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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 되찾아준다는 '호르몬 요법' 조심하세요!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계란이 먼저 인지, 닭인 먼저인지 자신의 생각을 적어오라는 선생님의 숙제에 한참을 고민했다.

이 문제는 소모적인 논쟁에 비유되곤 한다.

의학계에도 "질병이 먼저냐, 약이 먼저냐"라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질병이 있고, 이를 치료하는 약이 개발되는 정상적인 순서가 뒤집혀 약을 개발해 놓고 그 적용증을 찾아다니는 의료계의 상업성을 꼬집는 말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호르몬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신진대사를 관장하는 호르몬, 과해도 부족해도 질병을 유발하는 호르몬의 중요성이란 말 할 필요가 없다.

나이가 들면 호르몬의 생성도 줄고, 호르몬의 반응성도 떨어진다.

누구도 이 과정을 피할 순 없다.

여성이 폐경이 되면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테로겐이라는 여성호르몬이 감소한다.

이 즈음의 여성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얼굴이 붉어지고, 의욕이 감퇴하며, 우울해지는 등의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서양의학은 이를 갱년기 증후군이라 하여 지난 40여년간 호르몬치료를 시행해왔다.

호르몬을 맞으면 의욕이 생기고, 기분도 좋아지는 등 갱년기 증상들의 극복을 넘어 다시 젊음을 찾는 착각마저 들게했다.

하지만, 그 댓가가 없는 건 아니었다.

유방암과 심혈관 질환이 증가한 것이다.

여성호르몬은 선천적으로 난소 또는 자궁 등의 여성기관 발달이 미약한 환자들의 치료목적으로 개발됐다. 

이 약이 여성 갱년기 증후군이란 새로운 적용 대상을 만난 것이다. 

지금은 갱년기에 대한 여성호르몬 치료 요법이 쇠퇴기를 맞고 있다.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겐 복합요법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 에스트로겐 단일 요법만 일부에서 사용되고 있다. 

여성의 갱년기를 질병으로 볼 것이냐라는 의견까지 대두되고 있다.  

최근 들어 남성 갱년기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온다.

얼마전엔 한국 45세 이상 남성의 76%가 갱년기 증상을 경험했으며 그 기사 끝에 남성호르몬이 좋은 치료제임을 전한다.

성욕감퇴, 만성피로, 무기력 남성갱년기 증후군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하지만, 한국 성인 남성 중에 이런 증상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걱정된다. 선천적 남성성기능저하증 환자의 치료목적으로 개발된 남성호르몬이 또 새로운 적용대상을 찾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편집자주] '따뜻한 감성의 의학전문기자' 조동찬 기자는 의사의 길을 뒤로 한 채 2008년부터 기자로 전문언론인에 도전하고 있는 SBS 보도국의 새식구입니다. 언론계에서 찾기 힘든 의대 출신으로 신경외과 전문의까지 마친 그가 보여줄 알찬 의학정보와 병원의 숨겨진 세계를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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