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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쏟아지는 정치 여론조사, 차이 왜 이렇게 클까?

기존 구도에 큰 균열이 간 것은 분명한데...

[취재파일] 쏟아지는 정치 여론조사, 차이 왜 이렇게 클까?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정치 여론조사가 쏟아졌습니다. 특히 어젯밤과 오늘 아침에는 같은 시기에 실시한 세 언론사의 여론조사가 발표됐는데 격차가 너무 커서 시청자, 독자들께서 헷갈리실 것 같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대목은 지난 수년간 부동의 1위를 지켜오던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과 야권의 대표주자로 혜성처럼 나타난 안철수 서울대 교수 사이의 1대 1 대결 구도라는 데 이의가 없을 겁니다. 이 부분만 놓고 따져보겠습니다.

먼저 SBS의 여론조사 결과입니다. 질문은 “내년 대통령 선거에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와 야권의 안철수 후보가 출마한다면, 누구에게 투표하시겠습니까?”였습니다. 박근혜 의원이 45.9%, 안철수 교수가 38.8%로 나타났고 모름/무응답은 15.3%입니다. 박 의원이 안 교수를 7.1%포인트 앞섰습니다.

전국에서 1500명을 집 전화를 이용해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이번 조사의 오차한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입니다. 조사기관은 TNS입니다. 7.1%포인트는 이번 조사의 오차한계 최대치인 6.2%포인트를 넘어서는 수준입니다. 박 의원의 최저치인 42.8%는 안 교수의 최대치 41.9%를 앞섭니다. 물론 이 정도의 강력한 2위가 나타난 것만으로도 정치 구도에서 큰 변화인 것은 분명합니다.

다음은 역시 어젯밤에 발표된 MBC의 휴대전화를 이용한 조사입니다. 역시 1대 1 구도에서 박근혜 의원이 32.6%, 안철수 교수가 59.0%로 안 교수가 압도적인 우위로 나타났습니다. 거의 두 배입니다.

휴대전화 방식은 아무 휴대전화에나 막 걸어서 조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여론조사에 참여할 의사를 밝힌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패널 조사 방식입니다. 이번 조사를 한 엠비존에 따르면 1백만 명의 패널을 전국 인구 비례에 따라 확보해두고 그 안에서 무작위로 표본 추출을 해서 조사를 한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1,537명을 조사했고 오차범위는 ±2.5%포인트라고 합니다. 박근혜 의원의 최대치 35.1%, 안철수 교수의 최저치는 56.5%로 여전히 21.4%포인트나 앞섭니다. 최근에 나온 어느 여론조사보다 안 교수가 높게 나왔습니다.

MBC도 다른 조사들에 비해 결과가 너무 튄다고 생각했는지 상당히 조심스럽게 보도를 했습니다. 최근의 다른 조사들과 차이가 크다는 내용을 전하면서 “(휴대전화 조사는) 자발적으로 그 패널에 가입한 분들이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자기의 어떤 성향을 표출하고자 하는 의욕이 좀 강한 분들이라고 볼 수 있다”는 교수 인터뷰까지 덧붙였습니다.

다음은 오늘 아침에 나온 중앙일보 조사입니다. 1000명을 대상으로 RDD 방식, 즉 전화번호부에 없는 사람까지 조사하기 위한 임의번호 걸기 방식으로 전화 면접 조사를 했고 오차범위는 ±3.1%라고 합니다.

결과는 박근혜 46.6%, 안철수 46.3%로 초박빙입니다. 이 정도면 거의 똑같은 셈입니다. 합치면 92.9%로 무응답 비율이 불과 7.1%라는 셈인데, 이 부분은 약간 의문이기는 합니다. 대선을 1년 이상 남겨놓은 시점에서 무응답 비율이 이렇게 낮게 나오기가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어쨌든 중앙일보 조사는 SBS 조사와 MBC 조사 가운데 SBS 조사 결과에 더 가깝습니다. 집전화를 이용했다는 점도 같고요. 그럼 같은 시기에 진행한 여론조사가 이렇게 큰 차이를 나타낸다면 여론조사 자체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될 만도 합니다. 시청자, 독자에게 뭔가 정보를 제공하려고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서 실시하는 여론조사가 이렇게 제각각으로 나타난다면 오히려 혼란만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이번 세 조사는 결국 기존의 박근혜 대세론이라는 틀이 흔들렸다는 사실은 분명히 드러냈지만 금이 어느 정도나 갔는지를 측정하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물론 안철수 바람의 강도를 정확히 가늠해보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요.

어쨌든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서 정말 공신력 있는 정치 여론조사 방법을 정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언론사들과 여론조사 전문가, 조사기관 등이 머리를 맞대면 뭔가 좀 더 객관적인 방법이 나올 수 있겠지요. 이미 집전화가 아예 없는 가정이 많이 늘었고 거의 전 국민이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상황인 점 등을 감안해서 표본 추출 방법 등을 조정할 수도 있을 겁니다. 휴대전화를 이용할 경우, 이번에 MBC 조사에서 사용했던 패널 조사 방법이 객관성이 있는지도 논의해 봐야겠고요. 기존의 집전화 방식에서는 이런 식의 패널을 운용하지는 않으니까요.

우리 정치권은 여론조사를 의사결정의 수단으로 많이 사용합니다. 자기 당의 공직 후보자를 정하기 위해, 그리고 때로는 진영 간 후보 단일화를 위해 여론조사를 거의 항상 이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여론조사만으로 후보를 정한 경우도 있습니다. 정치권이 여론을 신경 쓰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내부 의견 조율도 못하는 취약한 정치력이 여론조사를 정치권의 손쉬운 의사 결정 도구로 쓰게 만든 것이겠죠. 민주당은 이번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여론조사를 50% 반영한다고 하고, 야권 후보단일화도 여론조사를 활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내년은 총선과 대선이 치러집니다. 오세훈 시장의 사퇴와 안철수 바람의 등장으로 본격적인 정치 시즌이 예상보다 일찍 시작됐습니다. 수시로 실시될 여론조사, 신뢰도를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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