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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토크] 상처받은 도자기

깨진 도자기와 상처받은 마음 감싸주기

백자의 명인 임항택 작가가 마음과 힘을 쏟아 도자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항산 임항택 도자 작업실]
물레에서 형태가 만들어 진다고 바로 도자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말리고, 그리고, 굽고, 새기는 작업들을 여러 번 거쳐야 합니다. 도자기는 혼을 불어 넣는 작업. 어렵사리 밝은 햇볕을 만난 도자기가 거쳐야 할 관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도자기 명인의 손에서 작은 흠이라도 발견되면 가차없이 버려집니다. 명인의 손을 거친 아이라 부를 수 없기 때문에 그냥 버려지는 것에 끝나지 않습니다. 자신을 빚어낸 손에 의해 다시 깨져 버리고 시간이 흘러 흙으로 돌아갑니다.

최후에 남겨진 도자기들이 아름다움을 뽐내며 도예가의 작품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데, 같은 손을 거쳤던 깨진 도자기들은 이름도 없고 갈 곳도 없습니다. 최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버려져야 했던 깨진 도자기들은 한이라도 서릴 듯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합니다. '나는 최후에 남겨질 도자기일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철렁합니다. 경쟁사회에서 버려지고 깨져 버리지는 않을까 두려운 생각도 듭니다.

그러데 깨진 도자기들을 다시 살려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수경 작가의 번역된 도자기]
일등만 인정해 주는 각박한 현실에 상처 받은 영혼을 위로하는 듯 깨지고 버려져 한 서린 도자기들을 다시 살려냈습니다. 깨어진 부분을 이어 붙이고 금칠을 했습니다. 금간 곳에 금을 더해 상처를 치유한다는 의미입니다. 처음 만들어 졌을 때의 모습은 아니지만 더 이상 깨진 조각들이 아닙니다. 버려질 수 밖에 없었던 파편들이 형태를 갖추자 생명을 부여 받았습니다.

이수경 작가는 현대인의 상처를 미술로 치유하고 싶어합니다. 상처받은 영혼이 보면 바로 내 이야기라는 생각에 눈을 떼지 못하게 됩니다. 일등이 아니어서 소외된 경험들이 되살아나는 건 왜일까요? 학창시절 우리 선생님은 왜 우등생만 예뻐하셨을까요? 다르게 쓰임 받으면 더 아름다워 질 수 있는 가능성들을 왜 몰라 주셨을까요?

원래의 모습보다 더 크고 아름답게 탄생한 아이들. 작가의 작품은 사랑 받음으로 인해 예쁘고 늠름하게 변한 도자기들이기도 하고, 바로 우리들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취재협조 - 갤러리 현대, 이수경의 '번역된 도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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