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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포터] 트레이드, 이정도는 돼야지…

트레이드는 흔히 '도박'으로도 불린다. 프로 스포츠에서 비즈니스의 원리에 따라 선수 이동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한국처럼 프로구단이 많지 않고 시장이 좁은 리그일수록 주축 선수들을 교환하는 대형 트레이드는 자칫 위험부담이 큰 도박이 될 수도 있다.

손익 계산을 놓고 끊임없는 설왕설래가 오고가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 잘못되기라도 하면 비난을 한몸에 뒤집어쓰기도 한다. 자칫 트레이드를 통하여 내준 선수들이 우리 팀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수도 있다. 그래서 상호 윈-윈이 되는 트레이드는 더욱 드물다. 국내에서 트레이드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시즌 프로야구에서 김상현(KIA)의 트레이드는 KBO 사상 최고의 성공사례로 평가받는다. LG에서 평범한 선수로 세월을 보내던 김상현은 올시즌 친정팀 KIA로 이적한 이후 펄펄 날며 역대 최고의 성적으로 KIA에 12년만의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선사했으며 MVP에까지 올랐다.

KIA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최고의 트레이드였을지 모르지만, 반면 포스트시즌도 나가지 못한 LG로서는 못내 속이 쓰린 아쉬운 트레이드였을 수밖에 없다.

▲ 트레이드, 너도 살고 나도 살고…

올시즌 프로농구에서는 지난 12일 인천 전자랜드와 안양 KT&G간 3대 2 대형 트레이드가 있었다. 나란히 리그 최하위권을 허덕이고 있는 두 팀은, 트레이드를 통하여 전자랜드가 김성철과 크리스 다니엘스를 내주고, KT&G로부터 라샤드 벨, 이현호, 이상준을 받는 선수 이동에 합의했다.

각각 팀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 성사되었지만, 한편으로 양팀의 주축 선수들을 시즌 중에 대거 맞바꾸는 과감한 시도에 우려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과연 어느 쪽이 이득이 될 것이냐를 놓고 팬들의 반응은 엇갈렸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양팀 모두 상호 윈-윈 효과를 나타나는 듯 한 모습이다. 팀 창단 이후 최다인 13연패라는 최악의 부진에 빠져있던 꼴찌 전자랜드는 트레이드 이후 3경기 만에 악몽 같던 연패 사슬을 끊은데 이어, 지난 25일 SK전에서는 올시즌 첫 2연승을 내달렸다.

이적생이던 이상준과 이현호 등이 고비에서 소금 같은 활약으로 팀 승리를 이끈 것이 돋보였다. 전자랜드는 트레이드 이후 2승 2패를 기록중이다.

KT&G도 반응이 나쁘지 않다. 트레이드 이후 6경기에서 3승 3패를 기록중이다. 특히 트레이드 당시 전자랜드가 일정상 더많은 경기를 소화하는 바람에, 트레이드 규정상 김성철과 다니엘스를 초반 2경기에서 기용할수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준수한 성적표다.

김성철과 다니엘스는 연이어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트레이드 이전보다 훨씬 활발해진 공격력으로 팀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모습이 고무적이다.

두 팀의 선전은 올시즌 프로농구 트레이드 판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포지션 중복이나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몇몇 팀들이 벌써부터 트레이드를 통한 분위기 전환을 검토중이라는 후문이다.

소속팀에서 주전 경쟁에 밀려 출전기회를 얻지못하고 있거나, 팀 혹은 지도자와 상성이 맞지않아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 입장에서도 트레이드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수 있다.

▲ 프로농구 대형 트레이드의 명암.

그렇다면 프로농구에서 시즌 판도에 영향을 미쳤던 대형 트레이드는 어떤 경우가 있을까. 최고의 성공사례는 단연 1999~2000시즌 당시 청주 SK(현 서울 SK)를 꼽을수 있다.

SK는 시즌 개막전 외인 드래프트를 통하여 선발한 로렌조 홀을 대전 현대(현 전주 KCC)의 재키 존스와 맞바꾸는 외국인선수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어 시즌중에는 팀의 간판스타 현주엽을 광주 골드뱅크에 내주고 슈터 조상현을 영입했다.

당시 서장훈과 현주엽의 공존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며 라이벌 대전 현대에 한수 밀리던 SK는 재키 존스와 조상현의 영입으로 포지션 밸런스를 정리하며 승승장구했다. 결국 그해 우승까지 차지했다. 이 트레이드는 지금까지도 역대 최고의 성공사례로 남게됐다.

