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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레전드 리뷰] 호나우두, 페노메노의 명과 암

[풋볼레전드 리뷰] 호나우두, 페노메노의 명과 암


'페노메노(Fenomeno)'라는 단어가 허락된 유일한 선수. 천재라는 말로는 전부 다 표현할 수 없었던 놀라운 전성기. 레전드, 영웅이라는 칭호를 헌사하는 것이 그저 평범한 일인 것처럼 느껴지는 존재. 브라질의 축구스타 호나우두다.

하나의 조류가 된 특정한 현상, 사람의 경우 경이로운 존재를 일컫는 의미의 단어. 그러나 '페노메노'는 브라질에서는 '원조' 호나우드를 부를 때 쓰이는 말이다. 그리고 현역에서 은퇴한 호나우두는 브라질을 넘어 전 세계에서 존재 그 자체로 현대 축구가 배출한 하나의 스타일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됐다. 그가 영원한 '페노메노'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호나우두는 한 명의 천재 축구선수가 탄생하는 법 그리고 동시에 그 천재가 스러져 가는 법 모두를 현대 축구계에 남겨두고 간 선수이기도 했다. SBS ESPN을 통해 방영되고 있는 '풋볼 레전드' 시리즈는 우리가 알고 있는 축구계 영웅들의 진솔한 이면을 가감없이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로 눈길을 끌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브라질의 축구스타 '호나우두'편은 두고, 두고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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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그는 남들이 열흘은 해야 하는 훈련을 자신은 이틀만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사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았죠"라고 회상하는 카푸의 후일담 장면이 그렇다.

전성기 시절의 호나우두를 지켜봐 왔고, 그의 기량이 예전 같지 않던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의 호나우두 역시 가장 가까이서 지켜 본 선수이기도 한 카푸는 한 명의 위대한 천재가 어떻게 자신의 '빛'을 잃어 가는지를 기억해 낸다. 엄격하지 못했던 자기관리. 문란한 사생활이 호나우두의 현역시절 말미 어떻게 그의 발목을 잡았는지 축구팬들 또한 익히 목격했었다.

물론 이 대목에서 '부상'이라는 그의 숙명을 간과한다면 수 많은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천재 선수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그것, 때로는 동의어처럼 따라 다니는 단어. 그라운드 위에 선 호나우두 역시 단 한 순간도 부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부상은 너무나 자주, 때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 축구선수로서의 그의 삶을 갉아먹었다.

사실 모든 '범인(凡人)'들이 페노메노의 등장을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목숨이라도 걸 각오로, 그 페노메노의 질주를 막아야만 하는 숙명이 주어진다. 그것은 축구라는 스포츠를 더욱 극적인 것으로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필연적인 명과 암이기도 하다. 호나우두가 빛을 잃어간 많은 순간이 부상때문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영웅전설담이 흔히 가지고 있는 기승전결 구조를 생각하면 그래서 호나우두의 인생은 후회없는 그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찌됐든 그는 현역 말년에 고향 브라질로 돌아가, 코린티안스에서 다시 한번 놀라운 우승 드라마를 썼고, 지금은 에이전트 사업 및 각종 홍보대사로 활약하며 제2의 인생을 활기차게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 '페노메노'는 이제 역사 속 한 장면이 되었고,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한 사람의 '인간 호나우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여러 시즌을 거쳐 수 많은 축구 천재들이 탄생한다. 브라질뿐만 아니라 독일, 프랑스, 잉글랜드, 아르헨티나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그런 위대한 선수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종종 요즘 젊은 선수들이 "축구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는 말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인생이 90분 드라마보다 훨씬 더 긴 싸움인 것을 생각하면, 축구가 그들 삶의 전부이기를 강요하는 것은 가혹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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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무결한 선수, 그라운드 안에서도 완벽하지만 그라운드 밖에서도 완벽한 선수를 바라는 것은 단지 '이상론'에 불과한 것 일지도 모른다. 그라운드 안에는 호나우두 같은 선수도 있고, 호날두 같은 선수도 있고, 스콜스 같은 선수도 있고, 박지성 같은 선수도 있다. 어떤 노선을 택하느냐는 각자의 자유다. 그들이 그라운드 밖에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 또한 그 누구도 대신해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언젠가는 완전 무결한 선수를 만나게 되는 일을 마음에 품는다. 그래서 그것이 축구 외적인 것들에 의해 방해를 받았을 때는 더욱 안타깝다. 한 명의 천재 선수가 축구 이외의 일들로 빛을 잃어갈 때가 그런 순간이다. '페노메노'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기에.]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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