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오발탄에 뿔난 포천주민…미군은 위로금만 '찔끔'

<앵커>

사격장 오발탄 사고가 끊이지 않습니다. 강원도 홍천의 한 리조트에서는 얼마전 군부대에서 쏜 박격포탄이 터졌습니다. 포천에선 사람이 다치고 가축이 떼죽음을 당하는 어이없는 일이 더 잦다고 합니다.

김흥수 기자가 현장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포천에 사는 한주환 씨 부부.

지난해 10월 심장이 멎는 것 같은 일을 당했습니다.

굉음과 함께 실탄이 날아든 것입니다.

[한주환 : 꽈당~ 한거지.. (천둥치듯이요?) 그래서 우리는 전기 나가는 줄 알고 차단기 내리라고.]

날아든 실탄은 함석 지붕과 천장을 뚫고 거실 장식장 위에 떨어졌습니다.

[김영남 : 놀라다마다 집이 다 날아가는 줄 알았어요. 우리 아저씨 산 것만 해도 감사하면서 살죠.]

[홍순식/마을이장 : 총알이 아니라 탱크에서 쏘는 거 있잖아요. 비행기 잡는 거. 사람도 그 자리에서 즉사할 수 있는 거죠.]

이렇게 날벼락을 맞은 집은 포천지역에만 한두곳이 아닙니다.

10여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인근의 한 축산농가.

강판으로 씌워진 축사 지붕에 직경 3cm 정도 크기의 구멍이 숭숭 뚫려 있습니다.

실탄이 날아든 것은 지난 7월 30일.

[보면 구멍으로 들어오고 저기가 휘어졌잖아요. 쇠파이프가. 거기 맞고 튕겨서 날아간거죠.]

지난달 25일에는 축사를 살피던 취재진도 길이 5센티미터나 되는 실탄을 발견했습니다.

[김청하 : 소총으로 보이지는 않고요. 소총탄 치고는 굉장 히 크고요. 비행기에서 쏜 것 같기도 하고.]

주민들은  미8군 종합사격장인 산너머 영평사격장을 지목합니다.

해발 660 미터의 불무산을 표적으로 하는 영평사격장은 지난 1954년 세워진 뒤 50년이 넘게 전투기와 헬기, 탱크 등의 종합 사격장으로 이용돼 왔습니다.

원거리에서 산의 7부 능선을 표적으로  무차별 포격이 이뤄지기 때문에 표적을 벗어난 실탄이나 바위등을 맞고 튕겨져 나간 포탄이 산너머 민가를 덮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실제로 영평사격장의 사격 훈련이 있었던 지난달 1일에도 사격장 너머에 있는 민가 바로 옆 도로에 전차 포탄으로 보이는 오발탄이 세 발이나 떨어졌습니다.

[권혁윤/영북면 야미리 이장 : 지소에 얼른 신고를 했지. 사격을 하는데 이 근 처에 한 5십명이 있다. 큰 일이다 했더니 나중에 미군이 와서 사격정지하니까 정지한거지.]

이로 인해 인명과 가축피해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이정심 할머니는 지난 2006년, 부억일을 하던 중 엄청난 충격이 어깨를 때리는 바람에 혼절하다시피 했습니다.

전차 포탄이 지붕을 뚫고 들어와 할머니에게 떨어진 것입니다.

[이정심/영북면 야미리 : 총알이 이만합니다. 앞뒤로 날카롭고. 쇳덩이 도 뚫고 들어간데요. 두껍긴 이만큼 두껍고.]

그나마 포탄이 지붕을 뚫고지나면서 충격이 완화된데다 어깨에 맞은 탓에 참사는 면했지만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같은 마을의 또 다른 집에서는 몇 년 전 포탄이 축사에 떨어져 기르던 염소와 개 등 가축 수십마리가 몰살당하기도 했습니다.

[김미숙 : 막사가 폭탄에 맞았어요. 때리면서 터지고. 뭐 이런데 다 파편이 떨어져서 구멍이 난 거거든요.]

더 큰 문제는 사격장 인접지역이 아닌 곳까지도  오발탄이 날아든다는 점입니다.

헬기와 전투기등에서 잘못 발사된 실탄이 수 킬로미터를 날아가 민가를 때린 것입니다.

[김청하 : 이게 자연낙하한 게 아니라 발사되서 날아왔다는 게 굉장히 위험한 거죠.]

주민들은 포탄이 민가로까지 날아오는 위험한 상황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지만 관계당국의 대처는 미흡하기만 합니다.

[서장원/포천시장 : 저희를 대화상대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군당국 같은 경우에는. 그렇기 때문에 국방부가 전적으로 앞장서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측의 대응이 미뤄지다보니 미군당국도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미군 관계자 : 여기서도 제일 강조하는 게 안전인데 예측못한게 가끔 일어나더라고요.
(사고가 나면) 어쨌든 피해 신청서를 청구하는 걸 가르쳐드리고 하죠.]

사고가 날때마다 약간의 위로금으로 상황을 모면해 가고 있을 뿐입니다.

[이정심/영북면 야미리 : 30만원주고 병원비가 83만원 나왔는데 그걸로 끝이죠. 난 너무 억울해요.]

포천 지역에 운영되고 있는 군사격장은 미군 4곳과 국군 4곳등 무려 8곳.

이 지역에서 발생한 오발탄과 굉음등으로 인한 주민피해는 지난 10년간 신고된 것만 50건이 넘습니다.

참다못한 지역주민들이 불안해서 살 수 없다며 당국의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우리의 생명, 재산 및 낙후된 삶의 개선을 위하 여 대동단결 투쟁한다!]

[권대남/비상대책위원장 : (50여년동안) 감내하고 살았는데 이제 더 이상은 목숨을 담보로 생활할 수 없으니까.]

대형참사가 터진 뒤에야 대책을 내놓겠다는 것인지 당국의 안전불감증에 뒷전으로 밀린 주민들은 오늘도 살얼음판 위를 걷듯이 하루를 보내야만 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