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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습은 웃음거리"…北 왕자 입을 열다

신간 '안녕하세요 김정남입니다' 국내 출간

그동안 갖은 추측만 난무했던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일본 도쿄신문의 북한전문기자 고미 요지는 김정남과 주고받은 150여 개의 전자메일과 7시간에 걸친 대면 인터뷰를 토대로 '안녕하세요 김정남입니다'를 펴냈다.

항간에 알려진 김정남의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는 '방탕아'다.

2001년 "디즈니랜드에 가려고 했다"며 위조 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려다 적발돼 망신을 당한 바로 그 모습대로다.

그러나 저자는 김정남과 나눈 많은 양의 전자메일을 통해 통념과는 전혀 다른 김정남을 소개한다.

권력에는 뜻이 없어 동생 김정은에게 옥좌를 내준 '폐세자'일지언정 '망나니'는 아니라는 것.

"봉건왕조를 떠나 근래의 권력 세습은 희대의 웃음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회주의 이념에도 부합하지 않습니다."(67쪽)

놀랍게도 김정남은 전자메일을 통해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을 늘어놓는다.

또 생전 김정일은 3대 세습은 하지 않겠다고 말해왔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저자와 김정남의 인연은 2004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베이징 국제공항에서 김정남과 우연히 마주친 저자가 황급히 명함을 건넸던 것이 인연이 돼 그해 12월 김정남이 전자메일을 보내왔던 것.

"안녕하십니까? 김정남입니다"로 시작되는 전자메일에서 김정남은 다분히 세련되고 정치적인 어법을 구사한다. 말투마저도 북한보다는 남한의 서울 말씨에 가깝다.

그는 김정일의 건강 상태와 같은 극비 사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연평도 포격·북한 화폐 개혁 각종 사안에 대해 시원하게 대답했다.

"남한은 공격을 받더라도 확전을 막기 위해 항상 적절한 대응을 못하는 것"이라든가 "화폐 개혁은 큰 잘못"이라는 등 그의 촌평에는 거침이 없다. 남한의 어느 지식인이나 북한 전문가의 인터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뒤 원자력에 대한 그의 견해는 흥미롭다.

"핵무기 같은, 인류를 멸망으로 몰아갈 수 있는 물건은 지구상에서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148쪽)

김정남은 동생 김정은을 향해 "북한 주민들에게 윤택한 생활을 안겨 주길 바란다"고 주문한다. 권력에 관심이 없는 그에게 김정은은 그저 동생일 뿐이었던 것.

그러나 지난해 김정은 후계 구도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그의 생각에도 변화가 보인다.

김정남은 지난해 11월 "김일성 주석을 닮은 것만으로는 홍보가 될까 싶다"라며 "그 어린애의 표정에선 사명감이나 신중함, 향후 국가 비전을 고민하는 그 어떤 생각도 읽을 수 없다"고 수위를 높였다.

저자는 책 말미에서 김정남이 중국의 후원을 받는 점을 지적하면서, 북한이 혼란에 빠지면 중국이 '김정남 옹립' 카드를 빼들 수도 있다고 예측한다. '포술의 천재' 김정은보다는 개혁·개방만이 살길이라 믿는 김정남이 중국으로서는 더 안정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김정남은 마카오의 도박장이나 일본 디즈니랜드를 굳이 찾아 오해를 산 것일까.

"만약 북한 여권으로 전 세계 여행이 자유로웠다면 제가 철없이 도미니카 공화국의 위조 여권을 들고 일본 디즈니랜드를 방문하러 갔겠습니까?"(70쪽)

중앙m&b. 248쪽. 1만3천800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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