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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수입 중고차, 시세보다 비싼 보상금의 비밀

[취재파일] 수입 중고차, 시세보다 비싼 보상금의 비밀
얼마 전 수입 중고차를 일부러 물에 빠뜨려 자기차량수리보험(자차보험)으로 전체 손해처리를 해 보상금을 타낸 보험사기단이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수입 중고차 시세보다 보험사 자차보험 보상금이 천 만원 이상 많기 때문에 벌인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보험사들이 손해보고 장사하지도 않을 텐데 왜 시세보다 비싸게 차량을 보상해 주도록 해 놓고 있는 걸까요? 이런 의문 때문에 취재를 해 보니 현행 수입 중고차 차량 가액을 정하는 방식에 상당한 허점이 있고 이 때문에 수입 차를 타는 운전자도, 수입 차와 교통사고가 난 국산 차 운전자도, 그리고 대부분의 자동차 보험 가입자들도 손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보험사기단은 이런 허점을 이용해 신종 사기를 벌였던 것입니다.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려면 보험 가입하려는 차량의 가치가 얼마인 지를 정해야 합니다. 차량 가액이라고 하는데 이걸 기준으로 자기차량 보험료, 대물보험료 등을 포함한 전체 보험료가 책정이 되는 겁니다. 현재 보험사들은 중고차의 차량 가액을 정할 때 몇 년도에 출시됐냐는 연식에 따라 일률적으로 차량 가액을 적용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2010년에 출시된 아반테 차량이라면 차량 가액을 다 같이 적용 받는 겁니다.

다만 차량 가액을 정할 때 생길 수 있는 중고차 시세와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 보험개발원에서 연식 별로 중고차 시세를 파악하고 이를 기준으로 차량 가액을 설정하고 있는데 국산 중고차의 경우 조사 대상 차량이 많고 자료도 축적돼 중고차 시세와 차량 가액이 그리 큰 차이가 없습니다. 

문제는 수입 중고차 입니다. 수입 중고차는 그 동안은 이런 시세 파악 과정도 없다가 지난해 7월부터 보험개발원에서 수입 중고차 시세를 조사해 차량 가액을 정하고 이를 보험사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사 대상 수입 차량 종류가 한정이 돼 있는데다가 매물로 나와서 거래되는 물량이 많지 않아 시세 파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까 보험사들은 자의적으로 매년 일률적으로 감가상각이 줄어든다는 가정 아래 수입 중고차 차량 가액을 정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수입 중고차는 보험료의 기준이 되는 차량 가액을 정할 때 시세 반영이 잘 안 되는데다 차량이 사고가 났던 기록이 있는지, 훼손 상태가 어떤 정도인지 등 가치 하락 부분도 반영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허점이 생기는 겁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는 수입 중고차 차량 가액은 연식이 오래될수록 시세보다 차량 가액이 비싸게 책정되기 쉽습니다. 지난해 집중 호우로 침수됐던 차량이나 사고가 많이 났던 수입 차량 같은 경우 시세는 형편없이 낮지만 보험 가입 시 차량 가액은 높게 책정되는 겁니다. 어떤 가요? 보험사기를 노리는 사람들이라면 사고 많이 난 중고 수입 차를 싸게 사서 보험료 한 두 달 낸 뒤 일부러 물에 빠뜨릴 만 하지 않습니까?

그럼 왜 이런 문제를 보험사들이 그냥 뒀을까요? 바로 비싼 보험료를 수입 중고차 운전자들에게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사기 같은 것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차량 가액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정하기 때문에 시세보다 비싼 차량 가액이 정해지면 운전자는 그만큼 더 비싼 보험료를 내게 됩니다. 수입 중고차 운전자들이 손해를 봐 왔던 이유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렇게 시세보다 비싸게 차량 가액이 정해진 수입 차와 사고라도 나게 되면 상대 편 차량 운전자는 그 기준에 맞춰 비싼 수리비를 보상해야 합니다. 자신은 보험료가 할증되고 이런 사고가 많아질수록 보험사들은 손해율(보험금 수입 대비 보험금 지출 비율)이 높아져 전체 자동차 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실제 차량 증가와 수입차 보상금 증가로 최근 발표된 2010 회계연도(2010.4~2011.3) 자동차 보험 수리비는 4조5천억원이라는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습니다. 이제 보험사기범들까지 이런 허점을 알고서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으니 더 이상 이런 구조를 그대로 둬서는 안 될 시점입니다.
 
결국은 수입 중고차의 경우도 시세와 차량 가액을 줄이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수입 중고차 시세 파악은 단기간에 국산 차 수준의 정확도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단 차대번호 관리부터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수입 차에서 시작해 점차 국산 차로 확대할 경우 범죄에 자주 사용되는 이른바 대포차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다소 번거로울 수 있지만 그런 번거로움 보다 현재 지불되고 있는 사회적 비용이 훨씬 크다고 본다면 시기는 빠를수록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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