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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다이어트 약' 먹고 3주 만에 10kg 뺐다가…

최강 다이어트제의 '불편한 진실'

[취재파일] '다이어트 약' 먹고 3주 만에 10kg 뺐다가…

얼마 전 심혈관계에 심각한 부작용 때문에 금지된 약품을 넣어 살을 빼는데 뛰어난 효능을 가졌다며 판매되는 불법 다이어트 보조제를 고발했습니다. 보통 다이어트 제품의 문제점은 한 달에 10킬로그램 감량 뭐 이런 식으로 과장 광고를 하면서 효능이 뻥튀기 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제가 다룬 이 다이어트 제품은 심각한 부작용 때문에 아예 판매가 금지된 제품인데도 아무렇지 않게 팔리고 있다는 점에서 뉴스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이 내용에 대해 취재를 시작하게 된 것은 함께 일하는 기획취재팀의 작가 덕분입니다. 친구가 이 보조제를 복용하는데 시부트라민이라고 금지 약품이 들어가 있는 걸 알면서도 계속 먹고 있다는 겁니다. 시부트라민은 원래 우울증 치료제로 개발됐다가 살이 빠지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발견되면서 비만치료제로 많이 판매가 되던 약품입니다. 하지만, 연구진이 임상실험을 한 결과 6천여 명 가운데 16% 정도가 심혈관계에 심각한 부작용을 보여 결국엔 2010년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금지 약품이 되었죠. 

해당 제품 시부트라민이 금지 약품이 되기 전에 나온 것들입니다. 당시에는 건강기능식품으로 등록이 되어 있었지만 금지 약품이 첨가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당연히 수입 판매가 금지됐죠. 그런데도 이 약이 버젓이 인터넷을 통해 그리고 개인 간 거래를 통해 거래되고 있다는 점이 의아하면서 놀랍기도 했습니다. 그것도 꽤 인기를 끌고 있더군요.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꽤 잘 알려져 있는 제품이었습니다.

그런데 금지 약품이 들어있는 제품이 왜 그렇게 인기를 끌었을까요? 복용 사례자를 만나 취재를 하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그 분은 직장생활로 사무실에만 앉아 있다보니 체중이 늘어 언니의 '추천'으로 이 제품을 사 먹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복용한지 3주 만에 10킬로그램을 감량했다고 하더군요. 가만히 앉아서 몇 주 만에 10킬로그램이 빠지는데 다이어트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겐 구세주처럼 보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문제는 부작용입니다. 처음엔 별 무리가 없었는데 1주일 정도 되면서 심장이 쿵쾅쿵쾅 뛰더랍니다. 너무 두근거렸다는데 본인의 표현을 그대로 인용하면 "심장이 입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고 합니다. 전속력으로 달려 결승선을 통과한 순간 숨을 못 쉴 정도로 심장이 뛰었던 기억이 생각나더군요. 여기에 잠까지 제대로 못 잔다고 합니다. 약을 먹는 동안에는 불면증에 시달려서 정신을 놓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또 하나, 구토증세입니다. 헛구역질이 나오고 조금만 먹어도 다 토하게 만든다는데 심지어 속이 텅 비었는데도 위산을 토해낼 정도로 구토가 멈추지 않았다고 하네요.

               

이 제품이 살을 빼는 원리가 바로 이 부작용에 있습니다. 전문가에게 물었더니 이런 식이랍니다. 심장이 빨리 뛰면 당연히 혈류량이 증가합니다. 그러면 증가한 혈액을 빨리 돌리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됩니다. 이런 식으로 에너지를 과잉 소비하게 해서 살을 빼준다는 거죠. 또 음식을 먹지 못하게 만들면 더 빨리 빠지겠죠. 여기에 잠까지 못 자게 만들면 피로가 극에 달해 살빼는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결국엔 자연스러운 감량이 아니라 사람을 억지로 비틀어 짜내듯 살을 빼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이런 심각한 부작용 외에도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런 다이어트 보조제들이 지방을 태워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근육을 없애 체중을 줄인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한 여성은 문제의 보조제를 복용한 뒤 며칠 만에 심한 근육 경련으로 아예 자리에 드러눕게 된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위험한 약이 어떻게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걸까요? 포털 사이트에서 해당 제품 이름을 검색하면 다양한 글이 쏟아집니다. 이 보조제에 대한 부작용만큼이나 많이 올라온 글이 이 제품을 서로 사고팔겠다는 글입니다. 10알부터 80알 정도까지 판매량도 다양하고 사고파는 주체도 소위 업자뿐 아니라 일반 복용자도 적지 않습니다. 불법 제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죠. 대부분의 판매 사이트는 미국에 서버를 두고 있습니다. 추적이 쉽지 않겠죠. 업자들은 하나같이 부작용이 전혀 없이 자연스럽게 체중을 빼주는 제품이라고 선전하죠. 유명 포털사이트에는 아예 돈을 주고 판매사이트 이름을 등록한 곳까지 있습니다. 일부는 불법 제품을 국내에 대량 밀수해 놓고 일일택배로 배달해주기도 하고 단속을 피하기 위해 비타민 통에 알약만 바꿔치기하는 수법을 쓰기도 합니다. 

이런 업자들 가운데 국내에서 택배를 보낸 주소지를 찾아갔습니다. 주소지는 일반 가정집이었습니다. 그런데 집주인을 만나 물어봤더니 택배 발송자로 적혀있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아예 없는 사람이더군요. 한마디로 허위 주소인 겁니다. 택배를 보내면서 가짜 주소를 적는 건데 사실 가짜나 불법 제품을 판매할 때 많이 쓰는 수법입니다. 그래서 단속도 쉽지 않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말입니다.  

저도 최근 1년 사이에 체중이 급격하게 늘어서 고민입니다. 운동은 어쩌다 하게 되고 술자리는 늘어나면서 폭식과 운동부족이 동시에 겹쳐 살이 찌는 건데 저도 어떻게 하면 쉽게 살을 뺄까 고민이 되곤 하죠. 아마 다이어트제를 복용하는 사람들도 이런 마음일 겁니다. 하지만 사람의 몸은 정직합니다. 내가 땀을 흘린 만큼 그리고 내가 먹는 만큼 체중관리가 되는 겁니다. 몸을 쓰지 않고 그야 말로 제 3의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하면 언젠가는 한계나 이상이 나타나게 마련이라고 합니다.

다이어트계의 인기 제품이었던 문제의 제품을 복용한 사람들은 제품을 먹을 때는 살이 쭉쭉 빠지는 것 때문에 부작용의 고통을 참아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복용을 중단하자 곧바로 원래 체중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적당한 음식 섭취와 적당한 운동, 그리고 규칙적이고 부지런한 생활이 건강을 지키는 최고의 길이면서 더불어 다이어트의 기본이라는 것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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