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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나경원 전 의원이 해명한 것과 해명하지 않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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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인 김재호 판사의 누리꾼 기소 청탁 의혹과 관련해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이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해명에 나섰다. 예상했던 바이지만 ‘청탁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나 전 의원의 회견 내용을 보면 맞는 말도 있고 또 나름 의혹에 대한 해명도 했지만 해명되지 않은 부분도 있다. 워낙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사건이니 잠시 시간을 내서 하나씩 짚어본다.

먼저 거의 반론이 없을 것 같은 부분. 이번 사건을 제기한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줄여서 나꼼수)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매체"라는 것이다. 이 부분은 평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당사자들도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다는 점을 굳이 숨기지 않는 상황이므로 팩트, 즉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당시 고발이 되어서 수사를 받았던 누리꾼의 혐의가 ‘나 전 의원의 자위대 행사 참석’ 부분이 아니라 이른바 친일파 토지 반환소송에 대한 것이었고 그 부분은 나 전 의원이 판사 시절 재판을 맡지도 않았으므로 애초에 허위 사실이었다는 부분도 팩트에 대한 부분이다. 이 부분은 직접 확인해본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검증이 가능한 부분이므로 일단 사실로 봐도 될 것 같다.

검증 가능한 팩트에 대한 게 하나 더 있는데 이것은 김재호 판사가 근무하는 서부지법 관내에 있는 특정 누리꾼 한 명을 찍어서 고발을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고발을 제기한 것은 영등포경찰서이고 피고발인은 누구인지 몰라서 ‘성명불상 네티즌’이었고 IP를 추적해보니 은평구가 주소지여서 관할인 서부지검으로 송치됐다는 것. 이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한 나꼼수 측에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나 전 의원은 청탁 의혹과 관련해서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언급했는데, 첫째는 청탁을 받았다는 박은정 검사는 2006년 1월 중순경에 사건을 배당받아 10여 일 정도 사건을 담당한 뒤 출산휴가를 가게 됐고 이후 최 모 검사가 사건을 재배당받아 4월 13일에 고발당한 누리꾼을 기소했다는 것, 다음으로 남편인 김재호 판사는 2월 20일 경에 미국 유학을 갔다는 것이다. 나 전 의원은 따라서 박 검사는 실질적으로 이 사건 담당 검사도 아니었으며 남편은 기소가 이루어질 당시 미국에 있었으므로 영향을 미칠 상황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이 부분은 논리적으로는 약간 의문이 남는다. 박은정 검사가 사건을 처음 담당했던 검사인 것은 여전히 사실이다. 검찰은 비록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고 있지만 박 검사가 10여 일 정도 이 사건을 담당했다고 나 전 의원 스스로 밝혔으니까. 그리고 바로 이 10여 일 동안 김재호 판사는 국내에 있었다. 미국으로 간 것은 2월 20일 경이라고 나 전 의원이 밝혔으니까. 다시 말해 해당 누리꾼이 기소되는 시점에 김 판사가 국내에 없었던 것은 맞지만 박 검사가 사건을 맡은 그 10여 일 동안에는 서부지검과 관할이 같은 서부지법 판사로 근무하고 있었다는 얘기이다.

결국 여러 해명에도 불구하고 김 판사가 박 검사에게 전화를 했느냐, 그리고 전화를 했다면 무슨 말을 했느냐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나 전 의원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다. 기자들은 “전화를 한 사실은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지만 나 전 의원은 “청탁을 한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전화를 했다고 시인한 것도 아니지만 전화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부분이 ‘해명’ 기자회견에서 해명했어야 할 핵심이었다.

따라서 나 전 의원은 ‘해명’ 기자회견을 했지만 실상은 해명은 아무 것도 된 것이 없는 셈이 되었다. 청탁 전화를 할 만한 사안이었느냐 아니었느냐는 부분은 이른바 '나 전 의원 비방 사건'의 법률적 성격에 대한 평가의 문제일 뿐이고, 전화는 했는데 청탁은 아니었다는 것인지, 전화를 한 사실 자체가 없다는 것인지, 핵심적인 대목은 해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이 논란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먼저 사실관계가 분명해져야 한다. 정말 박 검사에게 전화조차 한 일이 없는데 나꼼수가 '청탁 의혹'을 제기했다면 나 전 의원 측은 무척이나 억울할 일이다. 사실 관계가 그렇다면 나꼼수 측은 법률적인 책임은 물론이고 정치적, 사회적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할 것이다. 어느 누구도 정치적 입장이나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허위 사실로 공격받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나꼼수의 영향력을 놓고 본다면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이 문제는 사실관계부터 명확하게 해명되어야 한다.


 

하지만 나꼼수가 편향적인 매체라는 ‘평가’나 이런 매체의 선동으로 민주주의가 왜곡되고 있다는 ‘주장’으로 이미 만천하가 궁금해 하고 있는 의문이 조용히 해소될 리는 없다. 1644년, 존 밀턴이 역작 “아레오파지티카”에서 설파한 다음 구절을 생각해보면 해법은 자명하다.

“진리가 허위와 맞붙어 논쟁을 하도록 하라. 누가 자유롭고 공개적인 대결에서 진리가 불리하게 되는 것을 본 일이 있는가. 진리의 논박이 허위를 억제하는 최선의 그리고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핵심은 사실을 밝히는 일이다. 이 '청탁 의혹' 사건의 사실관계를 갖고 있는 분들이 해야 할 일이다. 검찰도, 법원도 마찬가지다. 당사자들을 불러서 조사를 하고 사실을 밝혀야 한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오늘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어떤 언론은 나 전 의원의 ‘해명’만을 기사로 쓰고 있다. 나꼼수의 편향성을 지적하고 음해와 선동이 민주주의에 미치는 악영향을 장황하게 전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나꼼수, 시사인 등 편향된 매체의 정치기획”이고 “연속된 음해와 편향된 매체의 정치공작에 굴복하지 않고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나 전 의원의 결의를 전하며 ‘법적 대응 가능성을 내비쳤다’고 분석도 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언론들은 나 전 의원이 “전화를 한 사실은 있느냐”는 거듭된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아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언론이 뭐라 보도하든 이미 트위터에서는 ‘전화 여부를 부인하지 않았음’이 벌써 이슈가 되고 있다.

당사자인 나 전 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해명하거나 주장할 부분만 얘기하는 것까지 뭐라 하기는 어렵다. 또 언론으로서 논란의 당사자가 하는 말을 충실히 전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단순히 어떤 사람의 주장을 충실히 전하는 것만으로 언론이 역할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이라면 그 전모를 균형 있게 전하는 것이 건전한 여론 형성 기능을 맡고 있는 언론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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