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승부조작 용납되는 사회가 더 큰 문제"

차범근(58) 전 수원 삼성 감독이 최근 프로축구계를 흔들어놓은 승부조작 파문과 관련해 뼈 있는 지적을 했다.

차 감독은 27일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인 C로그를 통해 "승부조작, 큰일 날 일입니다.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우리 모두가 이런 일들이 비교적 용납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차 감독의 지적은 그가 승부조작의 희생양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차 감독은 국가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직후 국내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프로축구 경기에서 선수들이 승부조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가 대한축구협회로부터 한국축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자격정지 5년의 중징계를 받았다.

당시의 승부조작 주장은 불법 도박에 관계된 것은 아니었지만, 소문만 무성했던 특정팀 밀어주기 등의 부정행위가 전직 프로 및 대표팀 감독의 입으로 확인된 것이라 파장이 컸다.

이런 아픈 기억 때문인지 차 감독은 C로그에서 "자기 몫이 아닌 돈을 먹기 위해 승부를 조작하는 어린 선수들과 자기들이 가진 힘과 권력을 이용해서 남의 돈을 먹는 것이 과연 다른 것일까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 마누라가 가계부에 써놓은 글귀가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후보수락연설에서 한 말이랍니다. '노동의 대가가 그 가치를 존중받는 사회'"라고 적었다.

차 감독은 "땀과 노력. 나는 그 힘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믿고 싶습니다"라는 글로 맺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