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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휜 척추 모두 교정해야 하나?

병원에서 근무할 때 일이다.

1년 후배가  아내와 찾아왔다.

아내는 미국에서 주립 교향악단에 상임 성악가로 일하고 있어서 1년에 두어번 한국에 올 수 있다고 했다.

찾아온 이유는 수 년전부터 있었던 요통 때문이었다.

미국에서는 어떤 곳(의료기관이긴 한데 medical doctor는 없는 곳)에 찾아 갔는데, scoliosis(척추측만증)때문이라며, 그곳에서 카이로프랙틱이란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카이로프랙틱을 받은 후 척추가 곧아졌다는 설명을 들었고, 요통도 완화되었다고 했다.

문제는 한 두 달 지나면 다시 재발했고, 그곳에서는 계속(2~3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갈수록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우선 진찰을 했다. 요통도 있고, 삼각근부위에 압점(trigger point)이 여러 군데 관찰되었다.

전형적인 근막통증증후군(MPS)의 소견이었다. 

X-ray를 촬영했더니 척추가 약간 휘어있지만 휘어있는 정도(Cobb's angle)가 10도 미만었다. 즉 척추측만증이 아니었다.

난 후배 아내에게 근막통증증후군의 치료법인 통증유발점 차단술(TP block)을 시행했다.

그리고 설명했다. 짧게는 한달 길더라도 3개월 정도밖에 효과가 있지 않을 것이며, 근막통증증후군에 대해 아직 확실한 기전과 치료법은 없는 상태라고.

난 서양의학, 그 중에서도 신경외과를 전공했다.

요통, 견갑부 동통 및 후경부 동통 등에 대해 서양의학의 한계점을 분명히 안다.

의료계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서양의학의 한계가 있는 곳에 다른 치료법이 많이 성행한다.

그 중에는 검증이 된 것도 있고,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것도 있다.

그리고 검증을  해봤더니 거짓인 것도 있다.

여기서 검증이란 그 기전이 밝혀지는 의학적 검증이 아니라 그 기전은 모르더라도 여러사람에게 적용해봤더니 정말로 그렇더라는 통계적 검증이다.

척추측만증을 비수술적으로 교정하는, 즉 휜 척추를 바로펴는 어떤 방법도 통계적 검증으로 입증된 것이 없다.

교정했다는 주장들만 있을 뿐이다.

척추의 휜 각도는 시시때때로 변한다. 마치 아침에 잰 키와 저녁에 잰 키가 다르듯이.

처음 쟀을 땐 13도 였다가 2달 후에는 10도가 나올 수도 있고, 또 3달 후에는 14도가 나올 수도 있다.

일부의 사람들은 각도가 줄어들었을 때를 선택해 일반사람들에게 효과를 설명한다.

내 외래를 찾은 환자때문에 알았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걸.

한 구청에서 지난 16일 초등학생 2,400명의 척추를 조사했더니 그 중 10%인 247명의 척추가 휘어있어 척추측만증이 의심되고, 5~9도 정도 휜 아이가 146명으로 가장많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고, 여러 언론들은 앞다퉈 초등학생 10명 중 1명은 척추측만증이라고 보도했다.

그리고 보건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잘못된 습관이나 자세가 주된 원인"이라고 했다.

여기엔 두가지의 커다란 과장이 있다.

먼저 247명 중 146명, 59%에 해당하는 5~9도 휜 아이들은 척추측만증이 아니다.

다른나라 서양, 동양 할 것 없이 척추측만증의 유병률은 2~5%이다.

이 중에서도 85~90%는 경과관찰만 하면 되는 즉 치료가 불필요한 경우다.

또 잘못된 습관이나 자세가 주된 원인이라고 했는데, 마치 그럴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잘못된 자세나 습관이 요통이나, 척추의 퇴행성변화의 요인은 되는데, 척추측만증의 원인은 분명아니다.

이는 논문이 아니라 교과서에 나올 만큼 정립돼있다.

보건소 관계자가 누군지는 알 수 없으나 틀린 말을 했고, 이 틀린 말은 아이들의 습관이나 자세를 잘 모르는 부모에게 불안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거짓은 모두 나쁜 것이지만, 아이들에 대한 거짓은 특히 더 그렇다.

정상적인 아이들을 척추측만증 환자로 몰아세우고  치료를 강요하는 행위는 없어지길 바란다.

아이들이 환자로 취급받고, 보조기를 착용하는 것이 후에 대인관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통계학적으로 검증된 연구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지 아니한가?

 

[편집자주] '따뜻한 감성의 의학전문기자' 조동찬 기자는 의사의 길을 뒤로 한 채 2008년부터 기자로 전문언론인에 도전하고 있는 SBS 보도국의 새식구입니다. 언론계에서 찾기 힘든 의대 출신으로 신경외과 전문의까지 마친 그가 보여줄 알찬 의학정보와 병원의 숨겨진 세계를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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