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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타임' 15분 넘기면 근로시간 제외한 회사…근데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스프]

[뉴스스프링]

박세용 뉴스스프링
한 게임회사에서 담배 피우는 시간, 커피 마시는 시간 등을 근로시간에서 뺀다고 해서 논란입니다. 직장인들이 흔히 '담타'라고 줄여서 부르는 그 시간입니다. 담배 한 대 피웠다고 근로시간에서 무조건 빼는 것은 아닙니다. 직원은 사무실을 출입할 때 사원증을 태그하는데, 그 사원증 찍는 시간을 기준으로 15분을 초과하면 근로시간에서 자동으로 제외한다는 겁니다.

무슨 상황인데?

흡연자들 입장에서는 제한 시간 '15분'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담배 피우면서 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흡연실이 사무실 코앞도 아니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왔다 갔다 걷는 시간도 필요한데, 15분 넘으면 근로시간에서 뺀다고 하니 아무래도 마음이 조급해지겠죠. 웬만하면 15분을 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늦으면 사무실로 뛰어서 들어간다고 하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박세용 뉴스스프링
이런 게임회사의 사연이 알려지자,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담배 한 대 갖고 너무 야박하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비흡연자와 비교해 자리 비우는 시간이 길고 '한번 나가면 함흥차사'인데 근로시간에서 빼는 건 당연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런 의견 차이는 본인의 흡연 여부에 따라 갈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좀 더 설명하면

사실 회사 입장에서 담배 타임, 커피 타임을 관리하기 시작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담배 피우는 시간이 무작정 길어지는데, 그 시간이 모두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면 나중에 사용자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습니다. '담배 타임 15분 룰'은 이렇게 주 52시간제 시행과 맞물려 있습니다.

따라서 '흡연 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할 것이냐'는 주 52시간제 시행과 함께 직장인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주 52시간제가 시행된 지난 2018년 고용노동부가 카드뉴스를 만들었을 정도입니다. 당시 카드뉴스를 보면 "근무 중 잠깐 담배를 피우러 나가거나 커피를 사기 위해 자리를 비울 경우, 근로시간에 포함되나?"라는 질문에 대해 노동부는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바 있습니다. 사용자의 지휘나 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에 해당한다는 취지입니다.

한 걸음 더

"담배 피우는 시간은 근로시간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카드뉴스는 지금도 정부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습니다. 그럼 15분 이상의 담배 시간을 근로시간에서 빼는 게임회사, 이건 근로기준법 위반 아닐까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부는 취재진 질의에 꼭 위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흡연 시간과 장소, 취업규칙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근로시간에 대한 입장이 지난 정부 때와 달라진 것은 아니라고 부연 설명했습니다. 노동부는 2018년 카드뉴스에는 "근무 중 잠깐" 피우는 담배라고 해놨기 때문에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명시한 건 문제없다는 입장입니다.

박세용 뉴스스프링
이제 직장인은 헷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근무 중 '잠깐'이라니요? '잠깐'이 대체 몇 분인지 직장인들은 알 수가 없습니다. 몇 분의 흡연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주는 게 맞는지, 그 기준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근로기준법과 법 시행령, 시행규칙에도 없고, 흡연 시간의 근로시간 인정 여부를 놓고 소송이 벌어진 적이 없어 판례도 없다고 노동부는 설명했습니다. 게임회사가 '15분'으로 정해놓은 것은 회사 재량일 뿐입니다. 다른 회사에서는 근로시간에서 빼는 기준을 15분보다 더 짧게 정해놓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슈의 핵심 -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만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경비원의 근로시간을 두고 벌어진 법적 다툼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경비원이 야간 당직을 서면서 깊이 잠들지 못하고, 의식이 반쯤 깨어 있는 상태의 옅은 잠, 이른바 '가수면'을 취했을 경우엔 어떻게 될까요. 대법원은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경비원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 감독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휴식과 수면 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는 취지입니다.

사용자의 지휘 감독에서 완전히 벗어났는지, 완벽하게 해방됐는지가 근로시간 인정 여부의 핵심입니다. 직장인이 야근할 때도 담배 피우고, 커피 마시고, 잠깐 잘 때도 있지만, 일 생기면 바로 투입돼야 합니다. 따라서 모두 근로시간에 포함됩니다.

박세용 뉴스스프링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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