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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빚내서 주식투자, 제동 걸리나

투기 조장 비판에 증권사들 신용융자 제한

[취재파일] 빚내서 주식투자, 제동 걸리나
지난달 미국 신용등급 강등 충격 이후 급락 장세가 반복되면서 빚내서 주식투자를 한 개미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신용융자란 여윳돈이 충분치 않은 투자자가 주식이나 현금 등을 담보로 증권사 돈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주로 단타매매를 하는 개인들이 활용하는데 주가가 잘 올라주면 괜찮은데 속수무책으로 떨어질 경우가 문제다. 증권사들은 담보로 잡은 주식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반대매매에 나선다. 신용융자는 채권도 확보하고 고객에게 높은 이자도 받기 때문에 증권사들의 중요한 수익원 가운데 하나다.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과도한 신용융자로 인한 폐해가 하루이틀 지적돼 온 것이 아니지만 근절되긴 어려웠던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빚내서 하는 투자'에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가장 먼저 나선 회사는 미래에셋 증권. 지난달 중순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신용융자 한도를 축소하고 신규 고객은 신용융자를 할 수 없도록 제도를 바꿨다.

대우증권도 고수익을 추구하는 '성장형', '성장추구형'에 속하는 고객에 한해 대출을 허용하고(증권투자할 때 고객 성향을 조사하는데 안정추구형에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 신용융자로 투자할 수 있는 종목은 지금 1천100개에서 800여 개로 줄이기로 했다.

내가 빌려서 투자하겠다는데 왜 못하게 하느냐는 고객 반발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 증권사들은 신용융자로 인한 폐해가 커지면서 개인투자자 보호 이미지를 강화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전략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시장의 압박을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과 현대증권도 신용융자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가계빚이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금융당국도 부쩍 '빚내서 하는 주식투자'에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고객 뿐 아니라 증권사 건전성에도 도움이 된다며 신용융자를 줄일 것을 권고했다.

사실 처음 미래에셋이 신용융자를 중단했을 때 증권업계 내부에선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수수료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는 증권업계에서 신용융자는 수수료를 대체할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혼자 이미지 좋게 하겠다고 덜컥 중단해버리면 나머지는 어떻게 하느냐는 불만이 그것. 신용융자는 수익은 높고 리스크는 낮아 증권사 입장에선 포기하기 어려운 수익원이다. 패닉장으로 주가가 보증금 수준으로 떨어지더라도 반대매매매에 나서 증권사가 입는 손실은 거의 없다.

특히 '투자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투자기회 박탈'은 어떻게 하느냐며 고객을 위한다는 명분도 내세웠다. 신용융자는 시장대응 차원의 투자 수단 가운데 하나인데, 투자 기회를 막을 수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일면 맞는 측면이 있지만 일부 증권사가 자기자본 대비 신용융자를 많이 늘리고, 위탁증거금률(주식 총 매수금에서 계약금이 차지하는 비율로 이 수치가 낮을 수록 위험성이 높아짐)을 과도하게 낮춰 투기거래를 조장한 꼴이 됐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두 가지 모두 단타매매에 나서는 개인들을 위한 투자 수단이다.

위탁증거금률은 키움증권, 유진투자증권이 20%로 가장 낮은데, 계좌를 열면 가진 돈의 5배까지 주식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통상 증권사 평균이 30~40% 수준인데 두 회사 위탁증거금률이 너무 낮아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내부에서도 나오는 게 사실이다.

키움증권은 신용융자도 가장 많이 한다. 자기자본 대비 신용융자 잔고 비율을 보면 (3월말 기준) 키움증권이 51%로 업계 1위, 압도적으로 높았다. 온라인 증권사라는 특징이 반영된 것이지만 개인에게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고 얻는 이자수익이 너무 많다는 건(1분기 순이익 268억 원 가운데 이자수익 비중이 75%)  증권회사 본연의 역할은 아니지 않느냐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증권사들이 과도한 신용융자가 투기를 조장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요건을 강화하고 있는데, 키움증권은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증권회사들이 이런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빚내서 주식투자'를 하는 것에 대한 개인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주가 움직임을 보면 이번엔 되겠구나 근거없는 확신이 드는 경우가 많고, 그럴 때 신용융자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지만 반대의 경우를 반드시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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