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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토크] 휴지 위에 불어 성경책을 타이핑하는 여자

조소희 작가의 진행형 프로젝트 이야기

책상 위에 요즘은 안 쓰는 타이프라이터가 놓여 있습니다. 한창 문서가 작성 중인 것처럼 보입니다. 옆에는 불어 성경책이 놓여 있습니다. 아마도  성경책을 타이핑 하고 있었나 봅니다.

영원함에 대해 가르치는 책을 두루마리 휴지 위에 옮겨 적고 있는 장면을 떠올리면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인간이 본래 끝이 있는 존재인데 왜 이리 거대한 깨달음을 강요하는 걸까? 혹시 휴지 위에 새겨 넣은 성경처럼 너무나 불안정하고 쉽사리 훼손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리를 스칩니다. 게다가 쉽사리 읽혀지지 않는 불어 성경은 쉽게 읽혀지지 않는 타인의 삶을 떠올리게 합니다.

일상이란 그렇게 장엄하면서도 쉽게 무너질 수도 있는 가능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나 봅니다. 조소희 작가의 작품이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을 보면 분명 내 인생이 두루마리 휴지 같이 느껴지기 때문일 겁니다. 열심히 새겨 넣은 영원에 대한 갈망은 말 그대로 휴지조각처럼 스쳐 지나가는 시간들입니다. 그 순간들이 망가질까봐 조심조심, 한자락 한자락 추억의 타이핑을 다시 말아 놓습니다.

다른 용도로 쓰여지면 없어져 버리는 시간들. 그 속에 새겨 넣고자 하는 것을 가지고 싶어 몸부림 칩니다. 답답하게 소모되고 반복되고 없어져 지나가 버리는 시간들을 붙잡으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그 안간힘을 창조적인 충동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취재협조 – 아트라운지 디방 ‘창조적 충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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