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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해외 명품 '먹튀 논란' 언제까지…

[취재파일] 해외 명품 '먹튀 논란' 언제까지…
해외 명품 업체들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직접 물어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경영자 입장에서 보면 참 괜찮은 시장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품을 만드는 회사 입장에서 가장 좋은 건, 뭐니뭐니해도 만든 제품이 최대한 많이 팔리는 거겠죠. 우리나라만큼 명품이 많이, 그것도 빠르게 팔리는 시장이 없다고 하니 경영자 입장에서 얼마나 기특하겠습니까?

원래 명품은 특별한 소수의 사람들을 타겟으로 한 제품이지만, 우리나라는 소비 계층의 폭이 상당히 넓습니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중년층 뿐 아니라,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대학생들까지도 명품 업체의 주요 고객이 돼 가고 있습니다. 그야 말로 '명품 공화국' 이죠.

이렇다 보니 국내 진출한 명품 업체들은 매년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루이비통과 버버리, 프라다, 구찌 등 매출 상위 15개 명품업체들의 매출액은 지난 2005년 1조 4천 200억 원에서 지난해 3조 8천 700억 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순이익은 무려 3.6배 증가했습니다.

프랑스의 명품 화장품 시슬리가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시슬리는 지난 1998년 5천만 원의 출자금으로 한국 법인 시슬리 코리아를 만들었는데, 최근 6년간 무려 430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습니다. 설립 이후 10년 만에 1000배 이상의 초대박을 터트렸습니다.

이런 급성장은 한국 소비자의 유별난 명품 사랑 덕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그렇게 막대한 수익을 거둔 명품 업체들은 그 수익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을까요? 재벌닷컴이 금융감독원 자료를 분석해봤더니 우리 소비자들이 배신감을 느낄만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분석 결과 매출 상위 15개 명품 업체들은 최근 6년 동안 7천 300억 원의 순이익을 냈는데, 이 가운데 3천 500억 원을 배당을 통해 본국으로 보냈습니다. 순이익의 절반을 해외에 있는 모회사로 송금한 겁니다. 특히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시슬리코리아가 무려 수익률의 86%를 배당을 통해 챙겼고, BMW코리아와 스와로브스키코리아도 60% 이상을 배당했습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매출 상위 15개 회사의 배당률은 11% 정도로 명품 업체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론스타 '먹튀' 논란을 일으켰던 외환은행의 지난해 배당률이 68% 정도니, 명품 업체들에게도 '먹튀'라는 단어를 붙여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기부금 내역을 보면 더 화가 납니다. 불가리코리아와 스와치그룹코리아는 지난 5년간 기부금이 0원입니다. 최근 매출과 순이익이 급증한 프라다코리아도 최근 5년간 고작 76만 원을 냈습니다.

대표적인 명품업체인 루이비통코리아도 최근 5년간 1,300억 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단 1억 원의 기부금을 내는 등 대부분의 명품 업체들이 사회 환원에는 극히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소비자는 엄청난 사랑과 관심, 게다가 지갑까지 열고 있는데, 명품 업체들은 한국 소비자를 그저 이익을 남기기 위한 '봉'으로 취급하는 것 같습니다.

'기부라는 것이 어차피 자발적으로 우러나와야 하는 것인데.. 굳이..' 하는 생각으로 그냥 넘어가는 것이 맞는 걸까요? 저는 좀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최근 대-중소기업 상생 경영, 기업의 사회적 역할 등이 이슈가 되면서, 국내 기업에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매겨지고 있습니다. 혼자만 잘 먹고, 잘 살지 말고 이익의 일부를 나누라는 정부의 압박 강도가 예상보다 세서, 기업들이 연일 불만을 터트리고 있을 정도입니다. 단지 한국 기업이 아니라고 이유로, 이런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걸까요?

외국 기업 역시 한국 시장에서, 한국 소비자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으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싫으면 제품 사지 말든가...' 하는 심산으로 이런 지적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외국 회사의 국내 투자가 더 늘어날 텐데, 외국 기업의 사회적 환원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기준을 제시하지 않으면 '먹튀'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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