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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띠해 한국 호랑이 '용맹·민첩·신중'

경인년 맞은 대전동물원 한국호랑이 가족

대전의 테마공원인 '오월드' 한가운데 자리한 대전동물원 호랑이 축사.

영하의 날씨 속에 간간이 휘날리는 눈발에도 아랑곳없이 태어난 지 6개월 된 호랑이 3남매가 줄에 매달아 놓은 타이어를 물고 당기는 등 재롱에 여념이 없다.

6살 동갑내기 '호야'와 '연지' 사이에 지난 5월 출생한 이들 3남매는 동물원에서는 드물게 사육사에 의한 인공 포육 방식이 아닌 어미 호랑이의 젖을 먹고 자연상태로 커가고 있다.

때문에 연지의 새끼 사랑이 끔찍해 사육사라도 가까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어금니를 드러내며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한 때 어미가 세 마리 가운데 조금 약한 한 마리를 물어다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는 바람에 사육사들이 긴장하기도 했지만 긴급 구호조치를 받고 나서 지금은 세 마리 모두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이들 호랑이 3남매는 어미젖을 뗀 뒤부터는 하루 한 마리 분량의 닭고기를 너끈히 해치우면서 몸무게가 20㎏에 달하는 등 정상적인 발육상태를 보이고 있다.

바로 옆 철망 너머에는 3남매의 아버지 호야가 편안한 자세로 누워 가끔 낮은 목소리로 '어흥'하며 연지를 불러보지만 들은 척도 않는다.

이일범 동물관리팀장은 "겨울철 발정기를 맞은 수컷이 짝짓기를 위해 암컷을 찾는 소리"라며 "낮은 저음이면서 울림이 많아 굉장히 멀리서도 들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럴 때는 새끼가 있으면 수컷이 해치는 경우가 있어 같은 우리에 두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범띠해인 2010년 경인년(庚寅年) 새해를 맞으면서 한국 호랑이의 특징인 용맹성과 민첩성, 조심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 팀장은 개인과 사회, 국가가 온갖 어려움을 용맹스럽고 빠르게 그러면서 신중하게 헤쳐나가려면 호랑이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런 특징이 있었기 때문에 수천 년 동안 호랑이가 한반도에서 먹이사슬의 최고 높은 자리에 올랐고 우리 조상도 호랑이를 신성시하며 숭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육사들도 먹이를 주러 우리에 들어갈 때 호랑이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있어 항상 조심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호랑이의 이런 습성은 특유의 민첩성과 신중함 때문이지 인간을 공격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예전에 먹이가 풍부하던 시절, 호랑이는 산에서만 머물러 인간과 공존할 수 있었고 가끔 민가에 내려온 적도 있었지만 이는 먹이가 없어 가축을 습격하는 경우였다는 것.

조심성 많고 신중한 호랑이가 손에 무기를 들고 여럿이 공격하는 인간과 정면으로 대적할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대전동물원에서 관람객이 잘 관찰할 수 있도록 호랑이 거처를 옮겼다. 호랑이들이 워낙 신중해 적응기간이 오래 걸렸고, 호랑이가 앞발로 내리치는 바람에 깊게 팬 나무 울타리의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 팀장은 국내에서 호랑이 목격담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우리나라 야산에 호랑이가 먹이로 삼을 멧돼지나 고라니 등 먹이는 풍부하지만 자생적으로 호랑이가 서식할만한 환경은 되지 않는다"며 "아마 가능성이 있다면 한국표범이나 스라소니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호랑이는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이다.

십이지(十二支)의 세 번째 동물이며, 단군신화에서 인간이 되려다 포기하기도 했고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은 곶감'이라는 옛 이야기 속에도 등장한다. 조선시대 민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산신령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후백제의 주역인 견훤이 어릴 때 호랑이 젖을 먹고 자랐다는 설화도 삼국사기에서 전하고 있다.

이 팀장은 "우리 국민은 호랑이를 지나치게 좋아해 그 습성이나 특징 등에 대해서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면서 "우리 민족의 정신 속에 수천 년을 함께 해 온 호랑이를 앞으로도 계속 사랑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대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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