히 보도된 마당에, 김정은 정권 길들이기가 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 탈북자 북송 중단…북한에 대한 다각적 경고

이런 상황에, 주목되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오늘, '중국이 탈북자 강제 북송을 중단했다' 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당국자가 인용되었습니다. 불과 몇주 전까지만 해도, 탈북자 강제 북송은 아주 요란한 이슈였습니다. 국제사회가 아무리 뭐라고 해도,  중국은 아랑곳 하고 탈북자들을 잡아 북한으로 넘겼습니다. 중국이 탈북자를 공식적으로 받아주기 시작하는 건, 북한 내부 주민들에게 "국경만 넘어라. 그러면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공인해 주는 것과 같고, 북한 체제를  한번에 허물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동베를린이 무너질 때를 생각해 보면 됩니다.) 아직 거기까지 간 건 아니지만, 북한이 매우 예민하게 생각하는 탈북자 문제를 통해, 중국은 북한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겁니다.

중국은 과거 몽골에 모종의 이유로 경고를 주어야 했을 때에도 비슷한 방식을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와 중국 베이징을 잇는 국제 철도 운행을 어느날 갑자기 보수공사 한다며 끊어버렸다는 겁니다. 몽골은 중국과 인접해 있는 나라로, 중국과의 사람과 물자 교류가 끊기면 바로 탈이 나는 경제여서, 오래지 않아 몽골이 중국의 경고를 받아들였고, 중국은 외교적 목표를 '조용히' 달성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중국도 북한에 대한 전략을 바꾸는 걸까요? 아직 그런 단계까지 가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북한은 여전히, 한반도 주변에서 중국이 해결사 노릇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외교적 꽃놀이패입니다. 그런 북한을 지나치게 흔들 의도는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너희들 마음대로 분탕질 치게 놔 둘 수는 없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라'는 메시지가, 로켓 발사 이후 중국의 대응에서 읽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것인지, 만일 한다면 그다음 중국의 대응은 어떤 것일지, 지켜볼 일입니다.

아래는, 2009년 로켓발사 때와 이번 안보리 의장성명의 비교입니다.

 

09년 4월13일

이번

시기

발사 (4.5) 8일만에

발사(4.12) 4일만에

-회의소집 3일만에

안보리 결의 위반 규탄

-발사를 규탄(condemn)

- 1718호 결의안 위반이다

-'강력'규탄 (Strongly condemn)

- 1718,1874의 '심각한' 위반임을 '강조'(serious violation, underscore)

 안보 우려

 -없음

 - 역내 중대한(grave)안보 우려를 초래했음을 개탄(deplore)

 추가발사 금지

 - 어떤 추가발사도 (any further launch) 하지 말라

 - 탄도미사일 기술 이용한 어떠한 추가발사도 진행하지 말라(proceed with)
- 모든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중단 (suspend), 미사일 모라토리움 기존 약속 재확립(reestablish ) 요구

 결의 의무 준수

- 1718호 의무를 완전히(fully) 준수해라 재강조(reiterate)

 - 1718, 1874 즉각 (immediately) 완전히 (fully) 준수해라(comply)고 demand

 결의의무 준수

 - 핵프로그램 폐기 요구 없었음

 -(위의 연장) 모든 핵무기 및 현존 핵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폐기'하고, 관련 모든 활동을 즉각 중단(cease)하라

_탄도 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떠한 추가 발사, 핵실험 및 추가도발 하지 말것
 

제재 대상 추가 지정

 1718호에 따라 제재대상 단체와 품목 추가지정

 plus, 북한 제재위원회가 개인,단체,품목 제재 목록을 갱신하고, 이후 연례적으로 업데이트
북한제재위 연간 활동계획도 갱신

 

  

 북한 제재위가 상기 조치를 취한 뒤 15일 이내에 안보리에 보고하도록 지시.
조치 미비시 안보리가 추가 5일내에 직접 조치완료키로 합의

 결의이행 의무

 모든 회원국이 결의 1718호 의무를 완전 준수(comply)할 것을 촉구(call upon)

1718,1874 의무를 모든 회원국이 완전히 '이행(implement)' 할 것을 촉구

 추가도발시

 - 동 사안이 계속 안보리에 계류됨을 결정

 - 북 추가발사 또는 핵실험이 있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결의(its determination to take actions)를 표명 (*상응조치가 뭐가 될지는 그때가서 추후 논의하게 됨)

추가 대화

6자회담 지지, 조속 재개 촉구. 모든 당사자들이 9.19 공동성명 이행토록 촉구

 관련 내용 없음

 평화적 노력 촉구

안보리 이사국 및 여타 회원국의 대화를 통한 평화적이고 포괄적인 해결 촉진 노력을 환영

 관련 내용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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