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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쏠쏠하던 포인트카드, 적립할 때마다 '함정'

나는 당신이 무엇을 사고 싶어 하는지 알고 있다

[취재파일] 쏠쏠하던 포인트카드, 적립할 때마다 '함정'

"저 사람은 뭐하는 사람인데 저런 물건들을 샀지?"
"어, 저건 흔하게 쓰는 물건은 아닌데, 저 사람 뭐하는 사람이지?"

마트 계산대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이런 생각들 대부분 해 보셨을 겁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물건을 판매해야하는 대상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물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면 판매는 훨씬 수월할 테니까요. 그런데 방법이 문제입니다. 모든 소비자들을 쫓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래서 기업들은 몇 가지 방법들을 고안해 냈습니다.

가장 초보적인 형태가 샘플 소비자 몇 명을 추려서 실제로 쫓아다니면서 소비행태를 조사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샘플의 대표성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집단을 대표하지 못하는 대상을 조사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마케팅을 한다면 전혀 효과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죠.

다음으로 실시한 것이 여론조사 방식의 설문조사입니다. 샘플의 숫자도 늘어났고, 소비자를 따라다녀야 하는 수고도 덜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설문조사의 응답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것이죠. 어떤 민감한 질문에 대해 사실과 다른 응답을 한다면 조사의 필요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업들은 고민했습니다. 대표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신뢰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리고 계속해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더욱이 소비자들이 숨기고 싶어하는 정보까지 속속들이 알 수 있으면 좋을텐데. 그렇게 해서 고안해 낸 방법 중 하나가 '포인트 카드'입니다.

마트나 백화점, 커피점과 베이커리 등에 가면 계산하는 직원들이 의례 계산 금액의 일정액을 적립해 준다며 포인트 카드 가입할 것을 권합니다. 그런데 혹 의문이 들지는 않으셨나요? 구매액의 일정 부분을 적립해 현금처럼 쓸 수 있게 해 주고, 할인이 되는 쿠폰을 발송하면 기업에게는 손해가 될 것 같은데 왜 먼저 권하는지.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기업들이 가장 알고 싶어하는 정보인 고객에 대해서 포인트카드는 실마리를 주는 매개체이기 때문입니다.

포인트 카드를 이용하게 되면, 고객의 구매 흔적이 남게 됩니다. 고객이 계산을 할 때 항상 적립을 위해 포인트 카드를 낸다면, 고객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구매했는지 이 보다 정확하고 솔직한 정보는 없을 겁니다. 기업들은 이렇게 모인 정보 중 의미있는 정보를 분류하고, 분석합니다.

마트에서 무엇을 많이 사는지, 마트에 주로 언제 오는지. 이런 정보를 알 수 있게 된다면 해당 고객에게 어떤 물건을 추천해야 할 때 해당 고객의 구매 가능성은 높은지를 알 수 있어 도움이 되고, 어떤 매장에서 행사를 해야 할 때도 어떤 고객이 방문할 가능성이 높은지 알 수 있게돼서 도움을 줄 겁니다. 기존의 구매 흔적으로 미래의 구매 가능성을 점치는 거죠.

그런데 마트나 편의점 등 한 분야에 한정되어 있던 포인트카드가 다른 곳으로까지 확장된 '통합 포인트카드' 형태를 띠게 된다면 추정은 훨씬 정확해 질 수 있습니다.

               

학생의 학교에서의 모습만 보다가 가족들과는 잘 지내는지, 학교 밖에서 친구들과는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등을 알게 된다면 그 학생에 대해서 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무슨 영화를 좋아하는지, 마트에는 얼마나 자주 오는지, 커피는 몇 잔이나 마시는지 등의 정보를 알 수 있다면 마트 한 곳에서의 정보를 아는 것 보다 소비 성향 등에 대해 훨씬 깊이있고 폭넓은 이해를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번 보도에서는 포인트카드만 다뤘지만, 인터넷에서도 이런 형태는 찾아볼 수 있습니다. 커피점에서 무선인터넷을 쓰려고 할 때, 인적 정보를 기입하고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하라는 문구 많이 보셨을 겁니다. 대부분 아무런 생각없이 동의하기 쉬운데요, 일부에서는 기업들이 그런 식으로 어느 사이트에 주로 접속하는지 어떤 글을 읽었는지를 파악하기도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실제로 구글은 이런 식으로 개인정보 수집을 하다 최근에 그만두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오프라인에서 뿐 아니라 온라인에서의 생활까지 누군가에게 속속들이 노출되고 있는 셈이죠.

보도를 본 어떤 분들은 "내 정보가 뭐 대단한 정보라고. 혜택만 받을 수 있으면 좋은 거 아니냐?"는 반응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애초 보도를 기획하게 된 것도 정보가 새 나가고 있으니 절대로 가입을 하지 말라는 취지라기 보다는 그걸 감안해 판단하시라는 것이었습니다. 호랑이굴에 알고 들어가는 것과 들어갔더니 호랑이굴인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니까요.

그런데 한편으로 그런 이야기를 듣고 문득 "왜 사람들이 싸이월드의 정보 유출을 비롯한 다른 정보 유출에는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싸이월드 사건 때 유출된 수준의 정보는 포인트 카드에 가입할 때도 기입을 해야하는 정보이고, 포인트 카드를 통해서는 더 섬세한 정보들이 노출되는 데도 불구하고.

포인트 카드 회사들은 그렇게 수집한 정보들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일까요? 실태가 어떤지와 카드 회사가 어떤 식으로 정보를 가공하는지는 다음 편에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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