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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드라마 결방…시청자 '부글부글'

후진적 '생방송' 제작시스템 속 사고 무방비

잇단 드라마 결방…시청자 '부글부글'

주연배우가 사고를 당하자 곧바로 드라마가 결방되는 사태가 또 발생했다. 

MBC 수목극 '넌 내게 반했어'는 여주인공 박신혜의 교통사고로 21일 방송이 결방됐다.

앞서 지난 1월25일에는 SBS 월화극 '아테나 : 전쟁의 여신'이 남자주인공 정우성의 부상으로 결방됐다.

드라마 촬영현장에서 사고 위험은 늘 도사리고 있음에도 국내 드라마 현장은 사고에 대한 대비책이 전혀 없다는 것이 이로써 또 한 번 증명됐다. 

늘 아슬아슬하게 '생방송'(방송 직전까지 촬영해 겨우 제시간에 내보내는 제작시스템을 일컫는 말)으로 제작되는 국내 드라마 시스템에 시청자들은 항상 뒷전일 수밖에 없다.

◇방송사, 결방에 사과도 없어 = 방송은 시청자와의 약속이다.

더구나 공공의 전파를 사용하는 지상파 방송의 편성은 천재지변이나 국가적 행사 등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고는 약속대로 이행돼야만 한다.

물론 배우들의 사고 역시 예기치 못한 것이고 개중에는 큰 사고로 오랜기간 촬영을 중단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드라마 결방이 배우가 하루이틀 촬영을 쉬면 되는 상황에서 벌어진다는 점이다.

배우의 짧은 부재가 곧바로 결방으로 이어질 정도로 국내 드라마 제작시스템이 후진적인 것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찍어야하는 드라마를 생방송 뉴스처럼 제작하니 사고 위험은 늘 도사리고 있는데 모두가 문제의식을 느끼고는 있으면서도 개선의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방송사와 제작진들은 어느새 도덕불감증, 무책임주의에 빠진 듯하다.

MBC는 '넌 내게 반했어'의 결방을 고지하면서도 시청자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었다.

심지어 '넌 내게 반했어' 홈페이지에서는 결방에 대한 사과는커녕 이유에 대한 설명도 없이 '지난 방송을 미처 놓쳤던 분들을 위해 마련한 특별한 시간!!'이라는 문구와 함께 어쩔 수 없이 편성한 하이라이트방송을 무슨 이벤트인양 광고해놨다.

◇배우들 "누구하나 죽어야 바뀔 듯" = 박신혜는 '넌 내게 반했어'를 촬영하고 밤에 이동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경찰은 이번 사고에 대해 매니저의 졸음운전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는데 연예계에서는 "알아볼 것도 없이 무리한 스케줄이 부른 사고"라고 입을 모은다.

살인적인 스케줄에 배우도, 매니저도 극심한 피로 상태이다 보니 늘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고 실제로 그간 연예계에서는 무리한 스케줄로 인해 교통사고가 난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었다.

배우들은 촬영 환경을 바꿔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최근 MBC '최고의 사랑'으로 큰 인기를 얻은 공효진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말이지 누구하나 죽어나가야 이런 말도 안 되는 촬영 환경이 개선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잠을 한숨도 못자고 촬영하는데 버틸 수가 없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촬영할 수가 있나. 이젠 정말 견디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지난 14일 막을 내린 KBS '로맨스타운'의 성유리도 "이러한 환경을 정말 바꾸고 싶다. 내가 좀더 잘돼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가 되면 지금의 드라마 제작환경을 바꾸자고 외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난 이동할 때 차에서 조각 잠이라도 자는데 스태프는 정말 고생이 심하다"며 "배우들이 사전제작이 아니면 안 찍는다고 보이콧을 하던가 해야지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다"고 우려했다.

MBC '미스 리플리'의 이다해도 촬영 도중 "역대 최악의 스케줄이다. 어떻게 내가 버티고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최소한 반(半) 사전제작은 해야" = 결방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난 3월 SBS '싸인'은 시간에 쫓기다 결국 마지막회에서 컬러바(조정화면)가 뜨는 어처구니 없는 방송사고를 냈고, 현재 방송중인 SBS '무사 백동수'는 최근 잇단 비에 촬영을 못나가면서 지난 19일 6회 방송에서 내용이 툭툭 끊어져 아쉬움을 전해줬다.

MBC '내 마음이 들리니?'는 방송 내내 쪽대본에 시달려 배우들이 감정을 잡는 데 애를 먹었다.

앞뒤 설명없는 쪽대본으로 연기를 하려니 어떤 상황에서 연기를 하는 건지 몰라 고생했다는 것이다. 

드라마 생방송체제의 문제를 지적할 때마다 해결책처럼 등장하는 것이 반(半) 사전제작이다.

방송 전에 최소한 절반 정도는 찍어놓아야 좀더 인간적인 환경에서 촬영할 수 있고 사고에도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성유리는 "전체를 다 사전제작하지 못해도 최소한 반은 찍어놓고 시작해야할 것 같다. 이번에도 드라마 제작환경의 문제점을 여실히 느꼈다"며 "우리 후배들,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우리 대에서 지금의 시스템을 고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사도, 제작자들도 반 사전제작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십분 공감하고 있다.

그간 수차례 공론화도 했다. 문제는 실천이다.

방송사 편성, 협찬, 간접광고, 시청률 등 여러가지 문제로 한국 드라마의 생방송 제작 시스템은 사고의 폭탄을 안은 채 수십 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후진적인 시스템을 고집할 것인가.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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