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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강호동 탈세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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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MC로 연예계를 거의 평정했던 강호동씨가 '탈세' 문제가 불거지면서 결국 '잠정은퇴' 를 했습니다.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봉급생활자들의 박탈감과 시청자의 사랑으로 돈을 벌어 왔다는 점에서 당연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등 실정법을 위반한 사람들도 멀쩡하게 청문회 거쳐서 장관이 되고 더 부도덕한 기업인과 고소득 전문직도 많은데 유독 강호동씨에게만 과한 비판 아니었냐는 의견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모든 문제를 유발한 강호동씨의 탈세는 과연 어떤 수준의 '나쁜 일' 인 걸까요?

납세 사실은 국세기본법에 따라 세무공무원은 외부에 누설할 수 없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수십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고 보도했지만 국세청에서 이를 확인해 준 사실은 없습니다. 강호동씨 역시 구체적인 금액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습니다. 다만 양측의 설명을 보면 세금을 적게 납부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한 번 따져보죠. 강호동씨 같은 프리랜서 또는 자영업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소득을 정해진 기간에 세무서에 신고합니다. 보통 세무사나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서 세법에 따라 비용을 산정한 뒤 자진 신고를 합니다. 간단히 보면 자신이 번 돈 가운데 경비로 쓴 돈을 제외한 나머지를 소득으로 신고하는 겁니다. 여기서 쟁점이 되는 부분은 바로 '비용'에 어디까지 포함되느냐 입니다.

과거 강씨가 출연하는 '1박 2일'을 보니까 강호동씨가 이만기 교수와 씨름을 한 뒤 져서 이 교수 제자들인 씨름부 아이들에게 고기를 사 준 적이 있더군요. 비용이 엄청나게 나온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렇다면 강씨가 쓴 이 돈은 세법상 '지연·학연 접대비' 로 인정돼 비용 처리를 할 수 있을까요? 비용으로 인정한다면 강씨의 과세대상 소득은 줄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소득이 늘게 될 것입니다.

강씨 같은 고소득 프리랜서들은 돈을 쓰는 순간 마다 이런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기업이나 사업체를 가지고 있는 분들은 비용처리로 인정받을 수 있는 항목들이 비교적 많은데, 프리랜서나 자영업자들은 비용으로 인정받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적기때문입니다. 본인들은 비용이라고 주장하지만 국세청에서 신고 내역을 보고 조사를 해 보면 아니라고 해석해 추징금을 부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강씨의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강씨는 자진신고 했는데 국세청은 적게 신고했다고 생각해서 지난 5월부터 세무조사를 했고 지난달 추징금을 부과한 것입니다. 악의적인 체납자라고 판단했다면, 국세청이 검찰에 강씨를 고발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죄질이 그리 나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 강씨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국세청이 부과한 추징금 근거를 인정하고 세금을 내거나 조세심판원이나 법원에 이의신청을 해서 법원의 판결을 받아보는 겁니다.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는 아직도 국세청이 부과한 세금이 부당하다며 몇 년째 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최근 4천억원이 넘는 추징금과 검찰 고발까지 당했던 '선박왕' 권혁 씨도 대형 법무법인을 앞세워 국세청과 다투고 있는데 비슷한 과정을 따르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강씨는 이런 사례와 달리 추징금 부과에 대해 소속사에서 "세금을 충실히 내겠다" 고 답했습니다. 여론 때문인지는 몰라도 악의적으로 세금을 안 내려는 의사는 없었고 비용에 대한 해석상 차이였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세무 전문가들 조차 비용에 대해서는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사례로 보입니다.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횡령 등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형사적으로만 보면 연예인들이 자주 적발되는 음주운전이나 불법 도박보다 죄질이 크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인기가 너무 많았던 것이 독이 됐는 지 강씨에 대한 사회적 비난은 매서웠습니다. 유독 연예인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인지, 아니면 강씨가 세무서 홍보대사까지 하면서 활동해 놓고선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 는 배신감이 컸던 때문인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죄질' 에 비해선 분명 과한 측면은 있습니다.

만약 강씨에게 가해졌던 잣대를 국내 기업과 고소득 자영업자에게 들이댄다면 그만둬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기때문입니다. 대형 기업들은 보통 4년마다 정기 세무조사를 받는데 각 회사 내 법무팀이 있긴 하지만, 세무조사가 끝나면 어느 정도 세금이 추가로 추징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국내의 세계적인 기업들도 비슷한 과정을 거칩니다. 변호사나 의사 같은 고소득 자영업자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앞서 설명한대로 국세청과 비용에 대한 해석이 다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이들은 주로 이의를 제기하는데, 법원에서 국세청의 승리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국세청의 추징이 확정 판결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강씨 '잠정은퇴'의 적절성을 따지자는 말이 아닙니다. 그건 강씨의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단순 추징에 불과하지만 강씨 말대로 "이대로 어떻게 웃고 떠들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강씨의 과소납부를 그렇게 심각하게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면 다른 기업과 고소득 자영업자들도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국세청과의 비용 해석 차이로 세금을 과소 납부해 추징금이 부과된 사람들이 생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 피할 수 없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죽음이고 다른 하나는 세금이다"

미국 건국의 틀을 다졌던 벤자민 플랭클린의 말입니다. 그만큼 세금 문제는 누구에게나 언젠가는 부담이 되고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추징된 세금을 악의적으로 체납하고 횡령이나 차명계좌 등을 통해 고의로 소득을 탈루한 것이 아니라면, 단순한 '과소납부'에 이런 수준의 사회적 분노를 쏟아내는 것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분노해야 할 다른 사안도 훨씬 많은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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