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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금융권 점령시작…펀드매니저·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6분의1·애널 4분의1·PB의 3분의1 여성

여, 금융권 점령시작…펀드매니저·애널리스트
금융권 전반에 여풍(女風)이 거세다.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같이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직업군에서 여성들의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또 사회적으로 주어진 성별의 한계를 극복하고 고위급에 오르는 여성들도 점차 늘고 있다.

금융업계의 여성 인력은 객관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꾸준히 내면서 양적인 면 뿐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성장하고 있다.

◇증권사 연구원 4분의 1은 여성

증권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리서치 분야를 보면 여성 인력의 본격적인 금융권 진출을 실감할 수 있다.

17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 리서치센터 소속 연구원 558명 가운데 여성은 140명(25.1%)으로 4분의 1을 넘었다.

이 중 한국투자증권은 71명 중 25명(35.2%)으로 여성 비율이 가장 높았다. 미래에셋(33.3%), 삼성(31.1%), 하나대투(30.0%) 등도 30%대를 나타냈다.

중소형 증권사인 토러스투자증권은 이원선 리서치센터장을 비롯해 27명의 연구원 중 10명(37.0%)이 여성이어서 업계 최고 비율을 자랑했다.

세계 거시경제부터 중소기업의 대수롭지 않은 이슈까지 폭넓게 챙겨야 하는 증권사 리서치 업무는 노동강도가 강하기로 유명하다. 여성 비율이 이처럼 높아진 것은 근래 들어 나타난 현상이다.

1989년부터 애널리스트로 활동해 증권업계의 산 증인으로 알려진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7~8년 전까지도 여성 애널리스트는 5%가 안 될 정도로 적었다. 담당 업종도 의류나 화장품 등으로 영역이 좁았다"고 전했다.

이 센터장은 "섬세하고 성실해서 매우 좋은 성과를 내는 여성 애널리스트들이 많다. 앞으로도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성 인력은 양적인 면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발전을 보이고 있다. 숱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오르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여성 연구원이 많은 제약, 교육, 음식료 업종 이외에도 시황, 건설 등의 업종에서 수위권을 차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해 증시 분석의 선봉이라 할 수 있는 시황 분야에서 평가 1위를 차지한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산운용업계에서 부서장급 여성 인력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연구원들도 증가했다. 환경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보조 연구원(RA)은 꼼꼼한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여성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자산운용부터 관리까지…"여성에게 맡기세요"

자본시장의 최전선이라 불리는 자산운용업계에도 여풍이 거세다.

금투협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으로 국내 자산운용사 공모펀드 매니저 590명 중 여성은 90명(15.3%)에 달한다. 공모펀드 매니저 중 여성펀드 매니저 비중은 2010년 1월 10.2%에서 지난해 같은 달에는 13.1%로 상승했고 올해에는 15%를 넘었다.

운용을 총괄하는 주식운용본부장에 오른 여성들도 있다.

국내 운용사 중 자산 1위인 삼성자산운용의 주식운용본부장 4명 중 1명에 1세대 여성 펀드매니저인 민수아 펀드매니저가 전날 승진 발탁됐다.

민 본부장은 김유경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에 이어 여성으로서는 2번째로 본부장 자리에 올랐다. 국내 대형 운용사 기준으로는 첫 사례다.

이들 외에도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운용을 시작한 1세대 여성 펀드매니저로 신영자산운용의 원주영 주식운용1팀장과 박인희 주식운용2팀장이 활약하고 있다. 동양자산운용의 이은영 리서치팀장 겸 혼합형 펀드매니저도 1세대에 속한다.

아울러 최근 들어 중요도가 높아진 자산관리전문가 프라이빗뱅커(PB) 중 여성비율도 3분의 1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최다 PB를 보유한 삼성증권의 경우, 전체 PB 1천115명 중 여성이 365명(32.7%)이나 된다. 1천억원 이상을 관리하는 마스터PB 24명 중 여성도 7명(29.2%)에 달한다.

여성들이 특유의 섬세함과 친화력으로 자산관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냄에 따라 삼성증권에서는 최근 2년새 2명의 여성 상무가 탄생했다. 이재경 영업추진담당 상무와 박경희 초고액자산관리사업부(UHNW) 상무가 두 주인공이다.

◇금융권 여성임원 점차 증가…금가는 `유리천장'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여성이 줄어드는 현상은 여전하지만, 금융권 전반에서 여성 임원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성별이 승진에 걸림돌이 되는 이른바 `유리천장' 문제가 차츰 해소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아직 여성 은행장이나 부행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다만, 한 단계만 더 올라가면 부행장을 바라볼 수 있는 본부장급에는 은행별로 2~3명의 여성들이 포진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여성 본부장이 3명이다. 이 중 박정림 국민은행 자산관리(WM)사업본부장은 지난달 발표된 정기인사에서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본점부서 본부장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은행은 홍성대 영등포영업본부장, 이남희 종로영업본부장, 김옥정 강남2영업본부장 등 여성 본부장이 3명이다. 모두 지난달에 승진했다. 또 신한은행은 한순금 북부영업본부장, 유희숙 남서영업본부장 등이 본부장을 맡고 있다.

상대적으로 덜 보수적인 증권·보험사에서는 임원으로 선임된 여성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재경 영업추진담당 상무, 박경희 UHNW 사업부 상무 등 2명의 여성 임원을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2명, 하나대투증권에 1명, 신영증권에 1명 등 여성 임원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생명의 남대희 브랜드전략팀장과 장인 상품전략 담당 상무, 알리안츠생명의 고은정 법무담당 상무와 마명옥 서울지역영업본부장 등도 보험업계를 주름잡는 여성 임원들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성 경영을 통해 지속적으로 실적을 향상시키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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