2001-2002시즌에는 골드뱅크의 후신 코리아텐더와 창원 LG가 사실상 외국인 2명 포함 주전들을 전원 맞바꾸는 초유의 대형 트레이드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LG는 마이클 매덕스, 칼 보이드, 김병천, 김동환을 얻었고 코리아텐더는 에릭 이버츠, 말릭 에반스, 황진원, 이홍수를 영입했다.

LG는 트레이드 이후 전열을 재정비하며 그해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반면 코리아텐더는 트레이드 당해에는 PO진출에 실패하며 큰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이듬해 이버츠와 황진원이 팀의 주축 선수로 자리잡으며 4강 진출이라는 호성적을 거둬 결과적으로 상호 윈윈 트레이드가 되었다.

당시 대형 트레이드를 주도했던 LG 김태환 감독은 프로농구 사상 트레이드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감독으로 기억된다. LG 지휘봉을 처음 잡았던 2000~2001 시즌에 조성원과 조우현 등을 영입하며 LG에 창단이후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안기기도 했고, 이후에도 거의 매년마다 팀이 고비에 처할때면 주축 선수들을 과감히 물갈이하는 트레이드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SK 감독 시절이던 2005~2006시즌 신인 방성윤과 베테랑 문경은을 연달아 영입한 것도 그의 작품이다. 하지만 SK에서는 주축 선수들의 잦은 부상 때문에 트레이드 성과를 별로 보지못한채 성적부진으로 경질되기도 했다.

상호 윈윈 트레이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는 지난 2008~2009시즌 KCC와 전자랜드의 빅딜도 빼놓을 수 없다. KCC는 당시 하승진과의 공존에 실패하며 팀에서 겉돌던 베테랑 서장훈을 전자랜드에 내주는 대신, 강병현과 정선규, 조우현같은 가드-포워드 라인 선수들을 보강했다. 전자랜드로서도 확실한 득점원이자 팀의 구심점이 되어줄 에이스를 얻었다.

KCC는 서장훈을 내보내고 한때 하위권에 처지며 고전했으나 팀컬러를 바꾸고 새롭게 재정비에 성공하며 그해 플레이오프에서 결국 우승까지 차지, 역대 최고의 반전을 일궈냈다.

전자랜드도 KCC만큼은 아니지만 서장훈 효과를 앞세워 그해 5년 만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하며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양팀은 그해 6강 플레이오프에서 맞대결하며 KCC가 3승 2패로 승리하며 트레이드 이해득실에서 근소한 판정승을 거뒀다.

▲ 트레이드의 실패 사례들

반면 기대치에 비하여 서로 만족할만한 성과를 못남긴 '제로섬' 트레이드도 있었다. 전자랜드-KCC와 같은 해이던 지난 2008~2009시즌, 원주 동부와 대구 오리온스는 간판 외국인 선수 레지 오코사와 크리스 다니엘스를 맞바꾸는 대형 트레이드를 시도했다.

하지만 동부는 기대했던 다니엘스가 정작 플레이오프에서 부상 후유증으로 기대보다 저조한 모습을 보이며 4강에서 KCC에 덜미를 잡혔고, 오리온스는 플레이오프 진출에도 실패했으며 결국 어느 쪽도 트레이드로 인한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한편 결과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적지않는 논란을 남긴 트레이드도 있었다. 지난 03~04시즌 KCC는 '디펜딩 챔피언' 원주 TG(현 동부)의 높이를 견제하기 위하여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PO행이 사실상 좌절된 울산 모비스로부터 특급 센터 RF 바셋을 임대 형식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KCC는 무스타파 호프와 신인 1라운드 지명권을 내줬고 바셋과 최승태를 받았다.

바셋의 가세로 기존의 찰스 민렌드와 함께 강력한 인사이드를 구축하게 된 KCC는 챔피언결정전에서 접전 끝에 TG를 물리치고 역대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규정의 허점을 악용한 편법 트레이드였다는 점에서 KCC와 당시 신선우 감독은 '잔머리'로 우승을 가져왔다는 주홍글씨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한편 모비스는 KCC에서 받은 1라운드 지명권으로 후일 양동근이라는 거물을 얻으며 리빌딩의 발판을 마련했다. 양동근은 모비스에서 신인왕과 2년연속 MVP를 석권했고 팀을 06-07시즌 통합우승까지 이끌며 리그 최정상급 스타로 거듭났다.

반면 KCC는 이듬해 바셋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퇴출됐고, 주축 선수들의 노쇠화로 신선우 감독이 떠난 2006~2007시즌에는 한때 꼴찌로 추락하기도 하는 등, 세대교체 실패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리며 고생하기도 했다.

한번의 우승을 위하여 팀의 미래를 포기했던 댓가는 이후 허재 감독이 물려받아한동안 시행착오를 겪어야했다.

이준목 SBS U포터 http://ublog.sbs.co.kr/slangslang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송고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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